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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한울 Jul 10. 2019

퇴사 후 유럽 - 이탈리아 로마에서

2018.05.10

아직은 여행 일정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절반을 달려왔다. 시간은 정말 무섭게 흘러간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이토록 몸소 체감된 적이 있었나 싶다. 때문에 하루하루를 정말 소중하게 아끼면서 보내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로 남을 수 있다고 끝없이 되뇌는 하루였다.


힘들게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나라에 온 지 겨우 3일째다. 여행의 처음 시작과 달리 중반에 이르니 쉽게 피로해지고 지치는 것도 있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편하게 관광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파에 섞여 휩쓸리듯 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로마 곳곳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건축물을 보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이다. '로마'라는 도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표지판도 불친절하고, 가는 곳마다 좁은 거리에 북적이는 차들, 골목 가득히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곳은 분명 관광하기에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다 보면 비로소 이 도시가 가진 매력이 나타난다.


골목 한 귀퉁이를 돌면 트레비 분수가 나오고,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광장이 나오며 판테온 신전이 보인다. 큰 도로를 지나 언덕 같은 산을 넘으면 콜로세움을 구경할 수 있고 그 뒤로는 포로 로마노가 펼쳐진다. 이 모든 게 그 자리에서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리고 그 옛날에도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그 주변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거주하며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과는 너무 생경한 풍경이어서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과거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이 오묘한 풍경에 어느새 마음을 빼앗겼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니, 세계 역사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왔다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탄이 절로 나오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현실인가를 자꾸 확인하게 될 만큼 로마는 인상적인 곳이었다. 아, 사람만 좀 없었으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이탈리아 여행도 어느덧 끝을 보이고 있다. 내일은 바티칸 시내를 구경하고 베네치아로 떠난다.

오늘도 시간은 기다림 없이 냉정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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