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현 중앙대 심리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온라인 화상통화해 보셨나요? 온라인으로 화상회의를 마치고 난 뒤 진한 피로감을 느꼈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실제로 온라인 화상통화로 인한 심리적 피로감 문제가 최근 제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비대면 사회를 열다
혼란으로 가득했던 2020학년도 상반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례적인 팬데믹 사태에 온 국가와 사회가 마비될 위기에 놓였으나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생활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변화를 맞이한 대표적인 집단은 학생입니다. 몇 차례에 걸쳐 개강과 개학이 연기되고,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코로나 19의 기세가 다소 주춤하면서 대학교에서는 실습 과목 등 특수한 과목에 한해 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초·중·고등학교도 등교 개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등교 개학 이후 확진자의 수가 증가할 것에 대한 우려 또한 여전히 큰 상황이라,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학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있습니다.
모습이 변한 것은 비단 학교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 19 사태에 대응해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고 정부에 관련 지원금을 신청한 중소·중견기업은 2천 곳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각 기업에 자리 잡은 재택근무는 ‘유연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점차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출근과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포스코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신설했습니다.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직무 여건에 따라 전일(8시간) 혹은 반일(4시간) 동안 집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온라인 화상통화와 줌 피로증후군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의 핵심적인 요소는 ‘온라인 화상통화’입니다. 줌(Zoom)을 포함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 교수와 학생이,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이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화상통화가 가지는 한계 또한 명백합니다.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처음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프라인보다 그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온라인 화상통화 자체가 가지고 오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것입니다. 4월 28일,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줌 피로가 두뇌에 가하는 충격‘'라는 제목의 기사가, 다음 날인 4월 29일에는 《뉴욕 타임즈》에 '줌은 왜 끔찍한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강인규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는 강인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비록 '줌'을 제목에 붙였지만, 이 기사들은 특정 서비스가 아니라 팀스, 하우스파티, 스카이프, 페이스타임 등 화상통화 시스템 일반의 해악을 다루고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화면 속, 낯선 우리의 모습들
《뉴욕 타임즈》지는 카메라에 잡힌 한 사람의 모습이 상대방의 화면에 나타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며 지연되거나, 멈추거나, 싱크가 맞지 않게 되는 등 인공적인 방식으로 변하는 것을 이러한 화상통화의 핵심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왜곡은 때로 우리의 의식 수준 아래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우리의 지각을 혼란스럽게 하고 미묘한 사회적 단서들을 뒤죽박죽으로 만듭니다. 우리의 뇌는 그 공백을 메우고 무질서함을 이해하기 위해 무리를 하게 되며, 이 때문에 우리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한 채 막연하게 불안과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에 민감합니다. 실제로 감정을 표현할 때는 특히 눈과 입 주변의 미세한 근육이 복잡한 배열을 이루며 수축합니다. 이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인식되며, 서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름들은 픽셀화된 비디오에서 대역폭의 보존을 위해 사라지거나, 멈추거나, 뭉개지거나, 지연되곤 합니다. 이는 우리의 지각을 어지럽힐 뿐 아니라 상대방을 따라 하는 우리의 능력 역시 크게 방해하며, 공감과 연결에 필수적인 이 능력이 결여될 때 우리는 사람들의 반응을 읽기 어려워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화상통화를 하다 보면 우리는 서로 눈을 맞추지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억제됩니다.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사람들은 위, 아래, 또는 옆을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들을 보는 사람들은 그들이 흥미가 없거나, 교활하거나, 오만하거나, 비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화상통화, 어쩌면 온라인 눈치게임
화상통화를 할 때 우리는 상대방의 모습보다 자신의 모습을 더 많이 쳐다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에게도 너무나 낯설기 때문에, 우리는 각도와 조명에 계속해서 신경을 쓰게 됩니다. 또한 줌에서는 말하는 사람의 얼굴 주변에 빛나는 박스가 생기는데, 이는 마치 압박면접처럼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에 사소한 대화만을 주고받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피드백 역시 지연되기 때문에, 자신이 좋은 이야기를 말하는 보람이 없다고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지에 실린 기사 역시 유사한 문제점들을 지적합니다. 갤러리 형태의 화면은 뇌의 중심 시야에 한 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인식하도록 만들어 그 누구도, 심지어 발화자조차도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화상통화는 공동의 활동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한 대화만이 효과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행동은 인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미팅에서는 주변시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화상통화에서는 누락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의의 분열이 길게 이어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맥이 빠지는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뇌는 찾을 수 없는 비언어적 단서 찾기에 지나치게 집중하며 낯선 과도한 자극에 압도됩니다.
장소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도 존재합니다. 걷기라는 단순한 행동이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들은 많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학교나 회사에서, 우리는 휴게실이나 정수기 근처에 모일 수 있습니다. 복도에서 머리를 맞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동료들을 만나는 물리적 장소 역시 중요합니다. 모든 장소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물들이는 내재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의 비정형적인 덩어리로 합쳐집니다. 또한 화상통화 동안 우리는 통화방에서의 대화 속도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 갇혀 있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줌 피로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줌의 남용은 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일부 기업 및 사회 그룹은 과도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도 적절하게 전달되었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가상 회의를 개최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한 주가 있었던 일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같은 컴퓨터 스크린에 모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짧은 시간의, 더 적은 회의를 하는 것은 중요한 정보를 더 간결하고 능률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용이성을 가지기 때문에 화상으로 하는 회의를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부서를 가진 회사의 경우, 추가적인 회의는 휴게실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유사하게 소규모의 화상통화방에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인원수가 적다는 것은 부담이 적어짐을 의미하며, 이는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느끼고 더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듭니다. 더 작은 가상 집단은 더 큰 단합력과 친밀감을 보입니다.
학교 수업의 경우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적은 대형 강의는 동영상을 이용한 강의와 실시간 화상수업을 함께 활용하거나 e-class 등을 이용하는 방법 역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의 통로를 화상통화만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열어놓음으로써 줌 피로증후군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피로가 아닌 재미를 위해서입니다. 가상의 방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들이 계속해서 홍보되고 있고, 그 서비스가 대부분 무료인 지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선택에 있어 더 신중해지고 있습니다. 가상의 사회적 만남의 기회가 너무 많은 것에 당황한 많은 사람들은 몇몇 친구들과의 잦은 만남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화상통화가 아닌 음성통화로 돌아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밖에 나가는 것이 어렵고 두려운 지금, 그러나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지낼 수는 없습니다. 화상통화는 사람들을 만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그러나 과유불급, 너무 과하면 독이 됩니다. 효과적인 코로나 19 시대의 삶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여러 도구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겠죠. mind
<참고문헌>
강인규 (2020.06.18), ""원격수업은 왜 끔찍한가"... 전문가들의 이유 있는 경고" 오마이뉴스
이영재 (2020.06.23) "'코로나19 사태' 재택근무 도입 중소기업 2천 곳 넘어 연합뉴스
Julia Sklar (2020.04.28), "'Zoom fatigue' is taxing the brain. Here's why that happens." National Geographic
Kate Murphy (2020.04.29), "Why Zoom terrible" New York Times
Richard E. Cytowic (2020.05.23) "Escape from Zoom fatigue, and what to do about it" Psychology Today
Wendy L. Patrick (2020.04.27) "Are Zoom meetings tiring you out? Here's how to recover" Psychology Today
유승현 중앙대 심리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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