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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Nov 30. 2024

콘텐츠IP 전략. 콘텐츠만 팔고 끝낼 수는 없다

1편에 이어서

https://brunch.co.kr/@tommyhslee/131



[콘텐츠 IP의 성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자]

콘텐츠IP 사업의 단기 성과는 시청률/조회수/관객수와 같은 콘텐츠 판매가 결정하지만, 2차 판권 사업은 회사의 중장기 성과와 안정성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국내는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과 한국 드라마 시장의 가장 큰 차이가 여기에 있죠. 콘텐츠를 한 번 만들어서 방영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광고수입, IP판매수입, 구독수입만으로 성과를 판단합니다.


콘텐츠IP 사업이 단순히 콘텐츠에서만 끝나면 안 되는 것이고, 처음부터 팬덤을 확보해 부가사업을 펼치고 사업 안정성을 확보해 가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이죠. 한국만의 ‘제작 위원회’와 같은 방식이 필요합니다.


근본적인 차이는 있습니다. 드라마는 애니메이션보다 2차 판권을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큰 허들은 캐릭터, 즉 배우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제작사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초상권에 대한 문제도 있을 것이고, 실존 인물이 가진 자연적 특징(나이가 들고, 다른 역할을 하고, 개인의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등)을 고려했을 때 애니메이션처럼 긴 life-cycle 동안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어렵죠. 사람들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얼굴을 한 아이언맨 캐릭터를 원하죠. 하지만 그의 초상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합의가 필요하죠. 로다주는 아이언맨 외에도 여러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영원히 아이언맨으로만 남아있지 않죠. 반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늙지도 않고 평생 그 캐릭터로만 살아갑니다. 여기서 오는 몰입감이 드라마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달리 만듭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배우의 얼굴이 그대로 들어간 아이언맨 피규어, source : https://m.hobbybox.co.kr/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웹소설과 웹툰을 기반으로 합니다. 원천IP가 웹소설이나 웹툰인 경우가 상당히 많죠. 이런 원천IP들이 있다면 드라마 자체가 2차 판권이 됩니다. 웹소설과 웹툰은 애니메이션과 거의 동일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캐릭터가 늙지 않고 영원히 하나의 캐릭터로 살아가죠.


두 번째는 스토리 컨셉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건 모든 장르에 적용되긴 어렵지만 넷플릭스 킹덤이나 오징어게임 같이 장르 특징이 강한 작품들은 캐릭터 외에도 스토리 컨셉을 활용한 2차 판권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미디어믹스나 음원 외에도 게임, MD판매 등으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장르나 스토리가 강한 작품들은 캐릭터보다 그 분위기 자체를 기억하는 시청자가 더 많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2차 판권을 확장해 볼 수 있죠. 캐릭터에 얽매이지 않고 외전이나 프리퀄 같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스타워즈입니다. 영화로 알려졌고 루크 스카이워커라는 주인공도 있지만 특정 캐릭터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제다이'처럼 하나의 상징적인 컨셉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죠. 스타워즈가 2차 판권에서 얼마나 큰 성과를 거뒀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K-콘텐츠IP만의 확장성을 찾아서]

그래도 고민이 됩니다. 그냥 아무 2차 판권, MD를 만들어서 팔면 되는가? 그렇지는 않죠. 이건 시간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우리 콘텐츠IP 산업이 어떤 2차 판권으로 확장해야 하고, 고객들은 무엇을 선호할지 찾아내는 시간 말이죠. 일본의 MD를 보면 경우 피규어, 프라모델 등 핵심 아이템들을 발굴해 냈고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이 상당합니다. 갓챠나 지류 제품들도 많고 생활용품, 식품에도 침투했죠. 애니메이션 자체가 만화의 미디어 믹스입니다. 만화라는 단단한 파운데이션이 있고 그 위에서 애니메이션, 게임, MD, 음원과 같은 확장이 일어나죠.


IP유니버스 강연 때 보여드리는 슬라이드 中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이 만들어낸 IP 소비문화들도 있습니다. K-POP 영역의 포토카드가 대표적이죠. 별것 아닌듯하지만 생각보다 파급력이 엄청납니다. 연간 K-POP 앨범판매 1억 장이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만들어내는데 포토카드가 아주 큰 역할을 했으니까요. 포토카드를 모으는 문화도 생겨났습니다. 포켓몬스터 띠부띠부씰을 기억하실 겁니다. 비슷하죠. 메인 제품이 아닌 증정품이지만 메인제품의 판매를 쥐고 흔듭니다. 요즘 편의점에 가보시면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들이 유독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대중 소비재에 대한 캐릭터IP 침투가 상당히 진행되었습니다. 같은 값이면 캐릭터IP가 묻어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게임 콘텐츠도 있죠. 웹소설, 웹툰 메가히트작인 나 혼자만 레벨업은 넷마블에서 출시한 동명의 게임이 일매출 최대 14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국내에 좋은 게임회사들이 많죠. 좋은 IP만 있다면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셈입니다. 이처럼 우리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것 들을 고려해 IP에 맞는 확장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예전처럼 콘텐츠 판매에 집중에 단기성과만 보고 넘어가기에는 우리에게 충분히 좋은 콘텐츠 IP들이 많이 있습니다. 더 크고 장기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IP플랫폼과 IP홀더 간의 협업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IP플랫폼 역할을 하는 채널은 IP에 대한 확장성을 염두하여 IP홀더 역할을 하는 제작사와 2차 판권의 확장과 사업화를 염두해 제작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수많은 콘텐츠IP를 다루는 채널이 IP확장에 집중하기 어려운 만큼 IP홀더에 일정 권한을 배분하고 이에 대한 수익을 배분받거나, 함께 제3의 IP플랫폼을 찾아 수익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고, 더욱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진다면 어느 시점에는 국내 콘텐츠IP들도 다양한 2차 판권 사례를 만들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다시 생태계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전체적인 콘텐츠IP의 퀄리티를 제고하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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