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CSR을 적어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에는 자매품인 ‘ESG’도 핫하다. 전공생이라면 CSV도 몇 번 들어봤을 거다.
하지만 각 용어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얼추 공통점이라면 기업이 선한 이미지를 어필하고자 사용하는 단어 정도가 아닐까.
이 단어들은 마케팅에서 대충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맥락으로 자주 사용된다. 우리는 늘 그랬듯, CSR이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ESG는 정확히 무엇인지, 소비자들은 정말 천사라서 착한 기업의 제품을 추구하는지 등의 의문을 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마케팅에 관심이 없어도 괜찮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정의로운, 친환경적인, 고객과 직원을 우선하는 기업이라고 홍보하는 기업들의 '진실'을 눈치채는 똘똘한 소비자가 될 수도 있을 테니.
우선 비슷한 용어들의 교통정리로 시작해보자.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약자로, 직역하자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도가 되겠다.
구체적으로는 회사 공장 근처의 주민부터 투자자까지, 기업과 영향을 주고받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여러 책임을 지는 기업 경영 혹은 경영 목표를 뜻한다.
본래 CSR에서 말하는 여러 책임이란, 법적, 경제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CSR이라고 하면 환경, 인권 보호와 같은 '당연하진 않지만 기업이 책임질 것으로 기대되는' 자선적 책임을 생각한다.
그 이유는 법적, 경제적 책임은 소비자들이 뭐라 하지 않아도 다른 제도에 의해 지켜지고 있으며, 윤리적 책임은 국정감사나 SNS 때문에라도 지켜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CSV(Creating Shared Value) & 사회적 기업
CSV는 CSR보다 진화한 개념으로, Creating Shared Value의 약어다. 쉽게 말하면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슬레가 아시아 지역 저소득층의 영양 상태를 고려해 영양가 높은 제품을 저가격, 소포장의 ‘보급형 상품’으로 출시한 일이 있겠다.
나이지리아 아동의 발육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비타민 A를 강화한 시리얼 제품(출처: 네슬레 홈페이지)
여기서, 기업의 경영 목표 자체가 사회적 가치 창출 혹은 사회적 문제 해결이 되면, 그땐 사회적 기업이 된다.
사회적 기업은 다른 기업처럼 이윤 창출을 하는 것이 경영의 목표가 아니다. 그저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즉, 취약 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들을 고용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경영 목표인 것이다.
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때는 2021년, 우리는 농협에서 진행한 한 캠페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출처: 농협
ESG의 본래 뜻과는 전혀 맞지 않는 ‘애쓰자’라는 단어를 싸이월드 시절에 썼을 ‘난.. ㄱr 끔… 눈물을.. 흘린ㄷr…’ 문체로 표현했다. 게다가(곧 설명하겠지만) ESG는 경영 차원의 문제인데, 소비자에게 ESG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홍보를 해야 했나 의문이 들었다.
농협의 ‘애쓰자’ 캠페인은 ESG가 대세이니 뭐라도 기획해봐야 한다는 직장인의 노고가 담겨있을 테다. 하지만 아마 많은 소비자가 저 광고를 보고 농협이 애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농협 관계자가 계신다면 솔직한 대학생의 평에 너무 분노하지 않으셨길...)
아무튼, 위와 같은 기획이 등장한 것은 첫째로 근 몇 년간 ESG 경영, ESG 마케팅 등 ESG는 Z세대나 메타버스만큼이나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빈번히 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ESG에 대해 모르면 무지하다고 여기질 만큼이다.
둘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가 뭔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ESG란 환경 (Environmental), 사회 (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 전반에 걸쳐 어떤 성과를 냈는지 투자자에게 알리기 위한 비재무적 성과지표다.
그러나 현재 ESG가 사용되는 맥락을 보면 E(환경)가 유독 강조되어 ‘친환경 경영’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ESG의 정의를 들은 친구들은 두 가지 의문을 가지곤 한다.
1) 환경 말고 사회와 지배구조 부분은 뭘 평가하는 건지
2) 투자자를 위한 비재무적 성과지표가 뭔 말인지
첫 번째 의문은 쉽게 풀린다. S(사회)는 독점규제나 공정거래 관련 법률을 지켰는지, 국제 인권 선언이나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을 지켰는지 등이 평가된다. G(지배구조)는 OECD 기업 지배구조 원칙 등을 잘 지키고 있는지, 기업의 소유 형태가 외부 기관에 의해 잘 감시받고 있는지 등을 보게 된다.
정의만 얼핏 봐도 마케터가 흔히 다룰 문제는 아니라고 느껴진다. 경영 차원에서, 혹은 투자자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지표이니 말이다.
실제로 ESG의 등장은 투자자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 맞다.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할 때는 기업의 영업이익이나 매출 같은 재무 성과를 참고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각종 규약이나 SNS의 발달로 인해 재무 성과 외에도 환경문제나 고용 등 회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성과들로 인해서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곤 한다. 그래서 이를 지표 화하고자 등장한 개념이 바로 ESG다.
시작은 투자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었지만 결국 얼마나 사회적이고, 환경적이고, 합리적인 지배구조로 되어있는지 따져보려면 소비자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경영 차원에서의 노력이지만 마케팅에서 다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ESG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가 국가적 차원에서 기업들에 일정 수준의 ESG 기준을 충족할 것을 기대하고 있고,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사회책임투자(SRI: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 등 ESG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
마케팅적 차원에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ESG를 위해 우리 모두 EㅐSS G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