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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미 Sep 08. 2023

불면의 시작

조리원이 천국이라고? (4)

아이를 낳고 한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나 역시 아이를 가지고 낳으면서 ‘당분간 좀 피곤하겠네…’ 이렇게 예상했었다. 그러나 내가 예상했던 ‘당분간’은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심하게 계속되어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육아고통 중 하나가 ‘불면’이 되었다. 



기질이 예민한 나는 잠을 아무데서나 잘 자지 못한다.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한 첫날부터 잠을 설친 나는 이후로도 유축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바쁜 남편이 자주 드나들 수 있도록 결정한 집 앞 산후조리원은 매우 비좁았고, 코로나로 인해 바깥 출입이 어렵다 보니 하루종일 햇볕을 보는 일도 산책도 어려웠다. 밤이면 아이는 신생아실로 갔지만 나는 불면으로 잠을 쉬이 이루지 못했다.



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불면은 더욱 심각해졌다. 아이는 세 시간마다 깨서 어김없이 우유를 찾았고, 지옥의 ‘원더윅스’와 ‘마녀타임’을 꼬박꼬박 지켰다. 열두 시에 수유를 마치고 한 시쯤 겨우 잠이 들면 세 시에 다시 깨어 수유를 하고 네 시에 잠든 후에 여섯 시에 완전히 깨어나는 식이었다. 평일 육아는 남편에게 기대할 수 없었기에 밤중 수유는 오롯이 내 몫이었다. 어떤 날은 두 시간을 자고, 잘 잔 날은 네 시간을 자는 나날이 100일 무렵까지 지속 되었으니, 강제적으로 불면을 만드는 구간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는 50일 무렵부터 새벽 두 시에 깨어 새벽 네 시까지 어김없이 울었다. 그냥 칭얼대는 정도가 아니라 악다구니를 쓰며 울어서, 잠귀가 어두운 남편마저 일어나 아이를 달랠 정도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신생아의 울음을 ‘마녀타임’이라 부른다고 했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를 주고 안아 얼러봐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울다가 네 시에 스르륵 잠이 들어 다시 여섯 시에 일어나 방긋 웃으며 놀았다. 나는 아이가 낮잠에 들면 벌게진 눈을 하고 맘카페에 접속해 울음의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당장의 졸음을 참는 것보다 오늘 밤에 겪을 ‘마녀타임’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잠을 잘 자지 못하니 다음 날 피곤했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아이의 작은 울음에도 쉽게 짜증이 났고, 멍한 와중에 우울하다고 느끼곤 했다. 이런저런 커뮤니티에서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 정도의 불면은 신생아의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것이다. 부모 되기가 어디 쉽겠는가. 한 생명을 품었다가 세상에 내보내는 일은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가. 여기에 따르는 일시적인 통증 쯤으로 여기자. 



백 일 정도가 지나자 아이는 다행히도 밤에 깨지 않고 푹 자주었다. 나 또한 조금 더 안정적인 수면 패턴을 찾을 수 있었다. 간헐적으로 신경쓰이는 일이 있을 때는 불면이 다시 찾아왔지만 그러다가 곧 괜찮아졌기에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겼다. 





이미지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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