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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의 버섯 수프

아침, 열등감 그리고 세 종류의 버섯을 넣은 수프



아침이 상쾌하지는 못해도 하루를 시작할만큼 가뿐은 했으면 좋겠건만 지독한 감정을 느끼며 깨어날 때가 종종 있다. 질투나 열등감, 그리고 그 감정을 느끼게 하는 대상을 곱씹기 시작하면 지독한 기분은 걷잡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가 참을 수 없다. 사람이 어디까지 못나질 수 있는지, 물으며 스스로를 많이 미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까지 때때로 이런 열등감을 느끼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는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아닌 열등감이라는 감정 자체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르는 소년처럼 유투브 검색창에 더듬더듬 시기, 질투, 열등감을 대처하는 법 같은 것을 난생 처음으로 찾아봤다.


참 많은 사람들이 이 지독한 구덩이에 빠져보았군, 생각했다. 이 집 순이도, 저 집 현수도 직업과 돈과 재능에 상관없이 열등감을 가져보았노라, 혹은 아직도 그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가노라 고백한다. 후우, 이 집단의 고백을 듣는 것 만으로도 스스로에 대한 미움이 한결 가신다. 그래, 인간이면 구린내도 나고 구덩이에도 빠지는법이지. 동영상을 틀어놓고 잠깐 늦은 아침겸 점심을 준비하러 간다. 


식빵 두개로 대충 끼니를 때우려다 냉장고에서 어제 사둔 버섯 세 종류를 발견했다. 새송이와 표고와 양송이 버섯. 요리는 후딱후딱 빨리 하는 편이다. 급하거나 시간이 아깝기 보다는 시원시원하게 썰고 넣고 섞고 가는 그 리듬이 좋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썬 양파 반개를 볶다 스프의 농도를 위해 작은 감자 한개를 잘게 썰어 함께 볶았다. 거기에 마찬가지로 작게 썬 버섯 세 종류와 월계수 잎을 넣고 볶다가 밀가루를 넣어 일종의 루를 만들었다. 이제 우유를 넣고 월계수 잎을 빼고 믹서기로 잘 갈아준다. 부드럽고 크리미해진 수프를 냄비로 가져와 끓이면 폭폭 기포가 터진다. 잘 저어주며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수프를 주걱으로 저으며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그 사람의 장점, 혹은 내 이상을 생각해봤다. 이것 저것 떠오른다. 감정들은 복잡하고 끈끈이처럼 손에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꽤나 명료하다. 나는 이걸 원하고 또 저걸 좋아하는구나. 참 별것도 아닌걸로. 앞으로도 별것인것 처럼 대할지도 모르겠지만. 수프를 다 끓여냈다. 열등감의 감정과 그 대상을 잘 분리해 놓을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며. 


대충 먹으려던 점심이 근사하고 따뜻해져서 뿌듯하다. 냠,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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