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몸에 안 좋은 거 알아요
커피도 안 마시고, 술도 안 마시고, 우유조차 유당불내증 때문에 많이 마실 수 없는 내게 유일한 낙이 있다면 바로 탄산음료다. 물론 물이 가장 좋은 음료수지만 물에는 일탈의 짜릿함은 없기에, 톡 쏘는 이산화탄소처럼 짜릿한 일탈의 맛, 바로 탄산음료는 내 밋밋한 일상을 채우는 유일한 낙이다.
그렇다고 내가 밤낮 탄산만 마시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작은 캔으로 사이다 여러 캔을 사 두었는데 보통은 하루 한 캔 정도 마신다. 좀 달려야 겠다 싶은 날은 두 캔을 마시기도 하지만 세 캔까지는 마시지 못한다. 나름 이것도 조절을 하는 셈인데, 건강했던 엄마가 노년에 접어들어 당뇨가 오는 것을 보고는 더 위기감이 들기도 해서 최대 두 캔의 정량을 지키고 있다.
가끔 좀 많이 일탈하고 싶은 날은 사이다 대신 콜라를 마신다. 콜라는 좀 더 안 건강한 느낌이 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 마시면 제격이다. 특히 아이를 재우고 난 밤에 치킨과 함께 먹는 콜라는 세상 무엇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맛이다. 그것은 콜라가 진짜 맛있어서라기보다는 이 맛있는 치킨과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없는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에 가깝긴 하지만, 그럼에도 콜라가 없었다면 내 이 쓴 속을 무엇으로 달랠까 싶은 마음이 든다.
사이다와 콜라가 너무 무채색이라 재미가 없다면, 나의 인생이 오렌지처럼 환하게 타오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환타를 마신다. 응급실 의사들은 또다른 이유로 환타를 마시지 않는다지만(환자 탄다고 해서 환타 마시면 없는 응급 환자가 생긴다고들 한다) 나에게는 환타가 무채색의 세상을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는 아름다운 음료다. 환타는 맛도 무언가 밝고 달달한 맛이라서 꼭 먹고 나면 어린 아이가 재잘재잘 입속에서 떠드는 것 같다. 콜라는 묵직하고 사이다는 그저 밋밋하게 톡 쏜다면 환타는 따스한 빛으로 내 몸 속을 물들이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환타를 자주 마시지는 않는다. 까닭은 남편이 사다 놓는 것은 사이다이고, 가끔 배달 음식에서 딸려오는 것은 콜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나가 환타를 사올 만큼의 노력을 하고 싶지는 않기에 나는 그저 집에 있는 것을 마실 뿐이다. 그것도 남편에게 한 소리를 하면서. “왜 자꾸 사다 놔.” 그러면 남편도 한 소리를 한다. “안 먹으면 되잖아. 내가 먹으려고 산 거야.” “사 놓으니까 자꾸 먹잖아.” “안 먹으면 되잖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말을 하며 나는 오늘도 탄산을 마신다. 결국 언젠가는 이것도 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