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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dion Apr 14. 2021

'날개'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시적으로 소외에서 벗어나는 방법



이상의 소설 <날개>의 화자인 '나'는 주변으로부터 단절된 존재이다. 아내 외에 인물과 교류하지 않고 그 마저도 정상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하루 종일 아내가 준 약을 먹고 방 안에서 자다가 깨서 그녀가 가져다 놓은 돈을 받아 모아둔다. 둘 사이는 함께 평범한 일상을 나누지 않기에 사실상 단절되어있다. 그런 그가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순간은 아내가 준 약간의 돈으로 커피를 사 마실 때이다. 그가 홧김에 돈통을 변소에 버리고 시내로 나섰을 때, 그는 그 돈을 아쉬워한다. 왜냐하면 갈 곳 없는 그에게 유일하게 어딘가에 가서 공간을 점유하고 타인에게 존재에 대한 인지를 얻는 방법이 돈으로 커피를 사서 마시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단절되어 소외된 존재인 '나'에게 일시적이지만 실행 가능한 사회와의 연결 방법인 것이다.


굳이 소설 속의 '나'와 같은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사회나 타인이나 스스로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대인에게 소비는 가장 손쉬운 미봉책이 된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보자면 첫째는 소비하는 행위를 통한 사회와의 연결의 감각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원자화된 도시에서 거주지 외에 갈 곳, 머무를 곳이 생기고 점원으로부터 존재에 대한 반응을 얻으며 한 공간의 같은 행동을 하는 주변인들로부터 동질적인 현존의 감각을 얻는다. 또한 두 번째로는 소비한 서비스와 재화 자체로 얻을 수 있는 물질적 혹은 물리적 보상이다. 이는 심리적 고통과 공허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병적인 소비인 쇼핑 중독이 발생하는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고파는 행위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 작용하는 교환의 법칙 따라 모든 것이 가격이 매겨진다. 그에 따라 주인공 '나'의 아내는 몸을 팔고 교환으로 돈을 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돈을 벌어오지 않는 남편인 '나'를 수면제로 재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 속에 생각하지 못하고 사는 '나' 조차도 본능적으로 교환의 법칙에 따라 잠자리를 함께한 아내에게 모아둔 용돈을 내놓는다. 이런 그는 소동이 있은 후 무작정 집을 나서 거리로 나온 후에 돈이 없는 터라 할 일도 머무를 곳이 없어 무작정 건물 옥상에 올라간다. 돈은 행동의 반경을 제약함과 동시에 행동의 반경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화자인 '' 미스꼬시 백화점 옥상에서 돋아나길 바라던 날개는 ,  자본인가? 아니다. 돈은 그저 날개의 대체재일뿐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단절로부터 벗어날 의미 있는 연결점일지도 모른다. 날개는 자유를 뜻하기에 모든 연결, 붙들림을 벗어나고 싶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리인 사회를 벗어날  없다. 실재에서 도피가 아닌 진정한 자유는 조건부로 주어 진다. 특히나 현대사회의 자본주의 구조에서는 자유의 기반에는 일정 이상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럼에도 인간을 촘촘히 나누는 자본주의의 구조에서 경제력이 있다고 해도 피해 가기 힘든 단절이 자유를 위협한다. 군중 속에서 소외되는 개인은 불완전한 자유에서 채워   없는 공허를 느낀다.


물론 소설 속 화자인 '나'를 작가인 이상의 반영으로 본다면 시대에 느끼는 지식인의 좌절에 더 주목할 수도 있다. 식민지 청년이 느끼는 무기력 속에서도 잊지 못하는 벗어남에 대한 희망의 날개는 민족의 독립과 연결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도시인인 나에게는 인간소외와 사회의 단절에 대한 소비의 의미가 더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대해 혹자는 진취적인 관점으로 소비는 다른 의미로 적극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행위로써 주체적이지 않느냐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소비를 추동하는 욕망의 목표가 되는 어떤 자아상에 대한 이미지 조차 실재적 자신과의 단절로 오는 괴리를 메꾸기 위함이 아닐까?  어떤 해석이든지 간에 인간소외를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가 문제일 수도 있다.  날개, 돈이 날개가 될 수 없다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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