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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경영의 본질을 묻다

당신과 당신의 조직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나?

by 금빛나무

인공지능 시대, 노동은 사라지나?


미국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수가 줄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제 인간이 해야 할 본질적 역할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실제로 구글의 AI 스튜디오 같은 기능을 보면, 요구사항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중급 개발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거나 지원할 수 있으며, “말로 하는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


스크린샷 2025-11-21 오후 5.11.50.png 구글 ai Studio를 통하면 말로 하는 개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와 기업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하거나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 모두가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노동이 대체되는 시대에는 인간의 궁극적 역할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전환 전략이 필수적이다. 특히 사고 위험이 높아 기피되거나 환경이 열악한 많은 노동 영역에서는, 앞으로 실물 인공지능(Physical AI)이 실제 생활공간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현란한 기능을 보면 그 본질을 이해하기보다는 빨리 인력을 대체하고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마치 의자 뺏기 놀이가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단순하고 위험한 노동은 사라질지 몰라도 인간의 경험과 인간의 존재는 더욱 존중받아야 할 수 있다.



관성이 지배하는 한국 기업 현실의 문제


그런데 한국 사회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담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기존 산업을 유지하면서 노동을 AI로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 고민조차 부족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적 배경 없이 “경영자”라는 타이틀만 가진 임원들이 현장의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중간관리자의 그럴듯한 보고서에 의존해 판단을 내리며, 단기 성과급과 연봉 구조에 묶여 있기 때문에 장기적 혁신보다는 단기적 숫자 개선 —즉 인력 구조조정 같은 손쉬운 경영—에 의존하려 한다.

이런 경영이 반복되면 조직은 점점 멍들어간다.

혁신보다는 쉬운 길을 선택하고, 구조적인 변화는 지연된다. 이는 한국 사회의 전체 경쟁력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과거 ERP 같은 대규모 시스템을 도입할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해외 컨설팅 회사의 권위에 의존해 대규모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정작 내부 역량은 쌓이지 않고 막대한 비용만 지출한 사례가 많았다.


그리고 본질적인 내부 경험이 사라져서 서비스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과거의 실패를 거듭하지 말아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미 현실에서는 광고로는 인공지능을 내세우고, 정작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를 모아야 할 곳인 직무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무시하여 폐기처분해 버린 상태에서 남들이 하는 기초적인 인공지능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질은 한국사회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낙하산 대표 및 임원들의 전문성이 못 따라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존중되어야 인공지능도 가능하다


업무 자동화는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프로세스가 충분히 정립된 최적화 공정이 아니면 자동화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임원진들의 ‘AI 만능론’이 개입하면, 구체적인 업무 분석 없이 “AI 도입 → 인력 조정”이라는 단순한 구조로 흐른다.

문제는 업무의 세부 전문성은 모두 현장에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임원들은 재무제표를 개선하기 위해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실수를 한다.

예컨대 기술기업이 기술자들을 기존 월급의 70%만 주는 자회사로 전환한다면 단기적으로 재무 개선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자들의 로열티는 떨어지고, 이는 결국 기술 경쟁력을 훼손한다. 이런 결정을 내린 뒤 인공지능을 추진한다면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조직의 강한 서열 구조 때문이다. 책임 회피 문화, 수직적 의사결정, 문서 중심의 관행이 조직을 경직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서 오랫동안 이어온 경험과 노하우가 일순간에 사라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업무 자동화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AI 시대에는 비판적 사고를 갖춘 노동자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자리가 사라지는가”가 아니라, “일의 본질이 무엇인가?”이다. 오늘의 일터에는 ‘가짜 노동’이 너무 많다. 보고용 문서 작성, 형식적 보고, 이미 한 일을 다시 입력하는 행정 작업, 회의용 자료 반복 제작 등 실질적 가치가 없는 노동이 넘쳐난다. 그리고 조직은 여전히 ‘시키는 일만 잘하는 직원’을 선호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에 그런 인재는 더는 필요하지 않다.


인공지능만큼 시키는 일을 잘하는 존재가 또 어디 있는가?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경우의 수를 찾고,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 전통적 조직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목소리 내는 노동조합 활동을 감시하는 데 집중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극도록 서열화된 구조에서는 모든 판단을 독점하기에 바쁜 일은 하부로 맡기고 최대한 결정권자는 여유롭고자 한다. 문제는 그런 구조에서는 권한이 집중되기에 에스맨을 원하기에 목소리 내는 직원에 대해서는 도전으로 느끼기 때문 많은 에너지를 들여 조직관리를 한다.


현장에서 이미 수행된 일을 다시 시스템에 입력하고 보고하는 ‘활동관리’ 문화는 생산성 향상과 무관하다. 이는 상명하복식 조직 구조의 산물이다. 현장의 판단보다 윗선의 승인이 더 중요한 조직에서는 형식이 실질을 압도한다.


임파워먼트(권한 위임)가 없는 조직은 이런 문제를 더욱 키운다. 임원은 현장을 모르고, 중간관리자는 자기 이익에 따라 보고를 왜곡한다. 결국 판단은 위로만 올라가고, 결정권자는 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것이 계급적 서열조직의 전형적 병폐다. 이사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논의한다 해도 정작 중요한 ‘현장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의 조직은 ‘수평적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AI는 반복적·형식적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보고용 노동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창의적 기여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수직적 서열이 아닌 수평적·역할 중심 조직

노동자가 존중받고, 현장의 판단이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구조

신뢰 기반의 자율적 업무 환경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의사결정


AI는 현장의 데이터와 경험을 더 정확히 분석할 수 있으며,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태도, 도구보다 문화이다.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가 가짜 노동을 없애고 진짜 노동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노동자가 혁신의 주체가 될 때 산업은 진화한다(독일사례)

독일에서 4차 산업혁명 개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 기업에서는 노동자가 스스로 자동화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자신의 업무와 프로세스를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직접 기술을 적용해 혁신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독일 노동자가 이러한 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동화를 해도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정된 시스템 속에서 노동자는 기술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더 가치 있는 존재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인공지능의 본질은 경험 데이터다.

그렇다면 기업은 경험을 가진 노동자를 단순한 ‘부품’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AI 전환의 주체로 존중하고 의사결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그것이 한국 기업이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하는 유일한 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노동자와 사용자와의 관계의 재정립이 인공지능 전환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는가에 대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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