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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살아가는 시대
: 저성장기

Z세대가 왜 고군분투하는 세대가 되었는지, 탄생 배경을 조금 더 깊게 탐구해보자.


시중에서 말하는 Z세대는 대략 비슷하게 묶인다. 우선 기술발전 중심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디지털 시대에 출생하여 IT 기기 및 기술에 능숙하고 (디지털 네이티브) 

텍스트보다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하며 일방향 매체보다 상호작용 매체를 좋아하고 (감각적) 

빠른 콘텐츠와 재미 위주의 소비를 한다. (펀슈머)


그 외에는 ‘나만의 있는 그대로의 가치’ 류의 담론이 등장한다.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하며 개인주의적이라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 

나만의 기준에 따라 살아가며 실용성보다는 개인의 심리적 만족에 따라 소비한다.

브랜드나 제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살펴보며 소비한다.


이러한 ‘Z세대 특징’은 현 1020(많게는 30대 초반까지)의 특성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Z세대만의 특징일까? 


지금의 10대 20대의 특성에는 한국인의 특성, 젊은이의 특성, 선진국의 특성, 스마트폰 출시 이후 세대의 특성 등 다양한 요인이 뒤섞여있다.


예컨대, 위에서 얘기한 ‘Z세대의 특성’은 그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는 쓸모없는 정의가 된다.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특징은 나이가 어릴수록 나타나는 특성이며, 개인주의적 특성은 1인당 GNP가 높은 나라일수록 나타나는 특성이다. X세대가 처음 나왔을 때도 분명 개방적이고 약간 싹수가 없다는 식으로 묘사되었을 것이다.


10년 뒤의 Z세대도 ‘요즘 젊은이들은 개방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라는 글로 통찰력 있는 척하는 어른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말 Z세대를 알고 싶다면 Z세대가 나중에도 유지할 특성을 알아봐야 한다. 그들이 자라온 사회적 배경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겠다. 



Z세대의 사회적 성장 배경


통상적으로 Z세대는 90년대 중반 이후에 출생한 이들을 말한다. 


한 세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역시 경제다. 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이들이 처음 겪은 경제 이슈는 IMF일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응애’할 때 있었던 일이 이 세대 모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는 없다. 필자 중 한 명은 IMF 구제금융 양해각서 체결 다음 날 태어났다. 다만 삼성병원에서 태어나서 IMF의 비통함을 겪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겠다. 


2008년 외환위기도 비교적 잘 넘긴 국가 중 하나이며 당시 초등학생에게는 용돈이 끊기는 정도의 이슈라 큰 의미는 없다.


이런 경제사건보다 초점을 맞출 곳은 경제성장률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마치고 한국이 저성장기에 접어들 즈음, Z세대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이 당시에서 핵심은 경제 저성장기와 스마트폰의 등장과 보급화가 되겠다. 



저성장기, 가성비 떨어지는 노력


1960년대 초 한국의 1인당 GDP는 아프리카 가나와 비슷한 60달러 수준이었다. 당시는 생물학적 생존의 시대로, 굶지 않기 위한 식량과 얼어 죽지 않기 위한 집을 고민했다. 


이후 대한민국은 최대 14%대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유례없는 급성장을 거듭했다. 2000년 한국의 1인당 GDP는 1만 2,000달러가 되었고, 개인 PC와 가정 내 인터넷이 보급되었다. 


발전과 함께 생물학적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된 대한민국은 ‘삶다운 삶’이나 ‘더 나은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40 년 넘게 미친 듯이 성장하던 대한민국은 이제 2%대 성장도 어려운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회사에는 고인물 선배가 별로 없기 마련이다. 말단이라도 회사의 이런저런 일을 도맡으며 금방 회사 내부 사정을 꿰고 있는 중역이 될 수 있다(물론 회사가 버텨준다면). 피라미드 구조로 표현하면 몸통이 바짝 마른 뾰족한 피라미드 모양이 되겠다. 


하지만 성장이 더뎌진 대기업은 다르다. 회사가 버텨주지 못할 거란 의심은 없지만, 고인물이 많고 말단은 말단의 일을 한다. 고인물 중간관리자가 차고 넘친다. 모양은 뚱뚱한 피라미드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뾰족한 피라미드와 뚱뚱한 피라미드는 각각 20세기 후반의 대한민국과 21세기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이제는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적당한 인물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회사에서 승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꿈꾸며 퇴근 이후의 삶을 꾸미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다. 


더 오를 틈 없이 빼곡한 피라미드의 바깥으로 나와 ‘나만의 기준’ ‘나만의 가치’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청년들의 창업이나 주식이 많아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베이비부머에 비해 젊은 인구가 훨씬 줄었는데 왜 더 치열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대답은 간단하다. 실질 경쟁률이 올랐다. 


Z세대의 부모님은 RPG 게임처럼 완벽한 자식몬을 육성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학원에서 강화를 시켰고, 그 결과 모두의 능력치는 상향 평준화되었다. 다만 그 육성 루트는 (1) 명문대-대기업 (2) 명문대-전문직 (3) 명문대-고위공무원 3가지 선택지 중 하나로 빠져야 하는 길이었다. 


그러니 경쟁률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불필요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노력에는 버블이 꼈다. 수능의 킬러 문제처럼 오직 변별력만을 위한 문제들이 늘어나는 것은 버블의 증거다. 


과거의 학생, 취준생보다 노력의 비용이 더 커졌지만, 입학, 입사, 승진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욕심을 버리고 (어차피 안될 거) 현재에 만족하라는 감성팔이가 팔리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오늘날 Z세대는 
그 ‘정신의 밥’이 고갈된 시대, 
잔치가 끝난 뒤 화려하지만 
서늘한 기운 가운데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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