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0. 외국살면 영어 저절로 된다며..?

영어는 늘지 않았고, 답답함만 쌓이던 중 돌파구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by 사쿠

분명 누군가 그랬다. 외국살면 영어 저절로 된다고. 귀에 익숙해지면 입도 열린다고.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달랐다. 워킹홀리데이 1년 반, 지금 이곳에서 산 기간 2년, 도합 3년 반 동안 캐나다에서 살아왔지만 내 영어 실력은 여전히 초등학생 수준, 아니 요즘 초등학생보다도 못할지도 모른다.


더이상 이렇게 지낼 수 없다. 무엇인가 해야한다.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고, 영어에 더 노출될 무언가가 필요했다.




2023년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정착한 지 2년. 워킹홀리데이 때처럼 무작정 짐 싸들고 아내와 함께 캐나다로 떠났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란 참 빠르고도 무섭다.


마트에서 계산하는 것도,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Hi' 라고 인사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스몰톡이 시작되려 하면 손끝과 발끝에 땀이 나는 건 여전하다. 사라질 기미가 없는 이 영어 울렁증,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영어를 어느정도 하니까 외국에서 지낼 수 있는거 아닌가?"

"한마디도 못했으면 외국에서 살기 힘들지"

"외국에서 3년 넘게 살았으면 이제는 잘해야 하지 않나?"


맞는 말이다. 이곳에서 살기 위해, 특히 영주권을 따기 위해서는 문서 처리용 영어는 필수다. 그리고 밥벌이를 위해서도 당연히 영어 한두 마디 이상은 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 위한 영어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나는 내가 겪었던 영어들을 이렇게 나눠보고 싶다.



1. 문서용 영어


캐나다에 합법적으로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영어다.


워크 퍼밋을 받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서류들을 준비하고 출력해야 하며, 공항에 도착했을때엔 출입국 심사와 이민국에서 워크퍼밋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캐나다에 도착한 후엔 외국인 번호, 드라이버 라이센스, 사회보장보험 등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소통이 요구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류로 해결된다. 미리 필요한 정보를 조사하고 서류를 준비하면 그들보다 말이 부족해도 문제는 없다.


번역기와 ChatGPT, 그리고 친절한 정부 사이트와 이민자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으면 대부분 해결 가능하다.

그래서 이 단계의 영어는 비교적 쉽게 넘을 수 있다.


2. 점수를 위한 영어 - IELTS


내 평생 영어점수를 위한 시험을 치를 때가 오리라곤 생각치 못했지만, 이 곳에서 지내려면 영어점수는 꼭 필요했다. 작년에 한국으로 잠시 들어갔을 때, 아내와 몇권의 책을 사왔는데 그 중 하나가 '아이엘츠 시험대비' 책이었다.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공부한담.


걱정하기에 앞서 일단 영어시험 신청부터 했다. 한국돈으로 거의 30만원에 가까운 돈을 시험비로 지출하다 보니, 대충 공부하고 넘기기엔 너무 아까운 것이 아닌가. 일이 끝난 후에 혹은 일 시작하기 전에 틈틈히 공부했다.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위 네 가지 항목을 준비해야 했는데, 아이엘츠 시험대비 책이 꽤나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공부하는 순서를 비롯하여 어떻게 공부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난 그대로 따라만 하면 됐기에, 아이엘츠 영어 역시 무난히 지나갈 수 있었다.


이 영어는 시험용 기술이 중심이라, 비교적 계획적으로 대비가 가능했다.



3. 밥벌이 영어


나의 다른 브런치 북에서 소개했 듯, 나는 이 곳에 워킹홀리데이로 먼저 왔었다. 그리고 3주 정도를 제외하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해오고 있다. 말로 설명하기 보단 결과물을 보여주면 되는 직업이었기에, 내 작업물을 설명할 수 있을정도까지만 익숙해지면 일은 계속 할 수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브런치북에서 더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cgmancanada



4. 어울리기 위한, 진짜 영어


나에게 있어서 진짜 어려운 영어는 여기서 시작된다. 외국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웃고, 문화를 나누는 영어. 스몰톡을 하면서도 손끝 발끝에 땀이 나지 않는,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한 영어.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만큼 정말 좋은 한국인 친구들은 많았지만, 이 곳의 문화를 알려주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재미를 알려줄 외국인 친구들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우리의 방식으로 외국인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우리 집 근처 15분 거리에는 커뮤니티 센터가 있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운동/취미/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들이 우리가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최고의 접점이 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친구들도 만들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운동 클래스를 신청하기로 했다.


아내가 찾은 클래스는 '요가'

나는 '농구' 였다.


그렇게 나는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고, 영어 울렁증을 농구로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 시리즈는 1년간 내가 농구클래스에 등록하고 활동하며 내가 느낀것들과 경험들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처음 경험해본 문화적 차이부터, 어떻게 살아야 겠다라는 삶의 방향성까지 내가 만난 친구들로부터 받은 좋은 영향들을 기록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