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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목 Sep 08. 2024

[에세이] 초록이 좋아서

| 감성 가드너, 사계를 그리다

저자이자 약사인 더초록 홍진영은 7년 차 마당 가드너로 최대한 자연에 기대어 설렁설렁 여유롭게 정원을 굴리는 게 목표다. 주택에 살며 느림을 추구하며 가꾼 정원의 사계를 담았다.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7쪽


나는 개인적으로 회색 천지인 곳에 살면서 파도 넘실대는 파랑을 오랜 시간 소망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 덕에 초록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 얼마간 생겼다. 사실 마음만 있지 정작 초록은 노동강도가 만만치 않은 일이라서 몸 불편한 내가 원한다고 해도 아내가 눈으로 욕할 걸 뻔하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시작했지만 이렇게 되어 참 다행이다. 그런 일이 세상에는 참 많은 것 같다." 30쪽


아파트에서 벗어나 문만 열면 흙을 밟을 수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감행한 후 황량한 마당에 덩그러니 나무 몇 그루 심으면서 '신나던 느낌'이었다던 저자가 얼마나 부럽던지.


도시에서 자라면서 실패를 두려워 하던 저자가 가드닝을 하면서 실패에도 "올해는 텄네. 텄어!"라며 너그러워졌다고 털어 놓는 이야기에 그저 초록을 가꾸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생 철학 역시 가꾸는 느낌마저 든다.


80쪽


또,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 장미가 원하던 꽃과 색을 틔우지 못하던 일로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다 가지려다 망할 뻔한 일에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 놓아야 한다거나, 식물에 깃든 해충이나 벌레를 박멸에 집중하는 것보다 면역을 기르게 돕는 게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등 저자가 초록에서 길어 올리는 인생 진리를 덩달아 깨닫는 일이 적지 않다.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저자 덕택에 그저 널브러져 필 때 되면 피는 게 꽃이요 초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156쪽


이 책은 전원 주택을 짓고 어쩌다 보니 가드너가 돼버린 저자의 사계를 통해 그가 넘실거리는 초록 속에서 깨닫는 인생 진리를 잔잔하게 나누고 있는데 보다 보면 자연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정원을 가진 집에 살고 싶어진다.


"나만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는 일. 그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교훈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밖에 할 수 없으니까." 197쪽


아직 나만의 리듬을 찾지도, 주인공이 될만한 이야기도 만들지 못한 나로서는 사계절이 담긴 그의 정원 이야기는 무언가에 홀린 듯 넋을 놓게 만드는 매력적이다.


아쉬운 한 가지는 그의 이야기에 홀린 것처럼 등장하는 꽃들의 이름을 알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무튼 그가 말한 정원이 시작되는 이 가을, 읽기 딱 좋은 책이다. 끝으로 '영영 미완성이라 아름답다'라는 매력 넘치는 그의 정원이 늘 초록을 간직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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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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