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에 cafe15라는 곳이 있다. 대관령과 보드를 사랑하는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카페다. 아내가 여자친구이던 시절, 처음 대관령을 갔을 때 우연히 들렸던 그 카페에는 ’널리‘라는 강아지가 있었다. 다소 차분하고 조용했던 널리는 큰 움직임은 없었고 카페 구석에 앉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정도였다. 날이 추워서 조용히 난로 근처로 가 드러눕던 귀여운 널리. 그렇게 널리를 만난 뒤 시간이 일 년 반 정도 흘러 다시 대관령을 찾았다. 이때는 내가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대관령을 찾았는데, 당시에도 cafe15에 들렀다. 널리는 잘 있었다. 여전히 조용해 보였고 귀여웠다. 우리는 일 년 반 전을 회상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구나..‘생각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마침 연휴가 다가와 아내와 나는 대관령에 가기로 이야기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이번에도 cafe15에 들릴 생각이었다.
안타깝게도 3년이라는 시간이 널리에게는 무척 긴 시간이었나 보다. 올 2월 무지개다리를 건넌 널리는 더 이상 카페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떠올려보니 차분했던 널리의 모습은 아마도 나이가 들어 휴식을 취하려는 모습이었나 싶기도 했다. 난 널리를 두 번 만난 셈이다. 많이 만나진 못했지만 아내와 내게 대관령과 널리는 특별한 추억이었다. 마음속에 늘 기억되는 존재이기도 했다.
사람이든 강아지든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야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왔던 그 어떤 자리로 돌아가고 세상은 또 다른 것들로 채워진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기억된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기억된다. 기억된다는 것은 잊히지 않는다는 것. 죽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기억될 수 있다는 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널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거다. 나와 아내에게 준 것과 같이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된 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 기억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그 이상으로 더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