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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태훈 Aug 10. 2022

레이 달리오: 변화하는 세계질서 리뷰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질서의 변곡점에 서있는 우리를 반성한다.

믿을만한 책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자본주의 도입 이래 인간사회의 동작원리를 한 권에 담은 통섭적 시도다. 저자가 헤지펀드 운용가로서 돈을 벌기 위해 세상을 분석한다는 약간은 통상적이지 않은 목적이 깔려있긴 하지만 수익이 가장 객관적이고 지표가 되는 시대에 문제가 될 게 있을까. 더욱이 중국에 대한 언급에 있어서 그는 한국에도 버금갈 만한 미국의 반공 여론에 신경 쓰지 않고 양심을 담아 발언하고 있어 그의 진정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제국의 역사를 수치로 만들다.

 경제학자들은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만 사용하거나, 인간을 행동을 관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과학이 되려면 정제된 데이터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한계 때문에 우리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면이 크다. 저자는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아주 용감하게 돌진한다. 역사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바탕으로 제국의 흥망성쇠를 이루는 요소를 선정하고 점수와 가산점을 매겨 과거의 흐름과 현재의 흐름을 그리고 그 패턴에 맞춰 다가올 미래도 예측한다. 이게 이 이 책의 시작이자 끝이다. (참고로 연구는 계속되고 있고 레이 달리오가 운영하는 재단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다)



Machine


1부: 책의 시작은 '영구기관'에 대한 설명

 이 책의 1장은 인간사회의 동작원리에 대한 설명이다. 80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빅 사이클, 8년 내외로 발생하는 작은 사이클 이것이 합쳐진 것이 인간 경제이며 이것이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래프가 함축하고 있는 내용이다. 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 콘셉트는 레이 달리오가 유튜브를 통해 공유한 적이 있었고 이 콘셉트를 실제 현재의 국가에 적용하여 분석하고 중국에 대한 첨언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이 책인듯하다. 이런 사이클뿐만 아니라 

`부 = 구매력`, `부의 창조 = 생산성 향산`, 부와 권력을 결정하는 시스템, 통화 시스템의 발명과 동작원리, `돈은 교환의 매개 수단, 부의 저장 수단`, 제국의 최대 전성기와 그 전성기가 연장되는 조건 등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에 대한 설명을 하나하나 다 해주고 있다. 여기서 다 다루기엔 너무 광범위하기에 직접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투자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투자를 위해서 거시 경제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예측할 수 없는데 이걸 아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염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아니겠지만 중간중간에 각 역사적 케이스에서 자산의 수익률 정보를 언급하고 있으며 1부의 마지막 장에선 '빅 사이클로 판단하는 투자'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투자할 지에 대해 자세한 가이드를 주고 있다. 개인적으론 이 부분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투자는 아니다. 동시에 일반적인 독자들은 정책의 입안자도 중앙은행 의사결정자도 아니며 심지어 내일 포지션 배팅을 위한 매크로 판단을 위해 읽을 만한 책도 아니기 때문에 지적인 유흥을 위한 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정치에 대한 많인 영감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서적이라긴 보단 민주시민으로서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더 많이 주는 책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에 대한 레이 달리오의 진단

1) 금융 투자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호황과 불황을 짧게 반복하는 빅사이클의 말기

2) 현재 명목 예금금리가 역대 최저점에 근접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장기간 채권에 투자해도 원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은 이자를 받느니 아무것이라도 사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게 낫다.

3) 2차 대전의 끔찍한 기간은 빅 사이클의 과도기의 전형적 현상. 새로운 질서가 정착하면 엄청난 호황이 온다.

4) 미국의 최대 전성기는 지났고 쇠퇴하는 5단계(내전 및 전쟁확률은 25%), 중국은 최전성기 3단계.

5) 미국 중앙은행 재무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지수에서 연준은 30%, 유럽 중앙은행이 60%, 일본이 120%다. 아직 미국은 여유가 있다.

6) 시간은 중국의 편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한다면 미국이 이길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중국의 발전에 대해 동맹국을 동원해 견제를 할 수 있는데 이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점이다.(ex. 칩4) 하지만 단순히 공산정권에 대한 적의에 인해 단면적으로 이 균형을 해석하면 위험하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미국의 필수 원자재 차단에 따른 궁여지책이었단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2부: 영구기관이 500백 년 동안 한일

여러 가지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변화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고방식이 변함에 따라 진화와 사이클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상업 혁명, 르네상스, 대항해시대, 식민주의, 종교개혁, 자본주의, 과학혁명, 1차 산업혁명, 계몽의 시대, 나폴레옹과 새로운 질서, 팍스 브리타니카, 2차 산업혁명, 공산주의 탄생 각 순간마다 인간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바뀌었고 그 결과 사회가 어떻게 폭풍적으로 바뀌었는지 저자는 짚고 넘어간다. 이와 비교해 오늘 우리가 접하고 있는 여러 변화 중에 진짜 역사를 바꿀 변화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재밌는 책이다.


네덜란드, 영국, 미국 제국의 발흥과 쇠퇴

 실제 제국의 흥망성쇠를 보면 경질 화폐에서 법정통화로 법정통화가 파산을 맞는 사이클이 반복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경제주체들은 쇠퇴하는 화폐 대신 다른 화폐를 교환의 매개로 삼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가는 그런 화폐들을 완전히 금지할 순 없어도 불법으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화폐에 대한 통제권을 잃으면 평가절하를 통해 부채를 자산화 할 수 없고 연명할 수 있는 나라도 망한다. 금본위제 아래 화폐 발행 능력을 잃은 나라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거대한 전환』참고) 그리고 그런 시도 속에 무력분쟁이 벌어지며 전쟁에 패하거나 자본의 탈출을 막으려는 시도가 무위로 돌아갈 때 제국은 멸망한다. 길더화로 표기된 자산이 폭락한 건 네덜란드 영국 전쟁에서 패배했을 때였다.


빅 사이클로 본 미국과 달러화의 부상과 쇠퇴

 금태환 약속이 깨어진 시기를 생각해보자. 금태환 거부한 뒤 10년 동안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미국이 충격을 받는 동안 다른 산업화 국가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7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약 14퍼센트. 그동안 금값은 급등했고, 원자재 값이 인플레이션을 추월했다. 금과 원자재의 수익이 30% 15%를 기록했다. 주식의 명목 수익률 5%와 국채 수익률 4%를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였다.

 그리고 이런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내에서 보이는 일반적인 화폐의 규칙도 잘 설명해주는데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를 많이 집어준다. 저자는 멕시코 디폴트 사태에 숏 포지션을 잡다가 많은 돈을 잃었다. 여기서 그가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이 부채에 표시된 통화를 찍어내고 부채를 재조정할 수 있다면 부채 위기가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고 위험하지 않다.`, `통화와 신용이 크게 증가하면 그 가치는 떨어지고 다른 투자자산의 가치가 오른다.`이런 그의 말들은 강달러의 상태, 현재 중국과 경쟁하고 있으나 미국이 충분히 주도권을 쥐고 신용을 창출해낼 수 있는 여유가 있음을 말해준다.


DALLE 한테 진자운동에 대한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는데 이런 걸 그려줬다.

 이렇게 역사를 해석할 때 레이 달리오는 A란 축과 B란 축의 에너지가 운동할 때 A가 강성하다는 자체가 다시 B에게 주도권을 주게 되는 현상. 물리학적으로 쌍방성을 가짐을 책에서 강조한다. (쌍방성이란 말은 내가 붙였다) 진자운동을 생각해보자. 높은 곳에서 내려올 때 운동에너지가 우월해지지만 점차 운동에너지는 0에 수렴하고 에너지 퍼텐셜은 상승한다. 다시 높아진 에너지 퍼텐셜은 운동에너지로 변환된다. 이것의 반복이다. 좌파와 우파의 담론의 역사도, 강대국과 경쟁국의 관계도 치마 길이에서도 동작한다. 레이 달리오는 이런 운동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12장 빅 사이클로 본 중국과 위안화의 부상

 레이 달리오는 중국 왕조의 역사를 보며 그들이 서구에 앞설 수 있었던 이유와 그들이 역사적으로 가져온 고유의 철학들이 그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했음을 강조한다. 심지어 국가 자본주의라는 행태에 대해 서구의 시각은 편협 그리고 그런 그들만의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서구의 스탠더드를 강요하는 그림은 좋지 않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모든 국가의 지도자가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관리하고 조정함으로써 국가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정부 정책의 숨은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에게 자본주의는 국민 대부분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수단이지, 자본가를 섬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중국인이 미국식 서구식 접근 방법을 따르기 위해서 그들의 방식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된다. 오히려 우리도 그들의 방식을 연구해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그동안 제국의 운명을 가로지은 요소를 동일하게 중국에 적용하여 어느 쪽에 강점이 있는지 소개한다.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자료는 "STEM 졸업생 수는 미국의 3배 (중략) 80년 이후 미국에서 3차 교육인구가 68% 늘 동안 중국은 2272% 늘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교육 투자와 혁신이란 이슈에서 확실하게 중국이 리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에선 인류사를 뇌라는 CPU의 효율적 사용 측면에서 분석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중국은 미국을 이길 수 있는 준비가 된 유일한 나라인 것이다. 한편으론 미국은 이민국가란 조금은 봐줄 수치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수입을 해봤자 1년에 1 천만명씩 올 것도 아니니)


미중 관계와 전쟁: 6가지 측면의 전쟁

 저자는 무역-경제, 기술, 자본, 군사, 문화 다양한 방위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양상에 설명하면서 양 국가가 가진 우위를 설명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최근에 벌어진 대만 해협의 위기도 포함되어 있다) 최종적으로 달리오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나는 그들이 인과관계를 기억하고 국가를 쇠퇴로 이끄는 과잉과 분열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이 마주하는 내분과 도전 과제는 외부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도전 과제보다 훨씬 중대하다.

전쟁을 준비하고 외교로 으르렁 거리고 동맹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전쟁과 전쟁에 참전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동맹이 아니라. 제국의 운명을 가르는 것이라고 레이 달리오가 추측 한 요인들 '지도자의 리더십, 교육, 시민의식, 부정부패, 자원분배 체계, 사고방식, 소득, 기술발전, 무역, 군사력, 금융'이란 것이다. 그것들이 되지 않으면 미사일을 쏘기도 전에 내전에 체제가 붕괴되고 국방비를 유지하지도 못할 테니 말이다. (특히 저자는 미국의 내전 위험을 높게 본다)


3부 미래

마지막 장에선 여러 선진국들에 대한 분석과 함께 (못 맞출 것을 알면서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강조하면서 어떻게 투자할지에 대한 조언을 제시한다. 이 중엔 한국 이야기도 나오는데 참 납득하기 힘들지만 20년 뒤 세계 6위의 국가로 분석된다. 쇠퇴하는 미국, EU, 일본에 비하면 나름 견실한 지표를 보여주는 나라로 나온다. 얼마나 다른 나라들은 엉망이길래 한국이 이런 상황에서도 6위의 국가가 될 수 있는걸까? 참으로 의문이다. 그 외에도 인도, 인도네시아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국가로 예측되며 여러 인구대국들의 국제적 위상이 지금의 우리가 느끼는 것과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그는 바라본다.


나에게 인상 깊었던 부분들

국내 부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본 통제가 적용되는 통화를 보유하고 있다면 얼른 빠져나와야 한다. 평가절하 되기 쉽다
50여 년간 투자 경험에서 내가 도출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시장과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생산성 향산으로 이어지는 진화가 빚어내는 상승세에 배팅하되, 그 과정에서 맞닥뜨릴 사이클과 충돌에 무너질 정도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배팅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인력을 고용하는 일이 점점 경쟁력이 없는 일이 되어 가는 시대에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이다
현금과 채권자산으로 부를 인식할 수 없다는 인식이 만연하게 되면 장기 부채 사이클이 끝나고 통화 체제의 구조조정이 다시 시작된다.
통화로부터의 탈출과, 그 통화의 평가절하는 일반적으로 심각한 부채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한다.
상황이 바뀌면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즉 최적의 방식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상황은 계속 변한다. 고집스레 체제가 항상 최고라고 믿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일반적으론 힘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불필요한 힘을 갖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전쟁의 매너를 어긴 독립군을 향해) 영국군은 불공정하다고 불평했다. 독립군은 영국군이 어리석다고 생각했고 전쟁에서 이겼다. 전쟁의 승리로 독립과 자유를 얻었으니 전투의 룰을 바꾼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 게 되어버렸다. 원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레이 달리오의 마지막 조언

1. 최악을 상상함으로써 투자의 방법을 찾아낸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과 자유를 누리는 동시에 좋은 결과를 내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2. 분산하라

매력적이지만 서로 관련이 없는 여러 대상에 배팅한 경우 잠재 이익을 전혀 줄이지 않고서 위험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이것은 투자 전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리한 토끼는 굴 세 개를 파놓는다.

3. 당장의 만족보다 지연된 만족을 우선시하여 미래에 더 나은 상황을 마주하라


4.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자산을 다각도로 분석하라


이렇게 조언까지 듣고 나니 빨리 나도 팀을 꾸려서 투자를 해보고 싶단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빨리 공부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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