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한다면 행동해야 하는
어쩐지 제목에서 섬뜩함이 느껴졌다. 제목 뒤에 거대한 무엇이 닥칠 것이라는 예언처럼. 사실 그동안 지구에 대해 후손 거를 잠시 빌려 사는 거라는 말에 공감은 하지만 보통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에는 소홀한 탓에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에는 별다른 토를 달지 못한다.
특히나 올 여름처럼 내리 꽂는 더위에 헐떡여야 할 만큼 기후 위기를 실감한 적이 있던가. 이 책은 그렇게 무책임함을 멈추지 않는다면 위기로 끊나지 않음을 경고하는 듯하다.
개그맨 박명수는 늦었다고 생각하면 이미 많이 늦은 거라고 하곤 하던데 눈 깜짝할 사이에 급변하는 세상에서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일 테다. 환경도 다르지 않아서 그냥 손놓고 포기하기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게 낫겠지 싶어 저자에게 배운다는 심정으로 읽는다.
저자는 환경 이야기에 앞서 펼쳐 놓는 진화론은 전공자인가 궁금할 정도로 깊이가 있다. 한데 인간의 진화에 대한 설명으로 요즘 신생아는 눈을 맞추고 목을 가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싶다. 정말 20년 만에 인간이 진화한 걸까? 우리 애들은 3개월가량은 가누지 못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요즘 신생아를 본 적이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정말 그렇다면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인간도 조만간 다른 포유류처럼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반려개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라니. 저자가 혹성 탈출에 빠져 사신 듯.
"명태, 조기, 고등어, 이제 오징어 까지, 내가 무지해서 잘 모르지만 날아다 사라지는 해양 생물의 종류가 몇 종류인지 전문가도 모른단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종이, 소리 없이 멸종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바다는 비어가고, 그 빈 곳을 채우는 것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유령처럼 부유하며 떠들고 있다."
92쪽, 바다엔 이제 무엇이 남아있나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바다에 주목해야 한다는데 이와 관련하여 바다의 수온 상승 문제는 바다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 여파는 동물과 우리 인간의 먹거리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함재비의 얼굴을 덮던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어릴 때 동네를 떠들썩하게 뒤집던 함잽이는 자신의 얼굴보다 훨씬 큰 기괴한 얼굴을 하고 있어 기겁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잠자리가 험악해 이불에 지도까지 그렸던가 그랬다. 그런데 여태 좋다고 맛있다고 먹어치우고 있던 것이 새끼 오징어였다니 미처 깨닫지 못했다. 불과 40년 전에는 보통 오징어가 그리 컸었다는 사실을.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돼가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와 관련해 저자의 다소 격한 감정이 느껴진다. 한 종의 멸종을 불러오는 생태학적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인간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을 애석하게 여기는 방송을 보고 극에 달한 인간의 이기심을 지적한다.
그런데 이런 류의 광고는 예전 동물보호단체의 캠페인도 비슷했던 걸로 기억한다. 더 이상 동물원에서 볼 수 없다면서 멸종된 동물의 등신대를 세워 놓았던 광고. 보면서 무지 공감했던 광고였다. 나 역시 무지했고 극도의 이기적인 관점뿐이었음을 반성한다.
그러고 보면 저자가 지적하는 인간의 오만함은 성경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산업화는 서양에서 시작했으니 서양적 관점으로 창세기를 보면 대략 하느님이 인간에게 세상의 모든 움직이는 생물을 다스리라고 해놔서 인간이 마음대로 하는 건 아닌지 모른다.
아무튼 머리 나쁜 것들에게는 권력을 주면 안 되는데 하느님이 실수 하신 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도 지금 뼈저리게 당하고 있지 않은가.
"몸에서 물이 2% 부족하면 갈증이 난다. 인간은 생물 중에서 가장 많은, 신선한 물을 끊임없이 마셔야 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물을 오염시킨다."
112쪽, 탄소 중립을 정확하게 알자
특히 2장에 들어서면 저자는 인간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뜨거워지는 지구가 물을 말려버리고 있고 그 피해는 지구 생물 중 생존에 가장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인간을 향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당장 지구 오염을 멈추라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또 전 지구적으로 강력한 이슈가 탄소 중립 혹은 탄소 제로인데 사실 이런 캠페인은 탄소가 인간에게 해롭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을 보면 정작 탄소는 인간뿐만 아니라 생물이 존재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인간이 소고기를 조금만 덜 먹어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니 비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식탐을 좀 줄여 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그저 현 세대의 사람들을 겁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기후 위기에서 신음하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지혜를 모아야 하는지 뜨거워진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통찰과 조언을 담았다. 실천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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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