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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정체(Feat. Unknown unknowns)

#생각 도구 #역발상 사고 #대비할 수 없는것을 대비하기 #가치투자

by 로스차일드 대저택

오늘은 일상을 살아가며 든 생각을 공유합니다.



금요일, 직장 행사 일정으로 인해 평소보다 10분 일찍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평소 금요일은 교통 정체가 다른 요일에 비해 심하지 않은지라 평소 출근 시간보다 10분 일찍 나가면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출근길 도로에 들어서니 차들이 도로에 꽉 찬 상태였습니다.


©shun idota, 출처: Unsplash


임신한 아내 직장이 한강대교 쪽이라 숭실대에서 상도터널 구간을 지나가는데, 버스와 자가용 할 것 없이 차량 진행이 거의 되질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낼 수 있을까 하여 중간에 골목으로 빠져 길을 가는데, 많은 운전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봅니다.


골목길에 처음 진입할 때는 수월하였지만, 상도터널 근처로 가까워질수록 골목길도 교통체증에 걸렸습니다.


일찍 나왔음에도 교통이 매우 정체되니 '조급함'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만, 아내의 배를 어루만지고, 뱃속에 있는 작은 아이를 생각하며 조급함을 다스렸습니다.



갑작스레 마주한 교통정체는 'Unknown unknowns'를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것들이 있다(There are unknown unknowns)'


이 말은 2002년 2월 12일 뉴스 브리핑에서 한 질문에 대해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한 답변에서 나온 문구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보고는 항상 저에게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것 중에는 알려진 알려진 것들이 있고,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알려진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들 말입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자유 국가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후자의 경우가 가장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도널드 럼스펠드, 위키피디아


이러한 생각의 도구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것은 불확실의 영역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논의를 '모르는 것들(Unknowns)'로 좁혀 생각해 보겠습니다.


1. Known unknowns(알려진 모르는 것들)


'Known unknowns'는 과거 경험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정량화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의사결정자는 정보의 공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기에 불확실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낮지만, 리스크 관리나 대책 마련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일 비가 올까요?


비가 올 확률은 알 수 없지만, 의사결정자는 대비하기 위해 우산을 챙길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라면 내일의 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입니다.


단기 변동성에 대한 판단이 어려우니 투자금을 올인하지 않음으로써 단기 변동성에 노출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2. Unknown unknowns(알려지지 않은 모르는 것들)


'Unknown unknowns'는 과거의 경험이나 조사에 근거하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인식의 한계 밖에 있는 위험이나 기회를 의미하며, 기존의 경험과 모델로 감지할 수 없는 사건이 해당합니다.


저는 지난 금요일에 상도동 교통 정체가 이렇게나 심할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을 들 수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위험의 형태 조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며 인식 밖에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대비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는 시장 변동성(known unknowns)을 예측하려 하지만, 새로운 금융 시스템 붕괴(unknown unknowns)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장은 당장 오늘의 시간에 적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주식 시장의 모든 기업의 소유권 가격(주가)은 매일 변동합니다.


많은 투자자가 주식(파생상품, 비트코인 등)의 변동성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만 당장 내일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알지 못합니다.


©Austin Hervias, 출처: Unsplash


그럼에도, 시장 변동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대비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반면,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지 인식조차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2020년 3월에 전 세계 주식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폭락할 것입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으로 인해 미국 시장이 폭락하고 2009년 초에 저점까지 떨어집니다.


이는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결과에 끼워 맞추기 위한 판단에 불과합니다.


2020년 초(혹은 2007년 미국 시장)으로 돌아간 당시라고 한다면 시장 붕괴를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입니다.



Unknown unknowns은 기본적으로 인식 한계 밖에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요일 상도동 교통정체에서 Unknown unknowns를 와닿게 체감하였습니다.)


또 다른 팬데믹, 금융 시스템의 붕괴, 대공황을 인식하며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인 배경에서 추정컨대 인식하지 못하는 'Unknown unknowns'이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금융 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는 특정 자산에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한 완충 장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 말은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짐작할 수 없는데 어떻게 대비할까요?


핵심은 언젠가 닥칠 Unknown unknowns 상황에도 버틸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고려입니다.


상도동 교통정체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10분 일찍 나왔지만 교통정체를 정면으로 경험했으며, 일찍 출근할 수 없었습니다.


일개 운전자가 한 동네의 교통정체 상황을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교통정체를 겪은 후 발생할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직장에 늦게 출근해도 괜찮은 상황이 되도록 직장에 연락하여 시간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또는, 교통정체로 인한 조급함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임신한 아내의 배와 뱃속의 아이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Unknown unknowns 상황이 닥칠 때, 나 자신과 2차적 상황 조치를 할 수 없으면 위기에 휩쓸리기가 쉽습니다.


몇 개의 기업에 장기주의 투자(Long-term investing)를 지향하는 저는 투자 과정에서 소유권 가격의 하락 변동을 겪어야 합니다.


주가의 하락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은 언젠가 예상치 못한 시기에 거시 혹은 미시 변수로 하락을 맞이합니다.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시 변수의 예측이 아니라 미시 변수에 대한 대응입니다.


처음부터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유능하고 정직한 경영진이 운영하는 퀄리티 기업을 신중히 선별하여 투자합니다.


부정적인 거시 변수가 닥치면 퀄리티 기업이라도 주가 하락을 '결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퀄리티 기업이기에 거시 변수에도 생존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거시 변수는 경쟁 기업을 도태시켜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극도의 인내심'을 갖고 비즈니스 오너 마인드로 기업의 소유권을 꽉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성숙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시장 침체기에 퀄리티 기업의 소유권 보유를 늘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 시장의 호황기에 반대를 염두에 두는 이야기는 많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제 글은 처음부터 모든 투자자에게 관심받을 수 없음을 전제로 작성하고 있기에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다독하겠습니다.


호황의 한복판에서 불황에 대한 대비를 미리 고려하는 것은 스스로를 단련하기에 안성맞춤인 전략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일상에서 배운 사소한 교훈을 허투루 날려보내지 않는 투자자가 되겠습니다.


다음 주엔 교통정체가 덜하길 원하지만, 예상이 빗나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흘러간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행동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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