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SNS는 일종의 콩글리시로 해외에서는 못 알아듣는 말 중 하나이다. 그래서 논문처럼 공식적인 글에서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라 함이 옳다. 근데 우린 블로그니까 그냥 SNS라 하겠다.
SNS는 워낙 중요한 소재라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너무 올드한 얘기라 독자가 떠나가기 전에 미리 몇 가지 밑밥부터 깔고 시작하려 한다.
우선 이 챕터는 SNS가 대단한 혁명이라는 식의 검정 고무신 같은 올드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전공생은 SNS 혹은 뉴미디어 이야기에 낡고 지쳤기 때문이다. 뉴미디어가 엄청 대단한 변화였다는 사실을 한 학기 내내 얘기하는 전공수업도 있었다. 교수님 나이를 고려하면 충격적인 변화임은 이해한다. 물론 결론은 소비자와 잘 소통하고 단디 하라는 부질없는 얘기로 끝난다.
또한 이 챕터는 기가 막힌 SNS 마케팅 비법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런 건 없기 때문이다.
전공생은 SNS 마케팅 혹은 커뮤니케이션이 필패하는 이유 백만 가지를 말할 수 있으며, SNS 마케팅 혹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는 이유와 성공사례를 백만 가지 말할 수 있다.
혹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셀링’은 되지만 ‘토킹’은 안된다고 요약하기도 한다. 그런데 반례도 많다. 토킹(SNS를 통한 소통)에 성공한 기업은 교과서에 많이 실려있다. 셀링에 실패하는 방법은 직접 팔아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쳐내다 보면 할 얘기가 별로 안 남는다. 필자가 언젠가 배운, SNS 개인화 광고에 사용되는 통계적 추천 모델을 설명해볼까 했지만 이 브런치의 취지와 맞지 않다. SNS 마케팅 툴 사용법을 얘기하자니 더 좋은 글이 많다. SNS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의 효과 측정이 어렵다는 얘기도 이젠 식상하다
효과나 효율 측정이 어려우면 보고를 올리기 어렵고 그러면 재무팀에서 예산을 안 준다. 기타 여러 이유로 기업들은 SNS 커뮤니케이션에서 손을 떼고 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다루지 않는, 원초적인 질문에 답해보기로 했다. 사람들은 왜 SNS를 할까?
정교하게 답하려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질문이었다. 궁금하시다면 계속 읽어보시길!
사람들은 SNS를 왜, 어떻게 사용할까?
싸이월드든,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계속 사람들이 이런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에는 비슷한 결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싸이월드는 (지금은 웃기고 어이없는) 감성을 표출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은 맛집이나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보기 위해서, 라는 식의 단순한 목적으로 각 커뮤니티를 이용했을 것 같지는 않다.
SNS 자체가 등장한 지 오래된 만큼 미디어 계열의 학자님들이 열일하셨음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RISS(학술정보 사이트)에 SNS를 검색하면 하염없이 뒤로 넘겨도 계속해서 논문이 나온다. 경이로울 지경이다.
여러 자료들을 서칭한 결과 사람들이 SNS를 사용하는 동기는 크게 4가지로 추려지는 것 같다.
정보를 얻기 위해(정보탐색)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사회적 상호작용)
나를 표현하기 위해(자아표현)
재미있어서(오락)
각 동기에 대해 하나씩, 흥미로운 부분만 편집해 살펴보자. 주관적으로 편집된 내용이니 더 관심이 있다면 중립기어를 위해 여러 SNS 관련 논문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오픈서베이 2022 소셜미디어 및 검색 포털 트렌드 리포트를 살펴보면, 각 연령 별로 정보 탐색을 위해 찾는 사이트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다수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를 정보 탐색에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지만,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Z세대로 불리는 1020이 기성세대에 비해 높은 비율이었다.
체감상으론 리포트에 나온 수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SNS를 정보 탐색에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포털 사이트가 보다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가 있다면 SNS는 노하우가 담긴 이야기랄까.
더 재미있는 점은 더 낮은 연령일수록 상황마다 다른 정보 탐색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점이다(오픈서베이, 소셜미디어·검색 포털 트렌드 리포트 2022. 3월). Z세대가 보다 더 각 플랫폼의 특성을 깊게 체득했다고 할 수 있다.
대충 생각해보면, 유튜브는 ‘How to(어떻게)’에 최적화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신발끈 예쁘게 묶는 법’, ‘로드샵 제품으로 메이크업 루틴’처럼 방법이나 일련의 과정을 찾기 쉽다.
카페나 의류 추천 등 미적 요소가 중시되는 정보를 빠르고 다양하게 알고 싶을 때는 인스타그램이 적절할 수 있다.
연령이 어려질수록 상황에 적합한 SNS를 찾아 나선다는 사실은 마케터에게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플랫폼 별 유저 특성과 유저들의 방문 목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은 앱과 플랫폼이 쏟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커뮤니티 앱도 있고 파충류 커뮤니티 앱도 있다. 우리의 고객이 머무는 곳은 점차 파편화되고 우리의 일은 늘고 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들과 유대를 나누고, 상호작용이 수행된다고 느낄 때 사회적 존재감을 느낀다.* 더 쉽게 얘기하면, 자신의 존재는 누군가 반응해줘야 인식된다는 말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인지하는 것은 무언가와의 상호작용, 그것의 피드백을 통해 가능하다. SNS로 말하자면 우리는 ‘셀카 업로드’라는 작용을 통해 ‘좋아요’라는 반작용을 얻고 이를 통해 사회 속에 존재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제 이런 질문을 해보자. 사람 간의 연결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걸까?
1922년 스탠퍼드대학교의 알막 Almack 교수는 초등학생들이 놀 때 혹은 공부할 때 누구와 같이 하고 싶어 하는가를 조사하여 응답자와 응답자들이 선택한 친구들의 IQ가 유사함을 발견했다.
이와 유사하게 1926년 웰만 Wellman은 어린이 113명을 관찰해 이들의 키, IQ, 성적, 신체적 조건 등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알막의 연구와 유사하게 아이들은 서로 유사성이 존재할 때에 친하게 지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끼리끼리, 유유상종은 참이다. 이는 SNS에서도 마찬가지.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람들 간의 이해심이 낮아지는 것도 아마 이렇게 비슷한 애들끼리만 묶어주는 SNS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최신의 SNS 연구에서는 이러한 끼리끼리를 보다 새롭게 조명한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자본 연구자 퍼트남 Putnam은 개인의 사회 연결망에는 결속(bonding) 연결망과 교량(bridging) 연결망이 있다고 설명한다.
결속적 연결망은 인종, 사회경제적 계층, 정치적 입장 등 주요 특성이 유사한 사람들 간의 사회적 연결로 구성된다. 따라서 결속적으로 연결된 구성원들은 충성과 지지를 통해 높은 집단 응집력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교량적 연결망은 주요 특성에서 차이가 있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연결로 구성된다. 결속적 연결에 비해 강도가 약하지만,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게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결속 연결망에 가까우며 트위터는 교량 연결망에 가깝다*. 페이스북/인스타에서는 실제 친구(대면 친구?)가 많다. 팔로워는 같은 학교, 같은 지역, 같은 직장에 다닐 확률이 높다.
이와 달리 트위터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경우라도 팔로우 관계가 맺어지며 많은 경우 공통 관심사(아이돌, 정치적 입장 등)를 중심으로 관계가 맺어진다. 따라서 트위터에서는 보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많은 양의 정보가 유통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연결망의 차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기업가치 차이로도 이어진다.(광고 비중이 매출의 최소 90%가 넘어가는 SNS 사업 특성상, 기업가치는 광고에 비중을 크게 둔다.) 2021년 페이스북은 약 1,000조, 트위터는 약 54조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었다. 페이스북의 가입자 규모가 트위터보다 큰 것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에 더해 페이스북이 결속적 연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마케팅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유사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갖는 결속적 연결망의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졌다는 사실은 상품 구매 습관도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유저당 평균 광고수익은 페이스북이 약 32$ 트위터가 약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 이은곤ᆞ김경규ᆞ이정렬 (2013). 커뮤니티 요소와 매체 풍요도 요소가 소셜 네트워크 게임 이용자의 이용 경험에 미치는 영향: ‘애니팡’을 중심으로.〈한국 전자거래 학회지〉, 18권 1호, 191-211
- Stephen C. Gammie, Mother –Infant Communication: Carrying Understanding to a New Level, Current Biology, Volume 23, Issue 9, 6 May 2013, Pages R341-R343
- Feinberg, M., Willer, R., & Schultz, M. (2014). Gossip and ostracism promote cooperation in groups. Psychological science, 25(3), 656-664.
- 신소연, 이상우 (2012). 트위터와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형성하는 사회자본 유형이 정치참여에 미치는 영향.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29(4), 19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