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 수료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예측하는 모형을 만들면 방역의 효과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보고, 보다 효율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형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어느새 7월입니다. 더위 때문인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멍해 있다가 화들짝 놀라 이러면 안 되지, 하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이젠 손만 씻으면 자동으로 생일 노래가 나오는 게 서글프지만, 그래도 여름이라 좋은 것도 있습니다. 수박, 팥빙수, 냉면(어째 음식 이름만 나오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저녁 산책 같은 것들이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는 요인 찾기
얼마 전 바이러스의 확산을 예측하는 논문이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어떻게 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위험의 심리학에 대한 책을 보다가 마침 비슷한 논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2005년에 나온 논문이라 시간은 많이 지났습니다만, 분석 모형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자세한 보충자료가 논문과 함께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 논문의 연구목적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전염을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는 모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발표된 2005년 당시 조류독감은 동남아시아에서 55명의 사망자를 내고 새들의 이동에 따라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이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염되는 형태로 변이 하여 대유행(팬데믹)으로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Breakwell, 2014).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 치료제 사용과 같은 방지책을 적용했을 때 전염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는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보는 모형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논문에서 한 것처럼요.
전염 가능성을 숫자로 나타내기
그런 모형은 어떻게 만들까요? 먼저 연구자들은 전염 가능성을 숫자로 나타내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숫자는 일차 감염된 인구를 면역이 생긴 인구로 나눈 것(일차 감염된 인구 수÷면역이 생긴 인구수)입니다. 만약 이 숫자가 1보다 크면 바이러스는 전염되지만, 1보다 작으면 전염률은 낮아집니다.
이게 무슨 얘길까요? 전체 인구가 10명이라고 해 볼까요. 일차 감염된 인구가 6명이고 면역 인구가 4명이면 전염 가능성은 1.5입니다. 반면 일차 감염된 인구가 4명이고 면역이 생긴 인구가 6명이라면 전염 가능성은 6분의 4, 즉 약 0.67입니다. 첫 번째 경우 바이러스는 퍼져나가겠지만 두 번째 경우 억제됩니다. 한 마디로 면역이 된 인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면서 항체가 없는 인구보다 많아야 확산세를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연구의 목적은 바이러스의 전염을 효과적으로 늦추는 모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전염 가능성을 1 이하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감염 예방을 위한 항생제를 미리 적용하면(당시 백신의 효과가 확실치 않았기 때문에 효과가 확실한 항생제를 적용했다고 하네요)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계산을 해 봅니다.
컴퓨터로 바이러스 확산 속도 계산하기
그런 계산은 또 어떻게 하는 걸까요. 연구자들은 18세기 영국 통계학자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의 조건부 확률에 대한 정리(Bayes’ theorem)를 기본으로 하는 베이즈 분석(Bayesian analysis)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심리학에서 많이 활용해 온 변량 분석(ANOVA)이라든지 t검증과 같은 분석방법의 논리는,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연구대상이 되는 인구 전체(모집단)의 특성을 실험집단에서 나오는 결과를 통해 객관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세운 연구가설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자’입니다. 반면에 베이즈 분석은 ‘실험집단을 통해 모집단의 특성을 추정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고려할 수 있는 변수를 다 넣고 선행연구 결과도 생각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정확하게 예측해 보자’는 접근방식입니다.
연구자들은 조류독감 발생 지역 중 자료를 구할 수 있었던 태국 자료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태국의 총인구는 8천5백만 명이었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1차적으로 접촉하는 곳은 집, 학교, 직장이라고 가정하고, 그 외의 우연한 접촉(장을 보러 간다든지, 커피를 사러 간다든지 하는)도 추정하여 계산에 넣었다고 합니다.
계산에 들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수는 인구밀도, 사람들의 평균 이동 거리, 바이러스의 잠재기와 전염 속도입니다. 연구자들이 이러한 대푯값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한 자료는 가구, 학교, 직장의 평균 사람 수, 연령 분포(태국 정부 데이터), 2,500명가량을 대상으로 태국 대학교에서 설문 조사한 통학, 통근 거리, 바이러스의 잠재기와 전염 속도에 대한 여러 선행연구입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항생제를 적용하는 지역의 범위, 적용하는 시점에 해당하는 값을 여러 경우로 바꾸어서 적용해 보는 것이지요(그 외에도 슈퍼 전파자 유무, 바이러스의 발견율, 치료율, 연령에 따른 치명률, 거짓 양성이 나올 확률 등도 고려합니다).
계산 결과는?
계산 결과,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1.8 이하라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예방약 사용을 통해 대유행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림 c는 예방약 적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함께 했을 때의 전염 억제율을 나타냅니다. 전염이 시작된 곳 반경 5킬로미터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예방약을 제공하고 학교와 직장을 폐쇄한다고 가정했을 때, 파란색 선은 1백만 건, 보라색 선은 3백만 건, 초록색 선은 5백만 건, 빨간색 선은 무제한으로 약을 제공했을 때를 나타냅니다. 약을 많이 제공할수록 전염이 억제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의 약물을 사용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최선이겠죠? 그림 d를 보면 3백만 건의 약을 사용했을 때의 효과(보라색 선)가 5백만 건, 무제한과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3백만 건의 약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제안합니다.
그림 e는 이렇게 할 때(빨간색 선)와 하지 않을 때(파란색 선) 확진자 수를 비교한 그림입니다. 통제했을 때도 확진자 수는 어쩔 수 없이 늘어나지만 통제하지 않을 때에 비해서는 억제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 f는 통제를 태국에만 한정할 때(파란색 선)과 주변 국가도 함께할 때(빨간색 선)를 비교한 그림입니다. 주변 국가들도 함께 할 때 훨씬 효과가 좋네요.
글을 마치며
이 논문에서 다룬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이 다르고, 그때와 지금의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이 논문의 결과를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때의 연구 경험은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법에 대한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들 코로나가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것 같다고 하네요. 백신으로 인간이 바이러스를 이겼는 줄만 알았더니, 그 생각은 정말 저의 오만이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이전의 일상이 참 감사한 것이었다는 생각, 모두가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천천히 찾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애쓰고 있겠지요. mind
<참고문헌>
Breakwell, G. M. (2014). The Psychology of Risk. Cambridge University Press.
Ferguson, N. M., Cummings, D. A. T., Cauchemez, S. and Fraser, C. (2005). Strategies for containing an emerging influenza pandemic in Southeast Asia. Nature, 7056, 209–14. DOI: https://doi.org/10.1038/nature04017.
신기원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 수료
중앙대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위험지각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내용과 형식이 아름다운 심리학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꿈은 나와 우리가 함께 행복한 삶의 길을 찾는 심리학에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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