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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Aug 08. 2022

친구가 날아왔다

고마워 너의 존재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해파리를 넋을 놓고 바라보는 너를 보며, 하루 종일 닳아가는 시간의 촉을 예민하게 느끼던 것을 멈추고 나도 잠깐은 평화를 찾았었어. 진정   같던 4 5일의 밤과 . 설레며 세웠던 뉴욕 방문 계획이 어그러진 , 매일같이 오가던 채팅과 통화가 뭔가 활기를 잃고 시들해졌다고 느끼던  주였는데, 갑자기 토론토로 날아오겠다고 네가 말했지. 오기로  당일이 돼도, 저녁이면 이제 만나는 거냐며 실감 못해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실감이 나긴커녕 되려 비현실감이 날로 커지기만 했어.

 

 12년 전에 초짜 요가강사로, 친구와 음악활동을 하던 너를 두어 번 만났을 때 참 데면데면했는데, 간간히 지켜보던 너와 내가 급격하게 가까워진 건 이제 겨우 1년여의 최근이었는데, 우리는 뭐가 그렇게 좋고 편할까? 참 신기하다. 30대의 중반에도, 세상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새롭게 만난 너를 통해 확인했어. 유년을 같이 지낸 사이처럼 자연스럽게, 이토록 때 묻지 않은 순수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니! 오랜 시간 동안, 나이에 맞는 나로, 환경에 맞는 나로 그때그때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가면을 바꿔 써가며 그렇게 살아왔나 봐. 이 정도면 괜찮지. 이 정도면 편하지. 그렇게 충족되지 않는 관계도,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느끼는 실망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살아왔나 봐. 그런데 네가 확 끌어내린 가면에 나도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내 얼굴과 목소리를 다시 만났어. 너를 만나며 나를 만났어.


 고마워. 네 말대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우리가 어떤 짧고 긴 이별을, 모든 관계에 있다는 그 순간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인생에 손꼽을 만한 기억이 돼줄 여름날이었어. Tangible. 꿈같은, 그러나 명백한 우정의 모습을, 네가 내게 선물해 줬어. 어떤 말로 이 감사함을, 우리가 좋아하는 윤슬처럼 찬란하게 반짝였던 순간들을 기록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 부족한 언어가 고작 이 정도인가 봐. 이 정도에서 이 시도가 마무리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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