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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미 Sep 08. 2023

세 시간마다 꼬박 차오르는 '젖'과의 싸움

조리원이 천국이라고?(1)

제왕절개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4박 5일의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강렬한 기억은 초유다. 퇴원 전날 밤부터 뭔가 가슴이 불편하고 아팠는데, 자려고 누운 후에 그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가슴을 만져보니, 엄청 딱딱하고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젖몸살인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 신생아실 면회가 되지 않던 때였다. 남편이 신생아실에서 유축기를 빌려왔고, 우리는 처음 사용해보는 유축기를 서툴게 조립하고 가슴에 장착했다. 결혼 전 사촌언니의 집에서 유축 장면을 보고 ‘남편 앞에서 유축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적이 있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불덩이가 된 내 자그마한 가슴이 남편 앞에서 활짝 오픈되었고, 유축기를 장착한 지 수 분이 지나자 놀랍게도 노오란 젖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 수유쿠션하고 발받침대 가지고 가서 앉으세요."

나는 엉거주춤 아이를 수유쿠션 위에 올리고 가슴을 내리깐 후 유두를 아이의 조그만 입에 가져갔다. 출산 이후 첫만남이었으니 어색하고 얼떨떨했다. 내 아들이 맞나? 출산 날 찍은 사진과 닮아 보이는 걸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수술실에서 잠깐 본 것이 전부인 아이에게 낯가림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자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가 맹렬한 기세로 젖꼭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거세게 빨아당기기 시작했다. 아직 내 아들이 낯선 나는 그 조그마한 아이가 더욱 무서워졌다.      





퇴원 후 산후조리원의 일상은 다음과 같았다.

06:30, 아침 목욕을 마친 아이가 뽀얀 얼굴로 속싸개에 싸여 내 방으로 온다. 젖을 물린다.

08:30, 허겁지겁 아침을 먹다 보면 모자동실 시간이다. 아이를 데려와 다시 젖을 물린다.

11:00, 이제 좀 쉴 만하다 싶어 자리에 누워 있으면 수유콜이 온다. 아이를 데려와 젖을 물린다.

12:00, 유축을 한다.

15:00, 점심식사 후 간식이 나오고 이쯤 되면 다시 수유콜이 온다. 아이를 데려와 젖을 물리며 간식을 먹는다. 빵 부스러기가 아이 얼굴 위로 떨어진다.

16:00, 유축을 한다.

19:30, 모자동실 시간이다. 아이를 데려와 젖을 물린다.

22:00, 유축을 한다.

01:00, 가슴이 아파 잠에서 깬다. 유축을 한다.

04:00, 가슴이 아파 잠에서 깬다. 유축을 한다.



'젖'을 빼고는 달리 이야깃거리가 없는 곳이 산후조리원이었다. 그리고 이런 조리원에서 나는 다행히도 모유 에이스가 되었다. 모유량도 많았고 아이도 잘 물어서 선생님들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아름이 엄마 젖은 참젖이야. 애기 변이 아주 좋아. 이 말에 힘입어 나는 더욱 열심히 젖을 물렸고 일주일이 지나고부터는 완모에 가깝게 수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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