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mmyhslee Sep 14. 2023

포켓몬스터를 통해 보는 캐릭터IP 비즈니스

포켓몬스터를 통해 보는 캐릭터IP의 확장성과 성공 과정 by IP유니버스

<IP유니버스>에서 이런저런 사례로 꽤 자주 다뤘던 캐릭터IP가 있다. 바로 포켓몬스터다. 1996년 게임 콘텐츠로 먼저 출시된 포켓몬스터는 이후 만화, 애니메이션으로도 재탄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등장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많은 연령층에서 크게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다.


내가 모르는 포켓몬들이 많이 생겼다.


한 예로 나에게는 25살 차이가 나는 어린 조카가 한 명 있다. 가끔 조카를 만나면 닌텐도 게임기로 포켓몬스터 게임을 즐겨하고, 포켓몬 카드를 모으고, 포켓몬스터 빵을 찾아다니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20여 년 전 비슷한 나이 때 내가 포켓몬을 소비했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임과 빵, 장난감의 퀄리티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포켓몬스터라는 IP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시다. 20여 년간 꾸준히 사랑받는 캐릭터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다.


여기서 하나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캐릭터 IP 중 가장 많은 누적매출을 기록한 곳을 꼽으라면 다들 어떤 캐릭터를 떠올릴까?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다. 푸우 역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최근 푸우의 생각을 담은 책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키티는 어떨까? 1970년대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다. 마블이나 스타워즈도 있다.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를 탄생시킨 디즈니의 핵심 캐릭터IP들이다. 이처럼 쟁쟁한 후보군들 뒤로하고 출시 이후 가장 많은 누적매출을 기록한 캐릭터IP가 바로 포켓몬스터다. 2021년 기준, Statista자료를 참고하면 포켓몬스터는 캐릭터IP 중 처음으로 누적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우리 돈으로 130조원이 넘는다. 2~4위인 키티, 푸우, 미키마우스와 비교해도 꽤 차이가 있다.


포켓몬의 누적매출액은 무려 1,000억달러! 단일 IP로는 최고 수준. 다만 IP기업으로 들어가면 역시 디즈니를 넘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일본 기업들의 약진이 대단하다.



다른 캐릭터IP와 비교해 포켓몬스터는 최근 성장세가 특히 더 엄청나다. 포켓몬 컴퍼니의 매출은 2021년 85억달러에서 2022년 115억달러(15조원)로 36%나 급증했다. 포켓몬코리아도 수혜를 톡톡히 봤다. 한국에서 포켓몬IP를 서비스하는 포켓몬코리아는 2022년 매출 899억, 영업이익 371억이라는 엄청난 실적을 달성했다. 2021년 매출 334억, 영업이익 116억과 비교하면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220% 급증했다. 게임과 제과류 열풍이 이를 뒷받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대단한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익률도 41%로 엄청난 기세(출처 : 포켓몬코리아 전자공시, 단위 : 억원,%) 



숫자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22년 포켓몬코리아의 매출 구성을 보면 상품매출이 약 640억원으로 71%를 차지하고, IP콘텐츠 매출이 259억원으로 29%를 차지한다. 둘 다 전년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만 봐도 상품과 콘텐츠(서비스) 매출 구성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다. 올해부터 기준이 바뀌었지만 원래 이 회사의 상품별 매출은 좀 더 상세한 형태였다.


출처 : 포켓몬코리아 전자공시


21년까지는 매출을 좀 더 상세하게 분리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카드상품판매다. 다른 분야에서도 골고루 높은 매출이 발생하지만 카드상품판매가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3%, 2021년 74%를 차지하는 등 회사의 매출을 상당 부분 견인했다. 우리가 포켓몬스터를 게임, 빵, 만화 등으로 소비한다고 생각하지만 회사의 매출은 대부분 포켓몬카드 판매에서 발생했다. 2022년에는 전반적으로 매출이 크게 성장했지만 카드판매 역시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IP비즈니스가 매니아적 성격을 갖고 있고, 내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켓몬카드의 판매 성과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카드상품의 재고를 보면 재고자산회전율이 900~2500% 수준이다. 적게는 한달치도 되지 않는 재고만 보유하고 있다. 2021년을 보면 월평균 카드상품 판매가 21억 수준인데 재고는 이에 반도 미치지 않는 9.7억이다. 만드는대로 팔린다는 소리고 이정도면 재고가 부족해서 못파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2022년부터는 이렇게 분리해주지 않고 있다ㅠㅠ (출처 : 포켓몬코리아 전자공시)



포켓몬 카드가 유행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출처 : 포켓몬코리아 전자공시, 단위 : 억원,%)


포켓몬스터 IP가 이렇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IP가 갖고 있는 확장성 때문이다. 내가 포켓몬스터를 애니메이션으로 기억하지만 나의 조카는 포켓몬스터를 게임으로 알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사례인데 이는 최근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콘텐츠가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또 다른 사람은 포켓몬 IP를 활용한 수많은 다른 상품 혹은 서비스로 이 IP를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IP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라는 비히클(vehicle)이 반드시 필요하다. IP자체로는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게임의 세계관, 만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의 스토리로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포켓몬스터는 그런 비히클을 여럿 갖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시간이 더 오래 지나 포켓몬스터를 게임도 애니메이션도 아닌 다른 형태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겠다.


포켓몬코리아 공식몰에서 판매하는 포켓몬카드


여기서 재밌는 점.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의 만화를 본 적이 있는가? 미키마우스가 만화 캐릭터라고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이 캐릭터를 만화로 접 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젊은 연령대로 갈수록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앞서 IP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라는 비히클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미키마우스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미키마우스는 콘텐츠 없이 성공한 IP일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미키마우스가 등장한 게 1928년인데 100년 가까이 지나는 시간 동안에 미키마우스IP로 활용된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축적되며 미키마우스는 IP자체가 콘텐츠화된 케이스다. 미키마우스 뿐만 아니다. 고양이 캐릭터인 키티 역시 1970년대 등장하여 50년 가까이된 브랜드인데 이 역시 따로 콘텐츠라는 비히클이 없다. 키티 자체가 콘텐츠다. 이처럼 적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까지 된 IP들은 그 자체로 콘텐츠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자체가 콘텐츠화되었다는 의미는 결국 해당 IP로 만든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콘텐츠라는 의미기도하다. 콘텐츠가 IP가 되고 IP가 콘텐츠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IP가 특정 콘텐츠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확장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고객이 여기서도 저기서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IP를 접하게 되면 그 자체로 IP를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은 한두해 안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수십 년에 걸쳐 쌓이는 것이다. 초기 IP는 반드시 좋은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

더 많은 IP비즈니스 이야기는 <IP유니버스>를 통해 만나보세요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42282584619?cat_id=50005827&frm=PBOKMOD&query=IP%EC%9C%A0%EB%8B%88%EB%B2%84%EC%8A%A4&NaPm=ct%3Dlmj7luzk%7Cci%3D8509cc1c2f56e053f67b70177274c45aa085a51b%7Ctr%3Dboknx%7Csn%3D95694%7Chk%3Dcac439c0c3632fdd67f55b653c90143c583a72b6


매거진의 이전글 대중은 콘텐츠와 IP를 어떻게 소비해 왔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