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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Aug 30. 2023

진짜 책을 출간하는 일, <IP유니버스>

지난 1년간 작업해 온 <IP유니버스>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22년 7월, 대략 지난해 이맘즘, 브런치를 통해 흥미롭고 기대되는 기회를 만났습니다. 출판사 미래의창을 통해 출간제안을 받게 된 것인데요, 주제는 IP비즈니스와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원더월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직접 서비스를 런칭해보았고, 또 브런치에서 가장 많이 다뤘던 주제였습니다. 당시에도, 지금도 저는 여러모로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좋은 기회에 감사했고 IP와 관련해 파편적이고 특정 시각에서만 다뤘던 이야기를 이 기회를 통해 제대로 한번 조사해 보고 정말 인사이트 가득한 내용으로 책을 채워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예쁜 연두색과 홀로그램들. 감사합니다 디자이너님.

제안은 매우 정중하고도 정성스러웠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아도 당시 상당히 훌륭한 편집부 담당자분을 만난 듯합니다.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또 왜 저에게 제안을 주셨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안 자체로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죠. 집필 결정을 하고, 출판 계약 이후 초고를 쓰는데 넉넉히 반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일과 병행하며 책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퇴사를 하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면 약속된 시간에 마무리를 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놀랍고 또 설렜던 출판 제안

책을 쓰면서 느꼈던 점을 떠올려보면 가장 큰 것은 아래 네 가지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1. 그동안 쓰던 글과는 전혀 다른 글을 써야 했다.

2. 하나의 주제로 2~300페이지의 긴 글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3. 어설프게 알고 있던 사실은 사실이 아니었다.

4. 책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알리고 잘 파는 것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구나

일단 브런치나 온라인상에 글을 쓸 때는 길어도 A4 기준 3~4장 정도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도 길죠. 그 이상 쓰더라도 PC나 모바일 특성상 가독성이나 완독률이 떨어지는 듯합니다. 숏폼처럼 짧은 영상 콘텐츠가 유행인 것처럼 요즘은 글도 길도 간결하고 요약 위주로 정리하게 되죠. 책은 전혀 다른 호흡과 문법을 쓰더라고요. 일단 하나의 주제를 갖고 큰 흐름의 기승전결을 만들고 여러 가지 대분류, 중분류로 쪼갠 뒤 그 안에서 수십, 수백 개의 기승전결을 만들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흐름이 이어지도록 글을 쓰는 것은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책을 처음 쓰는 저로써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또한 <IP유니버스>가 대중서적이다 보니 일반적인 대중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쉽고 흥미로운 내용을 잘 담아내는 것도 낯선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자산운용사나 스타트업에서 주로 리포트를 작성해오다 보니 더욱이 짧고 간결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글을 쓰는데 익숙해져 있었지만 사실 이런 글들은 매우 불친절합니다. 조금만 업계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보면 무슨 뜻인지, 무슨 문장인지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죠. 책은 모두가 볼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만큼 단어나 문장이 쉽게 읽힐 수 있어야 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같은 개념을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는 것보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렵습니다. 저한테 책을 집필하는 시간은 이런 어려움들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자주 쓰는 단어, 문장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거나 하는 것들에서 고생을 많이 했고 편집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제때 작업을 끝내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독립출판을 한다고 하면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책 쓰시는 분들, 독립출판 하시는 분들 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팩트란 수많은 근거를 갖고 있는 사실을 말하는 것

그다음 어려웠던 것은 팩트에 대한 점검이었습니다. 최근에 tvn에서 방영하는 알쓸별잡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거기서 김상욱 물리학 교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생명을 과학적으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생명이라고 하면 우리가 모두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생명체가 거의 비슷하죠. 살아 있지 않은 것을 생명체라고 하진 않습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생명이란

1. 명사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2. 명사 여자의 자궁 속에 자리 잡아 앞으로 사람으로 태어날 존재.

3. 명사 동물과 식물의,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

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협의의 정의를 담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생명을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로 추론했습니다.

- 에너지의 플로우(흐름)가 있으면 생물

- 노후화해서 없어지면 무생물인데 새로운 걸로 교체되면서 유지가 되면 생명

- 자기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복제를 하는 것

하지만 이 역시도 명확한 정의가 되진 못했습니다. 예컨대 태풍은 2주가량 자신을 유지하고 에너지의 흐름을 갖고 있기도 하고, 자동차나 기계도 에너지의 흐름을 갖고 있죠. 자기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복제를 한다는 것도 번식을 하지 못하는 생명체가 있기 때문에 반론에 부딪혔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나 자아를 가진 AI 등을 생명으로 볼 수도 있는 거죠. 이 얘기를 이토록 길게 끌어온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팩트가 어떤 시각에서는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걸 느껴서입니다.


책에서는 당연히 팩트에 근거해서 글을 써야 하는데 제가 통념상 알고 있던 팩트들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문장 한 줄 한 줄이 정말 무겁고 어렵게 느껴졌죠. <IP유니버스>가 에세이가 아닌 경영서적이기 때문에 더욱 부담이 컸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고 많은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습니다.


1등이 아니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영역이 그렇게 많지 않은 각박한 현대사회

책을 잘 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이 모든 고민의 결과는 판매결과로 나타날 겁니다. 좋은 책이어서 잘 팔릴 수도 있고, 좋은 마케팅과 홍보로 잘 팔릴 수도 있고요. 저도 영리 목적의 회사들을 다니지만 잘 팔린다는 것은 어떤 한 가지 요소에서만 결정되진 않는 듯했습니다. 퇴고를 하며 출간 작업을 마무리할 즘부터 슬슬 마케팅과 홍보 방안에 대해서 찾아봤습니다. 책의 홍보는 기본적으로 최대한 많은 커버리지의 온/오프라인 서점에 입점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일단 많이 깔리면 그만큼 많이 팔린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출판사의 커버리지가 중요합니다. 서점 자체가 책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모이는 버티컬 몰이기 때문에 여기서 1차로 홍보와 마케팅이 이뤄집니다. 그다음부터는 커머스 문법을 따릅니다. ATL, BTL을 통해 광고가 이뤄지고 책 내용이 좋으면 좋은 후기들이 뒷받침되어 상승세를 탑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가 유명인이거나 인플루언서라면 organic 독자가 좀 더 많이 붙어 수월하게 진행되고 (저의 경우처럼) 그렇지 않다면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죠. 미래의창은 좋은 출판사이기에 충분한 리소스를 지원해 주시지만, 이 과정에서 작가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명쾌한 한 가지 정답이 나온 것은 없습니다만, 저의 이런저런 발품과 진심이 최대한 많은 곳에 닿을 수 있도록 뛰어다녀야 하는 것은 명확했습니다. 좋은 영향력을 가진 분들께 책을 전달드리고, 가능하다면 유튜브나 인터뷰, 강연 등에 참여하면 가장 좋을 것 같고,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SNS를 최대한 활용하며, 지금처럼 브런치 등을 통해 책의 내용 일부나 출간 사실을 알리는 방법도 있죠. 무튼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IP유니버스는 무슨 책?

자, 그래서 드디어 IP유니버스에 대한 간략하고도 끌릴만한 소개를 드려보겠습니다. 저는 현재 23년 8월 기준으로 1개의 브런치북과 1개의 매거진을 발간했는데요 모두 IP비즈니스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저는 2020년부터 IP와 관련된 글을 써왔고 IP의 특징이 그렇듯 저의 글 주제도 캐릭터, 브랜드,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등 카테고리부터 패션, 유통, 플랫폼, F&B까지 다양하게 퍼져있습니다. 저는 이 비즈니스들이 모두 IP와 매우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설령 IP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IP비즈니스 전략의 문법으로 앞서 언급한 산업 분야에 적용하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2020년 공동창업을 통해 아티스트IP를 활용한 서비스 원더월을 런칭했고 현재는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투자와 전략 업무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업에서도 이런 전략의 실효성을 크게 느꼈고 실제로 비즈니스에 적용해 본 경험도 여러 차례 있습니다. 거기서 또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고요. 이렇게 제가 경험한 것들과, 제가 IP비즈니스를 하며 직접 만났던 분들로부터 조사한 내용들, 또 직접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알게 된 인사이트들을 모아서 IP유니버스에 담았습니다. 저는 뭐 리서치하고 조사하고 분석하고 하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실제 그런 업무를 오랜 기간 해오기도 했습니다. <IP유니버스>에 최대한 양질의 정보와 인사이트를 담고자 했고 저는 그게 비즈니스를 하거나 IP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새로운 시각으로 이 산업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여기서 사주시면 됩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2092913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1. IP 비즈니스의 시대가 왔다

- 왜 IP 비즈니스인가?

- IP 비즈니스의 필수 조건 세 가지

- 이것도 비즈니스가 된다고? IP 비즈니스의 놀라운 확장성

- IP 비즈니스에 진입하는 첫 단계,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 이해하기

- IP 홀더와 IP 플랫폼의 차이 파악하기

- IP 비즈니스에서는 1등이 아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2. IP 비즈니스의 영역

아티스트 IP로 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이끄는 IP의 개인화

세대를 넘나드는 캐릭터 IP

브랜드를 통해 구현하는 IP 비즈니스


3. 산업의 판을 바꾸는 IP 비즈니스 사례

- 넷플릭스와 디즈니로 알아보는 IP 비즈니스와 콘텐츠 비즈니스의 차이

- 웹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로 이어지는 리디의 IP 파워

- 누구나 IP로 사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크리에이터 IP 플랫폼들

- 음원 IP를 활용한 투자 비즈니스, 힙노시스 송스 펀드

- 미술품 IP를 기반으로 한 아트테크, 열매컴퍼니

- 롱테일 전략으로 시장의 편견을 뒤집은 아프리카TV

- 글로벌 크리에이터 플랫폼, 패트리온

- IP 비즈니스의 정석을 보여준 삼프로TV


4. IP 비즈니스를 향한 도약

하나의 IP가 수십 개의 기업과 수만 명의 사람을 먹여 살린다

더욱 치열해진 IP 확보 전쟁

성공하는 IP와 성공하는 IP 기업은 다르다

더 넓게 확장되는 IP 비즈니스, 새로 마주할 도전


부록. 아티스트 IP 플랫폼, 원더월의 탄생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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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가지 목차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IP기업들의 사례도 최대한 많이 담아봤습니다. 보시다가 이론이나 개념이 조금 지루해질 때 즘이면 재밌는 사례들이 여기저기 등장하고 3부에서는 아예 사례만 모아뒀습니다. 요즘 가장 핫하고 주목받는 기업의 사례를 넣었고, 가급적 대기업이나 큰 회사의 사례는 배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큰 기업들은 갖고 있는 리소스 자체가 풍부해서 순수한 IP의 성공 요인을 명확하게 분석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나 단일기업, 작은 기업들 위주로 보면 성패에 대한 요인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또 IP비즈니스가 스타트업이나 개인이 창업하기에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장인 점도 있고요.

원더월의 성장을 생생하게 담은 부록까지 알차게


IP비즈니스는 계속됩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저는 브런치 매거진을 통해 IP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 갈 예정입니다. <IP유니버스>를 읽고 나시면 매거진에서 제가 전달하는 IP비즈니스들이 좀 더 가깝고 또렷하게 느껴지실 수 있을 거고 이번 작업은 저에게도 상당히 많은 경험이 되었고 저라는 사람 스스로를 하나의 IP로 키워가는 밑바탕이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IP비즈니스에 대한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그 확장성을 보면 국경, 산업 간의 경계가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크리에이터적 기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IP비즈니스를 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중장기 적으로 비즈니스 역량을 더 많이 쌓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좋은 IP나 크리에이터들의 비즈니스를 돕고 지원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작은 마중물이 되어 좋은 IP가 세상에 더 많이 등장하고 크리에이터들이 돈도 많이 벌어서 또 다른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책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IP비즈니스와 관련된 그 어떤 문의나 관심 모두 감사히 받을 예정이며 커피챗이나 티타임 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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