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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양 Nov 20. 2024

결혼 7년 차, 나는 결혼을 적극 권장하지 않는다



결혼 7년 차, 나는 지인들에게 결혼을 적극 권장하지 않는다.


내 결혼 생활이 불행해서? 결혼을 후회해서? 가 아니라 '결혼을 하지 않는 당신의 마음'에 공감해서이다.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하지 않을 뿐인 당신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다. 


#나는 서른 살에 결혼했다

나는 서른 살에 결혼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가 서른 살에 결혼한다는 것은 지각 결혼이었다. 나는 지방에서 살았는데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대부분 20대 중후반에 다 결혼했고 부모님 지인의 자녀들도 대부분 다 결혼을 했더랬다. 그래서 여즉 서른이 다 되어서 결혼하지 않는 나는 부모님의 눈에 그저 답답하기만 한 딸이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남편을 남자친구로 만나게 되었고 서로 성격이 잘 맞고 직업군도 같았기에 대화가 정말 잘 통했다. 무엇보다 서로가 결혼을 생각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어른을 대하는 자세'였다. 사실 미혼 친구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언제 결혼을 결심했어?'라고 하는데 결혼 결심은 아주 사소한 것에 결정된다. 거창한 사건이 일어나서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스며든 작은 습관과 말투에서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는 순간이 지금의 남편이 우리 부모님을 대면했던 순간이었다. 


나는 엄격한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다. 나는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부모님에게 존댓말을 썼고 어른에게 물건을 드릴 때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어른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는 식사를 하지 않고, 어른이 말씀하실 땐 끼어들지 않고, 집안 어른들에게는 아침과 저녁 안부 인사를 해야 하며... 등등등 아빠는 회초리를 들어가며 나를 엄격하게 교육시키셨다. 당시에는 그게 싫었지만 크고 나니 '예의와 인정'이 부모님이 물려주신 가장 큰 유산이라고 생각되었다. 


지금의 남편 역시, 어른에게 굉장히 예의 발랐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공경하고 존중할 줄 아는 태도가 눈에 보였고 무엇보다 우리 부모님을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예의 바르게 행동했기에 '이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되겠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첫 만남에 지금의 남편이 우리 부모님에게 큰 꽃다발을 드렸는데 엄마는 그 꽃다발을 받고 마음이 100% 넘어갔다고 한다)


#서른도 늦지 않고 마흔도 늦지 않는다. '결혼'은 늦고 빠름이 없다.

내가 결혼에 대해 잠시 고민하는 틈을 보이자 부모님은 이 기세를 몰아서 후다각 결혼을 성사시켰다. 그때 나는 내가 늦었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서른이 다 되어 결혼을 하다니.. 나 너무 늦은 거 아냐?라고 생각했지만 7년이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너 왜 그렇게 빨리 결혼했어?'라는 소리를 듣는다. 7년 사이에 세상에 정말 많이 바뀌었다. 


내 주변엔 점점 미혼인 친구들이 늘어만 갔다. 직장동료 10분의 8은 아직도 미혼이다. 그들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 돈을 벌고 자신의 고정적인 삶이 생겼으니,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서 답답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들 했다. 나는 그들에게 '결혼해~ 결혼하면 좋아!'라는 말 대신, '결혼은 천천히 해도 돼,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고 한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내가 결혼을 후회해서 한탐감에, 부러움에 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순수하게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것이다


결혼은 늦고 빠름이 없다. 결혼을 서른에 하든, 마흔에 하든, 쉰에 하든, 예순에 하든 내가 준비가 되고 하고 싶을때 하는 것이 결혼이다. 결혼은 절대 누군가의 등에 떠밀려서 해서는 안 된다. 결혼을 하는 순간 '사랑'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어려운 선택을 왜 나이가 찼다는 이유로, 남들이 다 했다는 이유로 급하게 선택하려고 하는가?


#나는 결혼을 적극 권장하지 않는다

나는 결혼 후 내 삶이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으며 마음가짐도 단단해졌고 평생 함께 할 '내 편'이 생겼기에 매사에 자신감도 생겼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라는 사람이 '남편'을 만나서 서로를 맞춰가며 '부부'라는 관계로 재탄생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더더욱 말하고 싶다. '나는 결혼을 적극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말이다.  준비되지 않은 결혼은, 사랑이 없는 결혼은, 등 떠밀려서 하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쉬어가야 한다. 그리고선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결혼을 하면 나의 삶이 바뀔 것인가? 나의 삶이 더욱 업그레이드될 것인가?라고 말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삶'이다. 결혼이 '나의 삶'을 더욱 향상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 아닌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결혼할 상대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내가 더욱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지, 이 사람과 함께 그려갈 미래가 기대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순간의 감정에 취하지 말고 서로가 어떤 시너지를 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러니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혼해~ 결혼하면 좋아!'라는 책임지지 못할 말을 던지는 대신 '너의 삶을 살아! 살다 보면 좋은 사람이 생기고, 그러면 결혼하는 거지 뭐'라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응원해 주자


결혼은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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