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들려주는 동화1
자기만 아는 뚱딴지
뚱딴지는 자기만 아는 아이예요. 뚱딴지는 어린이집에서 가장 먼저 밥을 먹어요. 그러고 나서 가장 먼저 장난감을 차지하고 놉니다. 뚱딴지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자동차 장난감이예요. 어린이집에는 자동차 장난감이 10개가 있는데, 뚱딴지는 10개 모두 자기가 가지고 놀아요. 어느 날, 뚱딴지의 친구 토토가 뚱딴지 옆으로 와서 말했어요.
“나 자동차 하나만 가지고 놀아도 돼?”
토토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동차 장난감으로 손을 뻗었어요. 그러자 뚱딴지는 얼른 토토의 손에서 장난감을 멀리 가져가며 말했어요.
“안 돼!”
“왜 안 돼? 너는 많이 가지고 있잖아!”
토토가 뚱딴지가 가지고 노는 자동차 장난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그러자 뚱딴지가 말했어요.
“이것들은 다 내 거야. 너는 손대지 마!”
그러자 어린이집 선생님이 오셨어요. 선생님은 뚱딴지에게 말씀하셨어요.
“뚱딴지야, 이곳의 장난감은 우리 모두가 함께 가지고 노는 거야. 너 혼자 자동차 장난감 열 개를 다 가지고 놀 순 없단다.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은 아이가 너 말고도 많이 있거든.”
“싫어요.”
뚱딴지는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에게서 몸을 돌려 버렸습니다.
“이거 다 내 거예요.”
뚱딴지는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은 채, 자동차 장난감은 다 자기 거라고만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우르르쾅!
난데없이 벼락이 치면서 하늘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무섭다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뚱딴지는 그와중에도 자기 장난감들을 지키려고 꼭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어린이집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리고 뚱딴지를 제외한 모두가 사라졌습니다. 토토도, 선생님도, 다른 어린이들과 선생님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뚱딴지는 어리둥절한 채 제 장난감 자동차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장난감 자동차들이 쑥쑥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의 문이 열렸습니다. 문 안에서는 기괴한 모양의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머리가 대걸레처럼 생긴 괴물, 몸이 흐느적거리는 괴물, 발바닥이 선풍기 날개 모양으로 생긴 괴물들이 뚱딴지에게로 다가왔습니다.
“너희들은 뭐야?”
뚱딴지가 소리쳤습니다.
“우리는 자동차 괴물들이야.”
괴물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웃었습니다.
“우리는 욕심 많은 어린이들의 친구지.”
“그게 무슨 말이야?”
“자동차만 가지고 노는 어린이들에게는 우리가 친구가 되어준다고.”
발에 선풍기 날개를 단 괴물이 뚱딴지에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너는 왜 장난감을 하나도 친구에게 주지 않았지?”
“싫으니까!”
뚱딴지가 말했습니다.
“그렇구나. 좋아. 잘했어. 우리는 그런 친구들을 좋아해.”
괴물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자기 것이라고 하거든. 우리도 그래. 우리도 세상 모든 것들을 다 먹어치우지.”
그렇게 말한 괴물이 자기가 나온 자동차를 향해 입을 벌렸습니다. 입이 쫙 벌어지면서 그 큰 자동차가 꿀렁꿀렁 괴물을 입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안 돼! 그건 내 자동차라고!”
뚱딴지가 소리쳤으나 이미 괴물은 자동차를 다 먹어버린 후였습니다. 트림까지 꺼억 하고 난 괴물이 다른 자동차로 걸어갔습니다.
“먹지 마! 이건 내 거야, 내 거라고!”
뚱딴지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괴물들이 자동차를 먹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새 자동차는 다 없어지고 뚱딴지 앞에는 자동차를 먹어서 더 커진 괴물이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었습니다.
“으아, 지독해!”
트림 냄새와 방귀 냄새로 주변에는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뚱딴지는 코를 틀어쥐었습니다. 너무나도 기분이 나빴습니다.
“너희는 뭐야! 왜 나타난 거야!”
뚱딴지의 말에 괴물들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말했잖아. 너하고 친구하려고 왔다고.”
“난 너희 같은 친구는 필요 없어!”
뚱딴지가 말하자 대걸레 모양의 괴물이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 같은 욕심 많은 친구가 좋아. 착한 친구들은 매력이 없거든. 그러니 너는 나와 친구를 하자.”
“싫어!”
뚱딴지가 강하게 거부했으나 대걸레 괴물은 뚱딴지에게 다가오며 말했습니다.
“싫어도 할 수 없어.”
어느새 뚱딴지의 몸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뚱딴지가 가지고 놀던 자동차만큼 작아진 뚱딴지를 괴물이 제 손바닥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팔과 다리를 쭉쭉 잡아 당겼습니다.
“으아, 싫어, 왜 그러는 거야!”
뚱딴지가 소리쳤습니다. 괴물이 말했습니다.
“같이 노는 거잖아.”
“이게 뭐가 같이 노는 거야! 난 분명 싫다고 말했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야. 너도 그렇게 했잖아.”
그때 뚱딴지 주변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괴물들도 손바닥에 뚱딴지와 같은 어린이를 한 명씩 데리고 있었습니다.
“저 아이들도 너처럼 모두 욕심쟁이 어린이들이야. 자기만 알다가 저렇게 되었지. 흘흘.”
괴물이 웃었습니다.
“저 아이는 엄마와 아빠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는 어린이야.”
괴물이 가리키는 곳에, 선풍기 발을 한 괴물의 손바닥에 있는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뚱딴지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아이는 괴물의 손에 발 하나가 들린 채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재밌지, 흐흐.”
“놔줘! 놔 달라고!”
괴물들은 하나같이 어린이들을 괴롭히면서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뚱딴지는 점점 이 상황이 무서워졌습니다. 괴물들이 사라지고, 친절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보고 싶었습니다. 토토와 다른 친구들도 보고 싶었습니다.
“너희는 싫어!”
뚱딴지가 말했습니다.
“싫다는 데도 저렇게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되는 거야!”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라니까.”
괴물이 말하며 뚱딴지를 간지럽혔습니다. 뚱딴지는 간지럼을 제일 싫어했습니다.
“싫다고!”
“너도 하고 싶은 대로 했잖아. 다른 아이들 마음은 관심이 없었잖아.”
괴물이 말을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마음대로 할 거야.”
뚱딴지는 다시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괴로움에 여전히 몸부림을 치고 있었고, 괴물들은 그것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뚱딴지는 더는 이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 돼, 그렇게는 안 될 거야!”
뚱딴지는 괴물의 뺨을 발로 걷어 찼습니다. 그리고 펄쩍 그의 손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던 뚱딴지의 눈에 저 멀리 빛이 보였습니다. 그곳으로 가면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뚱딴지는 그곳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그곳에는 다른 아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뚱딴지는 다른 괴물에게 달려갔습니다. 선풍기 발을 한 괴물의 발을 콱 밟자 괴물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때에 뚱딴지는 얼른 그 손바닥에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끌어 내렸습니다.
“같이 도망가자!”
뚱딴지는 자신처럼 괴로움을 겪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뚱딴지와 그에게 구출된 어린이는 다른 아이들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난 아이들은 자신들을 향해 오는 괴물들에게 소리쳤습니다.
“너희는 내 친구가 아니야! 나는 너희하고 달라!”
뚱딴지와 어린이들은 빛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리고 뚱딴지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일어났니?”
뚱딴지는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곳은 어린이집이었습니다. 낮잠 시간이었는지 뚱딴지는 평소 덮는 이불을 덮은 채 누워 있었습니다.
뚱딴지의 옆에는 토토가, 그 옆에는 다른 친구들이 누워 자고 있었습니다. 뚱딴지의 옆에는 그가 잘 때까지 꼭 품에 안고 잔 열 개의 자동차 장난감이 있었습니다.
그 장난감을 보자 뚱딴지는 부끄러워졌습니다.
‘나도 그 괴물들하고 똑같았었구나.’
뚱딴지는 장난감 자동차를 하나 집어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그 장난감을 절대 다른 아이들이 만지지 않게 하라고 해서 여기 두었어. 그런데 다른 친구들도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데.”
“그래요.”
뚱딴지가 말하며 토토의 머리맡에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놓아 두었습니다.
“가지고 놀라고 하세요.”
선생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이니?”
“나처럼, 다른 친구들도 가지고 놀고 싶을 거니까요. 내가 나만 생각하면, 나는 괴물이 될 거예요.”
뚱딴지는 말하며 자동차 장난감을 다른 친구들의 자리에도 하나씩 놓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