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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5월 3주차: 무너지는 유럽의 표현의 자유

혐오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은 결국 모두를 침묵시킨다

by Writing Tree

이번 주에 소개할 기사는 "Europe has a free-speech problem (유럽의 표현의 자유는 문제를 겪고 있다)"이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유럽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비판한 발언을 계기로, 유럽 내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제한되고 있는지를 짚은 기사다. 밴스의 모순적인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유럽 각국이 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정치인 모욕죄, 혐오 표현 금지법, 종교 모욕 금지 조항 등 다층적인 제약 속에서 유럽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위축되고 있는지를 다루며,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당성과 글로벌 영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미국 부통령의 비판, 위선적이지만 타당하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는 유럽이 표현의 자유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

하지만 그 역시 언론 탄압, 정치적 이유로 학생 추방, 대학 압박 등 표현 억압을 자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표현의 자유 문제 제기는 유효

니 말에 동의는 하지만, 너부터 잘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유럽의 표현의 자유는 정말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별 사례

헝가리

독립 언론 대부분이 정부에 의해 장악되거나 붕괴

EU 내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지목

독일

홀로코스트 부정 금지법은 역사적 맥락상 이해 가능

그러나 정치인 모욕 금지법은 권력자에 의해 악용
(예: 전 부총리가 자신을 “바보”라고 부른 시민들 상대로 수백 건의 고소)

영국

‘심하게 공격적인 온라인 발언’은 범죄로 간주

하루 30명씩 체포, 경찰이 온라인 발언 단속에 집착
(예: 학교에 불만을 제기한 부모, 이민 반대 발언을 한 남성 체포 사례 존재)

핀란드

종교 모욕은 범죄

성경 구절 인용으로도 기소된 국회의원 사례 존재


유럽 전반의 문제점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 ‘거짓일 가능성 있는 말’까지도 규제

‘혐오 표현(hate speech)’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무제한 확장 중

표현 규제는 오히려 분열과 불신을 키우는 중

대중의 40% 이상이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고 인식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이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


표현의 규제는 왜 위험한가?

모호한 법안 +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 = 매우 높은 남용 가능성

경찰은 실적 압박으로 인해 범죄자보다 모욕적인 인스타그램 유저를 잡는 것을 선호함

"기분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고발하는 구조

특정 그룹만 보호될 경우, 더 많은 그룹이 보호 요청 → ‘금기 영역’이 점점 늘어남


자유주의자들의 침묵, 그리고 자충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 우파와 연대하는 것처럼 보여 망설이는 자유주의자들

그러나 진짜 자유는 “싫어하는 말도 보호하는 것”

독일 내 가자지구 시위에 대한 과도한 억압은 그 반대편도 쉽게 침묵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줌

표현의 자유 억압은 민주주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중국·러시아 같은 권위주의국에 ‘소프트 파워’ 경쟁에서 밀리게 됨


유럽이 해야 할 일

형사처벌 최소화, 명예훼손 민사 처리 (권력자 비판에는 더 엄격한 기준 적용)

'혐오 표현'이라는 모호한 개념 폐지

온라인 발언도 오프라인과 동일한 법적 기준 적용

경찰은 사적 대화나 단순한 감정 표현엔 개입 자중

플랫폼 자율성 보장: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커뮤니티를 선택하면 됨


현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은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가 아닐까 (이미지 출처: The Free Speech Center)

석사 과정 중 표현의 자유가 나의 주 연구 주제였던 시기가 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의견은 확고하다: 표현의 자유는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한다. 그런 나에게 전부터 유럽의 표현의 자유는 너무 위축되어 있는,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영역으로 느껴졌다. 이 사안은 단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닥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에 있어 미국식 민주주의와 유럽식 민주주의는 오랜 전통 속에서 대조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거의 절대적인 권리로 보장하는 반면, 유럽은 역사적 맥락이나 사회 통합을 이유로 일정한 제한을 둬왔다. 특히 독일은 나치의 과거로 인해 표현의 제한이 일정 부분 정당화되며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단지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 근간이다. 인간은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구체화하고, 생각을 발전시킨다. 이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민주주의 사회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기본 가치이다.

물론 혐오 표현은 사회적으로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는, "혐오"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규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법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하기에 구체성은 약간의 타협 대상이 된다. 따라서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에도 구체성이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그 정의는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결국 가장 크게 침해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다.

특정 사상이나 입장을 비판하는 발언이 누군가에게는 불쾌함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장되어야 할 비판과 토론의 자유이다. 현재 유럽이나 캐나다에서 일어나는 표현 규제는, 결국 정치적 의견 표현마저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여기에 더해, 표현의 자유가 강자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표현 규제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것이 반드시 형사처벌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해서는 민사적 구제나 사회적 규범, 기업의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오히려 형법화될 경우 권력을 가진 이들이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표현의 자유는 결국 약자도 공론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조건이 되어야 한다.

사회 통합이나 공동체 유지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시도 또한 위험하다. 겉보기엔 평온해 보일 수 있으나, 억눌린 갈등은 결국 더 큰 반작용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유럽 곳곳에서 급진적 포퓰리즘이 확산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혐오 표현을 금지한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억눌릴수록 지하로 숨어 더욱 파괴적인 형태로 터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에도 모호한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심해질 때, 대척점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라는 반작용으로 이어졌다. 진보가 도덕적 정당성을 내세우며 표현의 규제를 강화하는 동안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극단적인 보수 정치인을 통해 반격했고 당선까지 이어진 것이다 (참고로 나는 트럼프가 표현의 자유를 제외한 다른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역시 표현의 자유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다.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취하하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현직이던 시절 일반 시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사례도 있다. 콘텐츠에 대한 사전심의와 검열도 매우 엄격한 편이다. 나는 법조인은 아니지만, 이런 흐름을 보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절실하다고 느낀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보고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유럽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힘은 결국 언제든 우리 곁에도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억압은 단지 한쪽의 목소리만 막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전체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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