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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미 Oct 17. 2023

너무너무 외로워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거야!(4)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거야!(4)

아이를 낳기 전, 나는 내가 ‘외로움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워낙에 내향형 인간인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에너지가 소진된다고 느꼈고,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충만히 삶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홀로 다니는 일에도 꽤 익숙해 주변에서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고립 아닌 고립’을 경험하며 나는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신생아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를 안고 창밖 풍경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이었다. 누군가와 함께였으면 그 시간이 그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텐데 남편의 퇴근은 늘 아이와 내가 잠든 후에 이루어졌다. 나는 종종 멀리 떨어져 있는 엄마와 전화를 하거나,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전에는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드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아이를 안고 산책했으면 좋았을 텐데, 겁많은 초보엄마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밖에 나가면 아이에게 큰 병이라도 걸릴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잠깐의 전화로는 외로움을 잘 풀어낼 수 없었다. 아이가 깨어있을 땐 수시로 시계를 보며 왜 이리도 시간이 가지 않는지, 얼른 저녁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막상 아이가 잠드는 밤이면 혼자 외로움의 땅굴을 파고 그 안에 들어앉아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루 동안 쌓인 마음을 털어놓을 대상은 남편이 유일했다. 그러다 보니 늘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고, 귀가가 늦는 남편에게 늘 짜증을 냈다.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집에서 또 한 번 아내의 불평을 오롯이 받아야 하는 남편은 오죽 힘들었을까. 그때의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 같은 것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육아를 해내야 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했고, 동네에 마음 나눌 친구 한 명 없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외로웠다. 이런 자기연민에 빠져 보낸 시간 덕에, 나는 육아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이때라고 기억한다. 



이런 시간을 거치며 나는 내가 관계지향적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타인과 긴밀하게 연결된 ‘네크워크’가 내게 무엇보다 큰 행복감을 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고, 타인과의 교류보다 내 안으로의 침잠이 훨씬 의미있다고 생각했던 게 오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홍진 교수는 책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서 ‘네트워크가 줄어들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감소되고 소외된 느낌을 갖게 된다. 네트워크가 풍부한 사람일수록 현대 사회에서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알게 된 엄마들과 책모임을 시작했고, 여기에서 맺은 관계를 통해 나는 조금더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주저하며 시작한 모임이었지만 ‘네트워크’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였달까.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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