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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양 Jul 09. 2021

정신 차려보니 막내작가

결국엔 방송작가




대학교 4학년 1학기. 

대학을 다니면서 유럽 여행, 인도 여행으로 휴학이란 휴학은 다 쓰고 

벼랑 끝, 취업 전선에 내몰렸던 시기였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해서 막연히 이런저런 글을 쓰다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시 공모전에 시를 써서 내보기도 하고 

MBC 드라마 공모전에 드라마를 써서 내보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막내작가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이력서를 넣었다.


다음 날, 팀장님이라는 분이 전화가 왔다.

면접을 보러 사무실에 올 수 있냐고.


그렇게 충청북도에서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갔고

다음 주에 바로 출근해달라는 말에 

급하게 대학교 자취방을 빼고 

서울의 한 원룸으로 부랴부랴 이사를 왔다.


이 모든 게 단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 


방송의 '방'자도 모르던 나는 얼떨결에 막내작가가 되었고 

프리뷰의 '프'자도 모르고 보도 자료의 '보'자도 모르고

섭외의 '섭'자도 모르고 취재의 '취'자도 모르던 나는 

막내작가가 되어 6개월을 버텼고 버텨냈고 또 버텨냈다.


기획회의를 통해 다큐멘터리 방송 주제가 정해지면 

1~2주가량 방대한 양의 자료를 박박 긁어모으고 

자료조사를 토대로 섭외 리스트를 뽑고 

섭외 리스트를 토대로 전문가, 사례자들을 섭외한다. 


촬영을 갔다 오면 촬영본 테이프를 프리뷰하고 

편집이 끝나고 가편이 나오면 말자막을 쓴다.

거의 3~4주 치의 촬영본 테이프를 전부 다 보고 프리뷰를 하다 보니

옆에서 PD님이 '이 마을에서 할머니가 이런이런 말을 하지 않았어?'라고 물어보면

몇 번 테이프, 몇 분대에 있습니다! 가 즉각 튀어나오고 

옆에서 PD님이 '분명 마을 외경을 찍었을 텐데'라고 물어보면

몇 번 테이프! 몇 분대에 있습니다! 가 즉각 튀어나왔다.


그렇게 하룻밤을 새고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삼일에 한 번 집에 가서 겨우 씻고만 나온다.


메인작가님과 담당 피디님의 전두지휘 아래 대본, 편집이 끝나고 

TV에 방송이 나오면 '이제 끝났다' 한숨 돌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단 하루의 꿀 같은 휴식을 맛본 뒤 

다음 방송을 준비한다.


나는 꿈도 많고 욕심도 많은 25살이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막내작가가 되어있었고 

결국엔, 방송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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