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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24. 2019

15 :: SUPER SONNY

다시만난 그곳

한국의 스타를 넘어 아시아를 넘고 유럽 대륙에서도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야 말로 ‘월클 손흥민’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벼르고 벼르던 티켓팅에서 2018년 남은 운 다 쏟아 부었던 덕인지 토트넘 팬들이 주로 앉는 구역에서 2번째, 3번째 줄에 앞뒤로 앉아 경기를 봤는데, 역시 ‘국뽕에 취한다’는 말이 뭔지 실감나게 하는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더불어, 웸블리구장에서 우리가 걸음을 옮길 때 마다 토트넘 팬들이 연신 엄지를 치켜세워 주면서 ‘Super Son!’, ‘Nice Korea’하며 환대해 주는 것 아닌가. 2018년 내내 바닥을 치고 있던 내 자존감이 머나 먼 타국 땅, 런던에서 어깨 펴고 쭉쭉 상승 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관중석에 앉아 경기 시작 전 몸을 풀고 있는 그를 보면서, 그의 등에 붙은 7번이라는 숫자가 새삼 참 멋있어 보이기도, 그 의미가 꽤나 무거우면서도 막중해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도움으로 케인이 선제골을 넣었다. 아쉽게도 우리의 손은 골망은 흔들지 못했다. 심지어 아직도 여전히 ‘축알못’인 우리가 봐도 토트넘이 울버햄튼에게 절대적으로 지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이날 경기는 토트넘이 울버햄튼에게 3대1로 역전패 당하면서 쓰라린 패배의 결과를 안고 말았다. 왜 하필 우리가 간 날에... 



그리고 그날, 좋은 건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생에 쉽게 보지 못할 장면과 맞닥뜨릴 수 있었다. 경기를 함께 지켜던 주변의 토트넘 팬들, 그러니까 불과 몇 십분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엄지를 치켜들어 주며 미소를 보여주던 그 사람들이 토트넘의 경기가 2대1도 모자라 3대 1로 뒤지게 되자 쌍욕을 하면서 의자를 박살내고 경기장을 나가버리는 것이다! 


내 뒷자리에서 경기를 보던 선민이가 어깨를 툭툭 치며 “야, 이것 좀 봐봐”했다. 그렇게 고개를 돌려 선민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는데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선민이 옆으로 빽빽하게 앉아 있던 관중들이 정말 거짓말 1도 없이 모두 자리를 뜨고 나가 버리고 없었다. 당시, 아직도 경기는 한창 진행 중이었고, 경기에서 우세를 점한 울버햄튼 구역 쪽에서는 한창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나 토트넘 팬 구역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 이에 나와 선민이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함께 경기를 보던 한국인들 죄다 얼음 상태로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저 신선한 충격의 울림만이 가슴과 머릿속을 댕댕 울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껏 여유 있는 웃음을 보이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던 영국 신사들이 경기의 결과에 이렇게 시커먼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추악해지다니... 훌리건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지 싶었다. 그러자 문득 또 이렇게 치열한 경쟁구도와 쉽게 판이 뒤집히는 상황 속에서, 더군다나 모국도 아닌 타국에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 선 손흥민이 새삼스레 더 대단해 보였다. 경기 결과에 따라 이렇게 심하게 반응이 엇갈리는데, 이걸 다 이겨내고 런던이 내로라하는 축구 구단의탑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그가 왜 ‘손세이셔널’이라는 붐을 일으켰는지 알만도 했다. 



언제, 어디서든지 손흥민 항상 흥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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