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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콜드 Jun 14. 2022

총 36,378일의 관찰 보고서 공개본

1.

30,734일


좋아하는 음식 새콤한 것. 비빔냉면, 비빔국수, 오이냉국, 포도, 귤, 딸기

기분 좋음을 느낄 때 가족이랑 함께 밥 먹을 때, (특히 손자가) 밥 먹고 바로 설거지할 때, 누가 뭘 사 왔을 때, (손)자녀의 전화/방문, 주변의 전화, 맛 좋은 것을 먹을 때, 자식이 모두 모였을 때, 가족과 함께 산책할 때

취미 산책, TV 시청, 간식 챙겨 먹기, 절약

잘하는 요리 닭볶음탕, 백숙, 오리고기 양념 볶음, 시래깃국, 된장찌개, 나물 반찬, 소고기 뭇국, 미역국

좋아하는 것

가장 좋아하는 사람 (아마) 나

이것만은 지킨다 누구를 만나든 인사 잘하기, 성실하게 남 속이고 살지 말기

가장 뿌듯했을 때 내 아버지이자, 당신 아들이 고등학교 교복 입고 학교 가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 셋을 키워야 했던 할머니)

주로 언제 예민할까 아플 때. 즉, 하루의 반 이상이 예민함. 이 중 더 아픈 날에는 가장 가까운 주변을 대상으로 짜증을 엄청 내니 참고.

매우 당황했던 상황 방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가보니, 잠꼬대하면서 울고 있었을 때, 또 잠꼬대로 "엄마- 엄마-"하며 당신의 엄마를 찾았을 때, 외출 후 집에 오니 엎드려 누워 자고 있어서 "제대로 누워 주무셔라"했는데 대꾸도 미동도 없었을 때.

존경스럽고 꼭 배워야 할 점 본인보다 나를, 당신의 자식을 더 사랑한 점, 꼭 아끼면서 쓸 때를 잘 알고 있던 점, 당신의 아픔(힘듦)보다 내 아픔(힘듦)을 먼저 생각해준 점

제일 감사한 점 오늘도 잘 살아줘서, 무사히 살아있어줘서 고마운 점



2.

5,644일


좋아하는 음식 특히 황태츄, 이외 우리가 맛있게 먹는 것 모두

기분 좋음을 느낄 때 산책, 에 아울러 최근에 안 사실은 단순한 산책이 아닌 나와 뛰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더라, 주변이 늙어가는 현상은 참 슬프고 안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몰랐던 점을 알게 된다는 점.

취미 굿잠&푹잠, 집에 있는 사람 따라다니기, 먹을 거 달라고 낑낑 대기, 물 마시기, 오줌 싸기, 응가하기, 치명적인 자세로 침대에 누워있기, 귀엽기, 예쁘기

좋아하는 것 산책 가방

가장 좋아하는 사람 (아마) 나

이것만은 지킨다 집에 누가 오든 인사하기, 성실하게 남 속이고 살지 말기, 오늘 현재 지금을 끝내주게 후회 없이 살기

주로 언제 예민할까 아플 때.

매우 당황했던 상황 집에 와서 피나를 불렀는데 문 앞으로 나오지 않았을 때, 가출했을 때, 최근 계속 설사를 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때, 신음소리를 내며 잠꼬대를 할 때

(최근에 말기 암 판정을 받음.)

존경스럽고 꼭 배워야 할 점 본인보다 나를 더 사랑한 점, 오늘 현재 지금을 끝내주게 후회 없이 산 점, 늘 (부족하고 못난 주인인) 나를 가장 따라준 점

제일 감사한 점 오늘도 잘 살아줘서, 무사히 살아있어줘서 고마운 점






위 1은 오늘로 산지 30,734일 된 85살 내 할머니,


2는 오늘로 산지 5,644일 된 우리 집 노견(반려견) 피나를 뜻한다.


내가 이들과 살며, 관찰한 내용을 1차적으로 정리해봤다.



<최근 퇴근 전후 할머니와의 통화 기록(좌), 오늘도 잘 지내줘서 고마운 피나(우)>




내가 관찰~정리까지 느낀 점은 다음이다.


먼저, '관찰하겠다'라고 마음먹은 뒤로 눈에 보이지 않던,

아니 눈으로는 보였지만, 깊게 바라보지 않은 사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다음 내용을 말하기 전, 나는 할머니랑 며칠 전에 크게 싸웠다. 아직까지 몇 번을 생각해봐도 '내가 나이 많은 할머니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라는 사실 외에는 내가 잘못한 게 1도 없더라. 그럼에도 위 내용을 정리하며 할머니에 아울러 피나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그들에 관한 마음보다, 그들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더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평소 '잘해야지'하며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면, 다음처럼 해봄은 어떨까,

잘하고 싶은 그 사람을 관찰하고, 관찰한 내용을 정리해보는 거다.


이 일련의 과정은 위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분명, 나처럼, 잠깐이나마.



며칠 전 할머니랑 싸웠던 날에 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jjomcha/58

이처럼, 관찰 일기, 혹은 편지를 쓰면 효과가 더욱 크지 않을까.








-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사는 것에 관해 씁니다. 제 글이 도움 됐다면, 좋아요/구독 등을 눌러보세요. 필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https://brunch.co.kr/@jjomcha



"이봐, 젊은이" 그 이후, 할머니 둘과 살며 관찰하고, 돌보며, 쓰는 글 중, '관찰'에 관련한 글입니다. 글을 통해 보다 가깝고, 가장 소중한 주변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관련 매거진 연재 중(아래)

https://brunch.co.kr/magazine/2b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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