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이 천국이라고?(1)
제왕절개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4박 5일의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강렬한 기억은 초유다. 퇴원 전날 밤부터 뭔가 가슴이 불편하고 아팠는데, 자려고 누운 후에 그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가슴을 만져보니, 엄청 딱딱하고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젖몸살인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 신생아실 면회가 되지 않던 때였다. 남편이 신생아실에서 유축기를 빌려왔고, 우리는 처음 사용해보는 유축기를 서툴게 조립하고 가슴에 장착했다. 결혼 전 사촌언니의 집에서 유축 장면을 보고 ‘남편 앞에서 유축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적이 있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불덩이가 된 내 자그마한 가슴이 남편 앞에서 활짝 오픈되었고, 유축기를 장착한 지 수 분이 지나자 놀랍게도 노오란 젖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 수유쿠션하고 발받침대 가지고 가서 앉으세요."
나는 엉거주춤 아이를 수유쿠션 위에 올리고 가슴을 내리깐 후 유두를 아이의 조그만 입에 가져갔다. 출산 이후 첫만남이었으니 어색하고 얼떨떨했다. 내 아들이 맞나? 출산 날 찍은 사진과 닮아 보이는 걸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수술실에서 잠깐 본 것이 전부인 아이에게 낯가림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자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가 맹렬한 기세로 젖꼭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거세게 빨아당기기 시작했다. 아직 내 아들이 낯선 나는 그 조그마한 아이가 더욱 무서워졌다.
퇴원 후 산후조리원의 일상은 다음과 같았다.
06:30, 아침 목욕을 마친 아이가 뽀얀 얼굴로 속싸개에 싸여 내 방으로 온다. 젖을 물린다.
08:30, 허겁지겁 아침을 먹다 보면 모자동실 시간이다. 아이를 데려와 다시 젖을 물린다.
11:00, 이제 좀 쉴 만하다 싶어 자리에 누워 있으면 수유콜이 온다. 아이를 데려와 젖을 물린다.
12:00, 유축을 한다.
15:00, 점심식사 후 간식이 나오고 이쯤 되면 다시 수유콜이 온다. 아이를 데려와 젖을 물리며 간식을 먹는다. 빵 부스러기가 아이 얼굴 위로 떨어진다.
16:00, 유축을 한다.
19:30, 모자동실 시간이다. 아이를 데려와 젖을 물린다.
22:00, 유축을 한다.
01:00, 가슴이 아파 잠에서 깬다. 유축을 한다.
04:00, 가슴이 아파 잠에서 깬다. 유축을 한다.
'젖'을 빼고는 달리 이야깃거리가 없는 곳이 산후조리원이었다. 그리고 이런 조리원에서 나는 다행히도 모유 에이스가 되었다. 모유량도 많았고 아이도 잘 물어서 선생님들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아름이 엄마 젖은 참젖이야. 애기 변이 아주 좋아. 이 말에 힘입어 나는 더욱 열심히 젖을 물렸고 일주일이 지나고부터는 완모에 가깝게 수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