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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나비 Dec 14. 2024

작가 모임에 갔다

우리도 작가 모임 있어요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작가 모임에 갔다. 이 출판사는 연말마다 작가 모임을 열어서 여러가지 게임도 하고 저녁 식사도 제공하고 선물도 준다. 작년에 갔다가 스테이크가 맛있어서 올해도 계약을 하고 작품을 썼다. 작품을 쓰는 목적은 작가 모임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것이긴 했지만, 진짜 작품 성적을 말아먹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잘 되기를 바랐는데 폭망하고 나서 작가 모임에 가려니 면목이 서지 않았지만, 하필 같은 모임에 지인 작가가 오는 데다 지방에서 오는 그와 미리 만나서 놀기로 약속을 했으므로 갔다.


나와 함께 만나서 간 그 지인 작가는, 처음에 내가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로 알게 되었다. 무료 연재 사이트에서 소설을 읽는데, 다른 소설과 달리 스토리가 상당히 매력이 있고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그 작가가 하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고, 또 작가 카페에서 종종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던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그 작품을 쓴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벤트 당첨된 사람과 작가 카페에서 만난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그러다 메일로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아이를 낳고 7-8년을 지나서도 계속 인연이 이어지게 되었다.


내가 처음 봤던 눈은 틀리지 않아서, 그는 지금은 출판사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대작가가 되었다. 모임 장소 근처 카페에서 미리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모임이 열리는 장소로 갔는데 그 작가는 앞에서부터 출판사 관계자의 환영을 받았다. 나는 조용히 내 이름표를 가지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테이블마다 작가 이름이 있었는데, 물론 내 작가명을 아는 작가들은 없었고 나를 아는 척하는 작가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제 이름 앞으로 가자마자 옆자리 작가가 아는 척을 하며 반갑게 손을 잡고 흔들어 댔다. 아 이런 것이구나. 그 작가도 나도 그리고 아는 척한 작가도 잘못이 없었으나 상처는 내 몫이었다.


모임은 잘 마쳤다.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다른 작가와도 금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자꾸만 내 안에서 드는 생각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한 번도 웹툰화가 된 적이 없으나, 어느 정도 이름이 난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이 웹툰화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여 웹툰화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입을 꾹 다물어야 했다. 작가 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급을 나누는 적은 없으나, '저 사람은 내가 처음 듣는 필명이라고 생각하겠지'라고 혼자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치 성적표를 이름표 대신 붙이고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기분이랄까. 연예인들도 만나면 이럴까, 유재석 친구들은 꽤 불편하기도 하겠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들도 들었다.


작품을 계속 썼지만 이름이 나지 않은 작가라는 존재는 어떤 것일까. 집에 오면서 나는 즐거웠지만, 한 편으로는 조금은 쓸쓸했던 모임을 반추해 보았다. 그렇다고 나보다 잘 나가는 작가와는 모조리 손절하는 것만이 답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나는 지금 내가 아는 지인 작가 대부분과 손절해야 한다. 이걸 이야기하니까 더 초라해진다.)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상대는 또 나에 대해서 질투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저 알면서도, 저 사람도 저 자리에서도 힘들겠구나, 질투하지 말고 그냥 들어줘야지 하고 최대한 공감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말한 그 작가도 남들 앞에 뻐기거나 자신이 잘 나간다고 으스대는 작가는 아니다. 그래서 나를 대하는 것이 불편하기도 할 것이다. 비슷하게 데뷔를 했는데 그는 매우 잘 나가는 반면 나는 그렇지 못하기에 혹시 이런 부분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말을 할 때도 조심스럽게 되는 것이다. 언제는 그가 데이터가 궁금하다며 서로 수익을 오픈하는 것에 대해 문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물론 내 수익을 전혀 몰랐고, 그저 정말로 궁금해서 말을 한 것일 텐데 나는 그러면 더 그와 벽이 생길 것 같아 거절을 했다. 그러고도 잘 지내고 있지만, 서로 민감한 부분은 조심하기에 관계가 이어지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작가 지인들을 만나면 여러가지로 힐링이 되고 고맙기도 하다. '저 사람은 나보다 돈도 많이 버는데 무슨 고민이 있겠어' 라는 생각에 빠지지 않는다면, 수익이 아무리 많아도 여전히 나처럼 쫄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두려워도 하고 앞날이 불안하기도 하다는 것을 알면서 나의 미래 역시 알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만약에 진짜 대작을 낸 작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이 많은 쫄보겠군'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럴 때에 뭔가 큰 공감 아래서 힐링이 되는 면이 있다.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잘 나가든 아니든 우리는 그저 '작가'고 '사람'이라서, 비슷한 기분과 감정 아래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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