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필라테스 하세요.
필라테스를 한 지가 햇수로 2년이 되어 간다. 대한민국의 대표 골골이인 내가 필라테스를 시작한 것은, 한 작가의 결혼식에서 만난 다른 작가의 고백 때문이었다. 그 작가는 오래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일대 일 필라테스를 시작했단다. 시작하면서의 목표는 하나였다고 한다. '직립보행'. 내가 보기에는 그 작가가 직립보행을 못 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그때는 시작한 지 1년이 넘어서인 것 같다. 인간의 조건조차도 충족하지 못할 정도로 안 좋은 몸이 1년 사이 많이 회복이 된 것을 보면서, 나도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다녔던 센터는 여러가지로 별로였다. 가성비는 가장 좋았지만 강사의 태도에서부터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일대 일 필라테스를 하는 강사가 매번 시간 변경을 요구하는 바람에 화를 냈던 적도 있었다. 두 번째 센터는 그에 비해서는 강사의 태도나 운동 강도 등이 만족스럽기는 했다. 지금도 계속 그 센터를 다니고 있다. 단체로 들었다가 개인으로 들었다 다시 단체로 듣게 되었는데, 이제는 한 강사 수업만 대부분 신청해서 듣고 있다. 그 강사는 태도며 동작 설명 등 다 좋다.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이 있다. 열 번의 같은 동작을 하고 나서 '예고도 없이' 이어서 다른 동작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 그 동작을 하면서는 '열 번만 할게요.'라고 해서 열 번 끝나고 쉬어야지, 라고 나름 생각하고 있으면 '자 열. 아니, 내리지 말고 드세요. 오 센티만 더 들고 3초 버티기!'를 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3초 버티기로 끝나면 다행이다. '오 센티만 더 들고 3초 버틴 다음에, 이번에는 앞으로 차기 열 번!' 이러면 정말이지 화가 난다.
특히 다리를 쭉 뻗고 하는 동작은 반드시 열 번 운동으로 끝내지 않는다. 보통은 다른 식으로 들기를 하고 거기에 '원 그리기'까지 한다. 원 그리기는 한 다리를 쭉 펴고 그 다리로 원을 그리는 것이다. 보통 축구공을 그리라고 하는데 대부분 그리는 원은 럭비공이거나 쭈글쭈글한 바람 빠진 풍선이다. 언제는 너무 화가 나서 대놓고 다리를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기도 했었다. '나 너무 힘든데, 이렇게 열심히 시키다니, 두고보자!'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 혼자 쉬는 것도 자존심이 상한다. 그리고 그렇게 중간에 쉰 날은, 어쩐지 운동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2년이 지나면 적응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여전히 동작은 힘들고, 땀은 비오듯이 떨어진다. 그런데 최근에 또래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이 정형외과에 다니고 있었다. 내 나이 즈음이 되니 오십견을 비롯한 디스크 등등의 질병에 시달리게 된 것이었다. 나 역시 운동을 하면서는 여기저기가 아파서 정형외과를 다니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딱히 아픈 곳이 없어 안 다니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표 골골이로 안 다녀본 병원이 없는데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뼈나 근육이 '멀쩡'한 것을 보면 필라테스의 위력이 꽤 강력한 모양이다. 일주일 두 세번 정도, 그저 벌 받는다 생각하고 시키는 동작을 따라하는 것뿐인데 그것으로 건강이 유지된다면 꽤나 가성비 있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몸만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땀을 흘리면서 동작을 다 따라하고 나면 내가 이만큼 해냈다는 성취감도 든다. 2년이 되니 힘들기는 해도 대부분의 동작을 놓치지 않을 정도는 되었는데, 그렇게 하고 나면 '와 진짜 내가 필라테스를 하네, 우리 엄마가 알면 기함을 하겠네'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약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운동을 안 시키고 먹을 것만 잔뜩 주셨다. 그 결과로 내 몸은 더 안 좋아지고 나는 위장장애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런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니 굽었던 등이 펴지고 몸에 순환이 잘 되면서 소화도 잘 된다. 게다가 습관적인 위장장애가 사라지니 스트레스도 감소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몸에 기운이 생겼다. 여러가지로 좋은 일만 가득하게 된 것이다.
지금 회원권은 내년 4월까지라, 계속 이어서 할지 아니면 다른 운동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뭘 하든 계속 하긴 할 것이다. 그것은 내 몸이, 이제는 필라테스든 뭐든 하면서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괴로워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필라테스를 하라고, 아니 뭐든 운동을 하라고 말을 하고 다니는데 그것을 지키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하지만 날이 추워질 수록 운동하기 싫을 수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 정말로 그럴 때에 몸과 마음에 가져오는 유익은 밤을 새워 말해도 부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