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마진 #퀄리티 투자 #불확실성 #변동성 #장기 투자 마인드
오늘은 시간 차익 거래(Time arbitrage)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연초 대비 -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초에 코스피 지수에 100원을 투자했다면, 2024년 11월 말, 주식 자산의 가치는 94원이라는 뜻입니다. 비교군인 미국의 S&P500 지수에 100원을 투자했다면, 동 기간 자산 가치는 127원 입니다.
제가 봐도 과학 기술이 거대 자본과 만나 선진 자본주의 시장을 형성한 미국 시장은 퀄리티가 높은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시계열을 연초대비가 아니라 5년으로 늘리면 어떨까요?
5년이면 코스피 지수도 플러스를 기록합니다. 5년 전에 코스피에 투자한 100원은 현재 120원입니다. 비교군인 S&P500 지수에 5년 전에 투자했다면, 100원은 192원으로 가치가 증가합니다.
시계열을 5년으로 늘려도 여전히 퀄리티 기업 비중이 높은 S&P500의 복리 성장은 코스피를 계속 뛰어 넘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주목하고자 하는 지점은 미국 시장의 고퀄리티가 아닙니다. '시간 차익 거래'입니다.
먼저, 차익 거래는 어떤 동일 자산을 서로 다른 시장에서 동시에 사고 팔아서 두 시장의 작은 가격 차이로부터 수익을 얻는 거래입니다.
예를 들어, 시장 A에서는 사과 1개가 1,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시장 B에서는 같은 종류의 사과 1개가 1,2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차익 거래자는 시장 A에서 사과를 1,000원에 구매한 후, 시장 B로 가서 그 사과를 1,200원에 판매합니다. 이익은 한 개당 200원이 발생하며, 거래 과정에서 사과를 물리적으로 이동시키거나, 두 시장에서 동시에 거래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사과를 예로 들었지만, 사과는 달러나 주식으로 바꿔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단, 차익 거래에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거래 비용과 속도입니다.
1) 거래 비용: 사과를 옮기거나 금융 자산을 거래하는 데 드는 비용(수수료, 운송비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거래 비용이 차익보다 크다면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2) 속도: 차익 거래 기회는 보통 아무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합니다. 여러 투자자가 같은 기회를 노리기 때문입니다.
차익 거래는 간단한 개념이지만 금융 시장에서 초보자가 성공하기에 까다롭습니다.
이번에는 시간 차익 거래입니다.
과일 장사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현재: 여름이 끝나갈 무렵, 시장에서 수박 한 통이 10,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면 수박의 인기가 떨어질 것이고,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미래: 한 달 뒤, 가을이 되어 수박의 가격이 6,000원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시간 차익 거래자는 현재 시점(10,000원)에 수박을 비싼 가격에 팔기로 약속합니다. 한 달 뒤(6,000원)에 실제로 수박을 사서, 약속한 물량을 공급합니다. 한 통당 4,000원의 이익을 얻게 됩니다.
수박은 금융 시장에서 선물,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정 주식이 현재 100,000원인데 몇 달 뒤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지금 100,000원에 매수 계약을 체결하고, 두 달 뒤 실제로 주식을 인도받습니다. 두 달 뒤, 예상대로 주식 가격이 120,000원이 되면, 계약에 따라 100,000원에 사서 시상에서 120,000원에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시간 차익 거래에는 주의점이 있습니다.
1) 예측의 정확성: 미래의 가격 변화를 정확히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따릅니다.
2) 시장 변동성: 예상과 달리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질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3) 거래 비용: 거래 수수료와 자산을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역시나 초보 투자자가 건드리기에는 리스크 있는 투자입니다.
인간은 모든 정보를 알 수 없고, 감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습니다. 저라면 예측이 부정확한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며 능력 범위 안에 머물 것입니다.
(*저는 투자에 있어서 대부분의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들어가는 편입니다.)
단, 능력 범위 안에 머문다는 것과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시간 차익 거래의 주의점 3가지를 높은 확률로 극복할 수 있다면 시간 차익 거래는 투자자에게 필요한 수단입니다.
예측이 정확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입니다. 한국 시장의 기업 A는 연초대비 -28% 하락했습니다. 해당 기업이 퀄리티 기업이라면 저 같은 투자자에게 가격 하락은 안전마진 확보의 기회입니다. 그렇다면, 가격이 고점 대비 얼마나 떨어졌을 때 주식 소유권을 매수해야 할까요?
고점 대비 -30%면 적당한 안전마진 지점일까요? -50% 까지 기다리면 늦지 않을까요?
실제로 기업 A는 2023년 6월 고점 대비 1년 3개월 간 67% 떨어졌습니다. -30%에 매수했다면 여전히 매수 가격 대비 50%의 추가 하락을 감수해야 합니다. -50%에 매수하였더라도 진입 가격 대비 35% 추가 하락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무리 기업 A가 퀄리티 기업이라도 해도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며 저 같은 가치 투자자는 하락을 계속 감당해야 합니다.
충분히 하락으로 인한 안전마진 확보, 그 이후의 추가 하락 변동성을 감내한 소수의 투자자라면 두달 남짓 기간의 65% 상승분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두 번 째인 시장 변동성과 연결됩니다. 저 같은 가치 투자자, 트레이더 등 주식 시장 참여자 중 대부분은 타이밍을 맞힐 수 없습니다. <돈의 심리학>을 쓴 모건 하우절은 시장에서 변동성은 놀이 공원에 들어가는 입장료와 같다고 하였습니다. 놀이 공원에 입장하고 나서 입장료를 돌려달라고 떼를 써도 돌려 받을 수 없습니다.
투자자는 타이밍을 맞힐 수 없으나, 변동성을 감당할 지는 기질과 능력 범위에 기반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투자 전 합리적인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독립적으로 생각하였다면 변동성은 기회입니다.
(*물론, 투자자의 판단이 합리적이고 높은 확률로 옳아야 합니다.)
자신이 독립적으로 생각했을 때, 기업 A가 퀄리티 기업이고, 2024년 한국 시장이라는 '미스터 마켓'이 변덕을 부려 가격을 떨어뜨릴 때 할인된 가격에 사서 인내심 있게(혹은 방치에 가깝게)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세 번 째 거래 비용까지 연결하겠습니다. 아무리 안전마진을 확보한 퀄리티 기업이라는 옳은 판단을 내렸을 지라도 인내하지 못한다면 매매비용이 발생합니다. 한국 시장이기 때문에 대주주가 아니라면 양도차익세가 붙진 않습니다만, 거래 수수료와 미래에 얻게 될 주가 상승분을 얻지 못하는 기회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앞서 기업A는 1년 3개월의 지루한 (혹은 고통스러운) 하락 구간을 지나 3달도 안 돼 65% 상승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어리석기 때문에 퀄리티 기업이라 판단했음에도 올해 모아간 지분 4개 중 1개를 저점 대비 27% 상승 즈음에 매도하였습니다.
다행히 올해 모아 둔 기업 A의 지분 4개 중 3개는 계속 보유하고 있습니다. 찰리 멍거의 말씀처럼 훌륭한 기업이라면 'Sit on your ass' 엉덩이 깔고 팔 생각없이 오래 깔고 있는 투자자가 장기 성장의 과실을 복리로 가져갑니다.
퀄리티를 선별하는 공부가 먼저입니다. 그 다음이라면 미스터 마켓이 변덕 부릴 때 퀄리티 기업을 하락할 때 사서 오래 보유하는 시간 차액 거래에 도전해보심이 어떨까요. 저는 여전히 통찰력이 부족하기에 능력 범위 안에서 찾은 소수의 퀄리티 기업에 오래오래 깔고 앉아 있을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흘러 간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행동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