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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작품을 론칭했다. 플랫폼에 내 작품이 나오는 날, 작품의 운명은 결정되기 마련이다. 첫 주에 성적이 어떤지에 따라 그 후 작품의 성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보통 작가들은 긴장이 되어 그날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나 역시 실시간으로 휴대폰만 들여다보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책을 꺼내 들었다.
그 책은,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라는 책이었다. 정아은 작가가 쓴 ‘작가’에 대한 에세이로 빌려다 놓고 보지 못 하던 책이었는데 마침 그날 떨리기도 하고 아무 것에도 집중이 되지 않아서 그 책을 읽기로 했다. 처음에는 슬렁슬렁 보다가 집중해서 끝까지 보았고, 그날 잠이 오지 않아서 밤에 글을 썼다. 웹소설 작가의 삶과 일반 소설 작가의 삶, 쓰는 삶이 얼마나 괴롭고 또 외로운지, 나날이 성적에 치이는 삶은 얼마나 아픈지. 공감하면서 마음으로 울면서 쓴 글을 그달 말에 있었던 글쓰기 모임에 가져갔고, 다른 모임원들도 그 글을 읽고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그후에 나는 정아은 작가의 소설 데뷔작을 읽었다. 세세한 묘사를 싫어하고 그저 짧은 한두 문장으로 사건을 전개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정아은 작가의 작품이 딱 맞았다. 그 작품 역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독하고 짧은 감상까지 남겼다. 천천히 다른 소설들도 찾아봐야지. 앞으로 쓸 소설들도 기대해야지. 나는 정아은 작가의 팬이 되었다. 언젠가는 정아은 작가를 만나서 싸인도 받아야지. 그 책을 읽고 나도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이야기해야지. 그런 바람과 소망을 가졌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황망하고 안타까운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확인했다. 정아은 작가의 작고 소식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몇 번이고 글을 다시 읽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롭게 쓸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다니.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나 혼자서라도 친분을 쌓았던 작가가 떠났다는 소식에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솔직한 작가였다. 제 자신을 숨기지 않으며, 제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작가였다. 그것이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것일지라도 그는 드러내어 말하는 것을 겁내지 않았다. 스스로를 미물이라 칭하며, 계약이 안 되어 작가로 불리기도 부끄러웠던 시기를 스스럼없이 고백한 작가 덕분에 나 역시도 내 자신에게 솔직하고 당당할 수 있었다. 글을 많이 팔아서가 아니라, 상을 받고 이름이 나서가 아니라, 쓰고 싶어 쓰기에 작가라는 그의 말에 많은 위로를 받고 내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나를 모르지만, 그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슬프고 아쉽고 황망하고 기가 막히지만, 한 편으로는 그의 짧은 생애를 통해 나는 내가 어떤 작가가 되어야 하는가,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웹소설 작가가 되면 가장 많이 빠지게 되는 함정이 ‘돈을 많이 버는 작가’가 가장 성공한 작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점이다. 워낙 상업적인 공기가 만연한 곳이다 보니 작가들끼리 보이지 않는 비교와 경쟁이 심하고 다운로드 수가 높은 작가를 더 우러러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면, 독자들은 내가 쓴 글이 돈을 많이 버는 글이라는 것을 기억해 줄까. 나는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라는 책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 책에서 내 마음과 통한 부분, 정아은 작가의 내밀한 감정을 이야기해준 부분이 정말로 좋았다.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소설이 얼마나 팔렸든지 간에, 그 글에서 제 마음에 닿는 부분, 내가 정말로 쓰고 싶었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그 부분을 더 오래 마음에 남기지 않을까. 그러니 나는 더더욱 외적인 조건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정말 써야 할 것들 쓰고 싶은 것들에 더 마음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힘써 자기 자신이 되고, ‘행복한 작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는 동안 힘써 자기 자신이 되어서, 가장 좋아하는 일에 온 생애를 불태우신 작가님,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한 번도 직접 이야기를 한 적도 인사를 한 적도 없지만 마지막으로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