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말 부지런하고 열정 가득한 사람이었다. 나라는 사람을 떠 올리면 항상 성실히, 자기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아침 일찍 눈을 뜨면 식구들 먹일 반찬을 하고 5시쯤 일어나 일기쓰고 독서하고 그러는 루틴이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왔으며 왜 그렇게 부지런을 떨었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지금은 그만큼 나는 늙었고, 에너지도 많이 없는 상태인듯하다.
핸드폰을 새로 사면 배터리 충전도 잘되고 또 사용시간도 길다. 그러나 사용하면 할수록 배터리가 금세 닳는 것이 느껴진다. 요즘은 핸드폰 기술이 좋아 일 년이 지나도 배터리가 상태가 상당히 좋다. "나"라는 사람의 배터리 상태가 최신 핸드폰의 기술만큼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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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마흔일곱, 나의 마음에 공감하는 비슷한 사람들의 푸념을 듣고 싶다. 나도 그래요. 뭘 조금만 해도 방전이 되네요. 이런 말... 나만 그렇지 않다는 위로를 받고 싶다. 예전 같지 않음에 한 번씩 서글퍼진다. 이것도 노화현상의 하나인가, 아니면 과로인가. 열정 많고 에너지 많고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은 그때로 돌아가고 프네. 마흔일곱에는 이런 현상이 당연한 것인가?
제일 하기 싫은 것이 반찬하고 설거지 하기. 우습게도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생명을 연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인데 무려 엄마가 되는 사람이 이것이 싫다니. 어쩌지? 아직 우리 아이들은 한참 먹고 열심히 공부할 나이인데... 때론 미안하고 때론 안쓰럽고 때론 학교급식에라도 위안을 얻는다. 입에 맞지 않는 반찬들을 억지로 사며 그것도 반찬이라며 식탁에 올리면 아이들은 바로 알아차린다. 엄마 스타일이 아닌 것을, 그래서 젓가락 한번 가지 않는다. 다시는 반찬을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내가 일에 지쳐 반찬을 못하고 애들이 먹을 것이 없겠다 싶으면 또 잊고 사게 된다. 그것을 아이들이 먹을 반찬이 아니라, 그냥 나의 죄책감을 이렇게라도 사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반찬이 아니라 죄책감 퉁치기다
갱년기인가? 열정도 도전의식도 없다. 나의 직업 특성상 오전에 피곤하면 한 숨 자도 된다. 그런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하루를 버틸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난 채로 아이들 아침식사를 챙기고 학교를 보내고 나면 나는 옷을 갈아입고 바로 산에 가서 열심히 걷고 돌아와 샤워 후 맛나게 밥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고 바로 나의 일터로 가서 청소하고 하루 업무를 기분 좋게, 미리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그냥 머릿속에만 있다.
휴......
현실은 그냥 무거운 몸을 침대 위로 던지고 늦지 않게 깨서 몽롱한 상태에서 밥을 대충 쑤셔 먹고 씻고 출근한다. 허겁지겁.... 그리고 바쁘게 업무가 시작된다. 그리고 퇴근시간만 기다린다. 집에 오면 지쳐서 대충 씻고 눕는다.
예전의 나와 너무나 다르니 참으로 나를 데리고 살기 힘들다. 할 일은 한 가득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