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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이 웃긴 이유_(1) 자극의 부조화

‘밈(meme)’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람들과 업계의 이해도는 낮아 보인다. 


단어의 학술적 의미와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의미의 간극, 그리고 밈이라는 단어 자체의 복잡성 때문인 듯하다.



리차드 도킨스가 소개한 ‘밈’


밈은 본래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아빠의 탈모가 자식에게 전달될 때에는 생물학적 원리를 따르듯, 아빠의 말투를 자식이 닮는 것은 모방을 통해 문화적 정보를 전달받는 과정이다. 


말투와 같은 문화적 정보가 전달될 때, 그 기본 단위를 리차드 도킨스는 ‘밈’이라고 지었다. 


정리하면, 탈모는 유전자(gene)의 복제, 말투는 밈(meme)의 모방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도킨스의 노력이 무색하게 일상에서는 밈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 듯하다. 


‘이게 그 영화에서 나온 밈인데’ ‘이거 유행하는 밈이잖아’ 등의 맥락에서 밈이란 ‘요즘 유행하는 개그코드’ 정도를 뜻한다. 


또 해외에서는 ‘유머로 활용하기 좋은 짧은 영상/짤’ 정도의 좁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대중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물건을 팔아야 할 마케터 처지인 우리는 리차드 도킨스는 잠시 미뤄두고, ‘요즘 유행하는 개그 코드’라는 대중적 의미의 밈을 살펴보고자 한다.



밈은 왜 웃길까?


무언가가 ‘밈’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유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것이 심각하거나 진지한 내용이라면 그것은 ‘이슈’ 혹은 ‘위기’라고 부른다. 


반대로 웃음을 유발한다면 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열린다. 그럼 무엇이 밈을 웃기게 만들까?



자극의 부조화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유머를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평소

1) 부조화(incongruity)를 감지 및 해결할 때

2) 현저성(salience, 주의를 끄는 특징)을 처리할 때


위 상황들에 사용되는 뇌 영역과 관련 있다고 한다. 


즉, 유머를 일으키는 정보는 기존의 맥락과 부자연스럽게 이어져 두드러지게 되며, 예상 밖의 자극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다. ‘현저한 부조화’가 웃음을 터트린다.


인터넷 밈 연구의 선구자 Shifma가 주요 밈 사이에서 뽑은 핵심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황당한 내용 (whimsical contents)’ 이었던 것도 위 ‘부조화’와 비슷한 맥락에서다. 


자연스러운 맥락으로부터 탈출한 자극이 기분 나쁘지 않을 때, 그 때 느껴지는 적절한 황당함에 웃음이 난다.

모두가 알 법한 ‘사달라’ 밈을 예로 들어보자.



사달라 (4$)


2003년 방영된 드라마 야인시대의 ‘사달라(4$)’는 극 중 김두한이 미군을 상대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4배 올려달라 협상하는 장면의 대사다. 


당시에는 ‘4$’를 외쳐 미군을 제압하는 영웅적인 협상 장면이었지만, 요즘의 시선에서는 개연성이라곤 없는 막무가내식 ‘아무튼 해줘’로 보인다. 


특히 드라마의 내용을 모르고 짧은 클립으로만 접한 젋은 세대에게는 진지함 (김두한 역의 김영철의 진지한 대사, 올드하고 육중한 영상의 질감, 중요하고 긴박한 협상 상황)과 우스움(밑도 끝도 없이 4딸라를 외치는 아저씨, 4딸라만 외치는 상대에게 결국 수긍하는 미군)을 동시에 느끼는 장면이다.


이 황당한 부조화가 밈이 되어 실생활에 활용될 때에도 동일하게 해학적인 코드, 즉 ‘해줘’로 활용되었다. 


다시 말해, 유행하는 밈들을 보면 그 웃음 포인트가 황당함에 있거나, 주어진 정보들이 이상하게 조화롭지 못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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