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졸 나를 따라오는 나비들
동남아의 길고양이들은 느긋하다. 느긋한 사람들의 여유를 닮은 걸까?
손에 먹을 게 없어도 졸졸 쫓아오는가 하면 머리를 여기저기 콩 콩 부딪히거나 비비적거린다. 싫지만은 않은 게 대부분 겉으로 보이는 상태가 좋고 깨끗하다.
고양이들은 서식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길고양이라도 대부분 한 곳에서 머무른다. 나름의 영역이 있는지 다른 영역에 침입하면 그곳의 고양이들이 경계하고 싸움이 나곤 한다.
그래서 다니는 길에서 매번 보던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냐옹 하고 부르면 쫄래쫄래 쫓아온다.
고양이가 이렇게 다정한 동물이었나. 한국에서는 매번 사람을 피하고 도망가기 일쑤였는데. 오늘도 나를 보고 머리를 콩콩 박으며 인사를 하는 고양이들.
느긋하게 식빵을 구우며 볕을 즐기는 고양이도, 꾸벅꾸벅 졸다가 냐옹 소리에 달려오는 냥이도, 남은 음식을 탐하며 머리를 비비는 나비도. 모두 사람을 따르고 좋아한다.
모두 길고양이. 합성 아니고요. 이렇게 우다다 모여든다. 비슷한 구역에는 비슷한 생김새의 냥이들이 많다. 귀여움 더하기 귀여움은 왕 귀여움.
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고 도망 다니고 예민하게 만든 건 결국 사람이 아닐까 싶다. ‘도둑’ 고양이에서 ‘길’ 고양이로 불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희망을 본다.
사진은 모두 쿠알라룸푸르의 길고양이들. 직접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