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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Jul 21. 2022

나의 교통사고 일지 2

캐나다에서 인생 첫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나의 교통사고 일지 1 에서 이어집니다


마침내  이야기를 쓰는 지금은 사고 이후  개월이 지났다. 겨우 개월일 뿐인데 아주 오래전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후유증과 이미   여전에 안녕을 고했다.


 뒤에서 박히는 사고는 특히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크다고 들었다. 나 역시 며칠 악몽에 시달리고 차에 타서 운전을 하는 게 꺼려지는 등 몇 가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신체적으로는 안전벨트가 갑자기 당겨지면서 입은 약한 트라우마가 왼쪽 목과 어깨에 생긴 상태였다. 하필 차저를 데리고 다닌 시기는 어쩌면 그런 차를 몰기 최악의 시기였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시기였어서 평균적으로 리터 당 150~170$ 선을 유지하고 있었던 유가가 이때만큼은 200$ 선이 붕괴됐던 터였다. 딱 일주일을 몰고 다녔는데, 나의 ‘아기가 젖병 빨 듯 조금씩 오일을 마시는’ (실제로 이런 표현이 구글 검색에 나올 정도로 연비가 끝내주는 버사) 쏘카가 원래 쓰던 한 달치 주유비를 진작 갱신했다. 계기판에 오일량을 나타내는 바늘이 실시간으로 죽죽 E를 향해 달려갈 때마다 가슴은 타들어갔지만, 한 번쯤 고속도로를 달려줘야 할 스포츠카라는 얘기에 혹해서 반납하기 전 주말, 한 시간여 떨어진 베리까지 친구와 드라이브를 다녀오기도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 누가 그랬던가. 사고 자체는 경미했지만 관련해서 정말 크고 작은 마찰이 끝까지 끊임없이 일어났다. 마침내 차 수리가 완료됐다고 불려 간 날에 수리 부서 매니저 같은 사람이 곤란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서 눈도 못 마주치며 말하기를 ‘수리가 됐었는데, 안됐다’ 고 웅얼거렸다. ‘엥?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물었더니, 다 교체해놓은 뒤 범퍼를 다른 사고차량을 견인하고 빠져나가던 토우 트럭이 다 긁어놨고, 사고 당시에는 미처 발견 못했다가 이제 막 발견하고 확인한 참이라는 거다. 결국 범퍼를 처음부터 다시 교체해야 해서 오늘은 못 갖고 간다는 그런 이야기.  이쯤 되면 웃음밖에 안 나오는 상황. 화도 안 나고 껄껄 웃음밖에 안 나와서 그럼 그러고마 하고 나오는데, 수리센터에서 사고를 당하는 차는 우리 쏘카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상황들에 자신들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수리 담당자가 사과와 함께, 소정의 오일 상품권을 보내 준 것을 기분 좋게 썼다.


 비록 쏘카와 내 통장에 악영향을 미치기는 했어도, 교통사고로 인해 엄청 좋은 차를 잠깐이라도 타본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크고 멋진 차를 몰기 시작하자 도로에서 마치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듯 차들이 길을 열어주는 것처럼 느꼈고, 후유증을 지켜보느라 2주간 쉬던 킥복싱 장에 처음 렌터카를 타고 나간 날, 관장을 비롯한 관원들이 떼로 문에 매달려서 차를 구경하는 진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어딘가 사람들이 꽤 모인 카페 주차장 등에 차를 대고 내릴 때마다, 특히 이런 차를 선호할 법한 젊은 남자들이 호기심을 못 참고 차와 나를 대놓고 번갈아 보기도 했다. 하루 이틀은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가는 것을 꺼려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크고 좋은 차를 타는 게 무서웠지만, 간사하게 며칠 만에 적응했다.


 이렇듯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이점은 차 안에도 밖의 도로에서도 계속해서 드러났지만 왠지 쏘카가 너무 그리웠다. 사람들이 왜 오래 타고 다닌 차를 폐차할 때 깊은 슬픔을 느끼는지 백번 이해가 됐다. 낡고 볼품없긴 해도 정이 많이 든 차와의 관계는 뭔가 아련한 데가 있다. 쏘카가 마치 전장을 함께 누볐던 전우처럼 까지 느껴진다.  나의 온갖 내밀한 순간들을 알고 있고, 최선의 편안함을 제공해 준 쏘카. 어디든 나를 데려다주고 즐거움을 선사해준 좋은 친구. 컨디션을 생각했을 때, 머지않은 날 보내야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다. 다행히 쏘카는 전보다 겉보기에는 멀끔한 얼굴로 돌아와 줬고 넉넉히 닿는 뒤꿈치에 편안함을 느끼며, 좋은 차가 주는 안락함보다 내 몸에 착 붙는 친숙함을 감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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