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친구여
아직 열 살도 채 되기 전 90년대 초반, 친척들은 모이기만 하면, 빼는 사람 하나 없이 어우러져서 노래방에 자주 갔었다. 그 시절 모두의 18번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면 현재 시점 매일 듣는 노래의 가사는 일도 외우지 못하는 내가 이상할 만큼, 곧잘 따라 부르곤 한다.
신나게 작은 아버지가 부르던 ‘아파트’, 누군가가 부르던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이제 쉰 줄에 들어선 군에서 외박 나온 오빠들이 부르던 ‘난 알아요’, 매년 박자도 음정도 점점 더 멋대로였던 아빠의 ‘칠갑산’. 평소의 정서와는 어딘가 맞지 않는다 여기던 엄마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동갑내기 외사촌과 눈만 마주치면 의기투합하여 함께 부르던 ‘3! 4!’
맑은 하늘에 갑작스러운 여우비가 쏟아붓던 오후, 멀리 세워둔 차를 향해 걷다가 문득 이 노래를 떠올렸다. 큰엄마가 곧잘 부르던 조용필의 친구여. 어느 날인가 이 노래를 많이 부르지 않았냐며 큰엄마에게 운을 띄웠다가 “내가??”라는 금시초문에 가까운 반응에 엄청 뻘쭘할 정도로. 내게는 거의 즉각의 가까운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키는 큰엄마와 조용필의 친구여. 그저 시기상으로 83년에 발표된 노래였으니 다른 노래처럼 어쩌다 많은 이들에게 불렸던 것뿐이었는지 모른다
스무 살 초반에 동성동본이던 동갑내기와 결혼해 채 몇 년을 못 채우고 갑작스럽게 남편을 여의었던 큰엄마의 사연이 이 노래와 어우러져서 왜인지 너무 어렸던 그때부터 아련하게 들어왔다. 대체 길고 긴 그 세월 동안, 정말 오래도록 그리워할 사람을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를 그때 어리기만 했던 꼬마가 어떤 마음으로 그렸는지, 결코 짐작도 할 수 없는 얄팍하기만 한 상상력과 낭만의 산물이었는지. 하나씩 늘어가는 나이와 함께, 세월과 함께 짙어져 가는 그리움의 대상들이 하나 둘 가슴에 떠오르면 그것만은 또 아니라는 그런 기분이다.
1.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2.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2022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