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영어는 못해도 농구는 할 줄 압니다

최소한의 영어로 이 곳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나만의 도구, 농구

by 사쿠

5년전, 워킹홀리데이로 왔었을 때, 나는 이 곳 사람들과 어울려 농구를 한 적 있었다. 집 근처에 공원에 야외 농구코트가 있었는데, 그 곳에 가면 항상 누군가 슛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가서 한마디만 하면 되었다.


"Hi, do you want to play 1 on 1 with me ?"


인사도, 스몰톡도, 문화도 잘 몰랐던 시절. 하지만 농구는 말이 필요 없는 언어였고, 전 세계 농구인이라면 눈빛 하나로도 통할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은 대부분 맞아떨어졌다.


이 시절 내가 다니던 회사에는 사내 축구 동아리가 있었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그 동아리에도 가입했었는데, 재밌던 점은 열정이 가득한 친구들이 많았던 터라 점심시간에도 회사근처 공원으로 가 축구 연습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알게되었지만 같은 업계 회사들간에 축구대회가 있어서 그 대회를 준비하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영어 없이도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운동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축구든 농구든, 함께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농구 클래스의 발견


퉁 퉁 퉁 퉁


어디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내와 산책할 때, 그리고 근처 커뮤니티 센터 헬스장에 갈때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그 날은 체육관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토요일 오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사람들이 농구공을 튀기며 경기에 열중한 모습을 보았다. "이거다!"


어떻게 하면 저들과 같이 운동할 수 있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안내데스크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는데, 영어 울렁증에 시달리는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데스크 앞에는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책자들이 꽂혀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중 한 부를 가져왔다.


크지않은 이 센터안에서 이 모든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만해도 신기한데, 거기엔 아내와 내가 하고 싶어했던 테니스를 비롯하여 요가, 도자기수업, 농구, 피클볼, 배드민턴, 복싱, 유도, 주짓수 등등 많은 운동클래스들이 개설되어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안내책자에 올라와있는 사이트로 접속했지만, 지금 당장 클래스에 등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지금 개설되어 있는 클래스들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었고, 다음 시즌까지 (적어도 한두달정도) 기다려야 했다. 리스트 안에는 다음시즌 오픈예정인 클래스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등록하기까지 남은 일수와 시간이 적혀져있었다.


흡사 대학생 시절 인기 과목 수강신청 하던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농구를 언제부터 했냐하면...


고등학교 1학년 즈음. 축구에 미쳐살던 초등학생을 지나 사춘기의 바람에 한창 의기소침하던 무렵, 나에게 친구 하나가 말했다.


"나가서 농구하자"


온갖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던 나에게 그 친구는 모든것이 파울이라고 했다. 해본적이 없으니 파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지... 그 친구에게 하나씩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를 하는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하며 나는 농구라는 운동에 빠지기 시작했다.


금요일 방과후가 되면 우리는 항상 공을 들고 근처 공설운동장 야외코트로 향했다(당연히 야자는 째고..). 사람이 많던 적던 우리는 금요일밤부터 토요일 새벽이 될때까지 농구를 했었는데 이 운동의 매력을 이때 배운것 같다. 같은 학교 선후배는 물론이거니와 아는사람 모르는 사람 할것없이 머릿수를 채우기위해 다같이 모여 가위바위보를 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패스를 주기위해 눈빛을 몇번 주고받으면 금새 친구처럼 가까워지니 사람들과 가까워지기에 이보다 좋은 활동이 어디있었겠는가. 사춘기 의기소침하던 나에게 농구는 한줄기 빛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어머니가 이때 나에게 보험하나를 들으셨다고 했다. 맨날 운동하러 다니고 생채기를 달고사는 아들을 위해.)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농구는 계속되었다. 학과 동아리에서 선후배들과, 타과 친구들과...농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훌륭한 도구였다.



다시 꺼낸 나만의 방법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제는 다시 이 방법을 꺼내야 할때가 온것이다. 아내와 1년간 이곳에서 살면서 '굶어죽진 않겠다'는 확신은 생겼다. 이제는 이 곳에서 '잘' 지낼 수 있겠구나'를 확인해 볼 차례였다. 그 첫 걸음은 친구만들기 였고, 우리는 '운동'을 통해 지역사람들과 연결되자라고 결심했다.


아내는 '요가', 나는 '농구' 를 선택했다. 이전에 아내와 함께 클래스를 같이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우리끼리만 얘기를 하니 도통 다른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각자 클래스를 등록해보기로 한 것이다.


영어는 부족하지만, 농구는 나를 연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 01화EP00. 외국살면 영어 저절로 된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