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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r 30. 2024

봄의 중심에 서다- 창덕궁의 봄

창덕궁 홍매화를 찾아서

미세먼지로 온통 하늘이 희뿌연 날, 창덕궁을 찾았다.

새벽부터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더니 비까지 뿌려서 우중충하다. 마스크를 끼고 나와야 하는 데, 길거리에서  생각이 났다. 비가 내려 나아지려나 했더니 그런 조짐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입을 꼭 다물고 씩씩하게 걸었다.


이런 날은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을 하지만 집을 나서는 것이 알찬 하루가 될 것 같아 용감하게 나왔다. 해놓은 약속도 있었고 홍매화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덕궁  궁궐 담 밖으로 회화나무가 여전히 겨울로 남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티켓을 따로 구매하지 않고 교통카드로 바로 입장한다. 아주 편리한 세상이다.


밖에서 바라보이는 풍경과 사뭇 다르게 궁안은 화사하다. 연분홍 매화와 하얀 미선나무 그리고 꽃분홍 진달래가 곳곳에 피어 밝은 분위기다. 좀 더  들어가면 아름드리 고목으로 자란 멋진 홍매화를 만나겠지만 일단 먼저 마주친 반가운 매화를 지나칠 수 없어 사진에 담아본다. 같은 꽃이라도 빛에 따라 자태가 다르다. 날이 흐려 생생함이 떨어지지만 고혹적인 매력은 여전하다. 잠을 깬 듯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홍매화

우리나라 고유종인 미선나무는 흰 개나리라는 이름처럼 꽃빛이 순백인 데 다 그렇지 않은가 보다. 붉은빛이 도는 미선나무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진달래도 완연한 봄빛이다. 군데군데 분홍물감을 흘려놓은 것 같다. 남들은 잘 자라지 못하는 소나무 밑에도 끄떡없는  씩씩한 아이들이다. 소나무와도 잘 어울려 정겨운 풍경이다.

미선나무
진달래

오늘의 주인공 홍매화는 멀리서도 이목을 끈다. 그만큼 화려하다. 생각보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아마도 황사의 여파인 듯싶다. 

홍매화
산수유

꽃이 죄다 피어서인지 한 그루 꽃나무가 아닌 꽃다발 같다. 꽃송이에 뒤덮여 나무가 온통 분홍빛이다. 날이 흐려서 꽃빛이 예전만 못해 보인다. 오히려 만발한 산수유가 강렬한 빛을 뿜고 있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꽃이 지는 중이다. 너무 늦은 방문이다.  아쉬워 한들 어쩌랴! 그래도 사람들은 꽃나무 아래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구름 사이로 해가 얼굴을 내밀면 꽃빛깔이 확연히 다르다. 빛이 색에 주는 영향은 놀랍다. 인상파 화가들이 빛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다양한 채도의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진지하고 분주하다.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이지만 마음은 사진작가다. 전각과 꽃나무의 어우러짐이 색다른 멋이 있다. 담을 사이에 두고 풍경은 또 달라진다. 홍매화의 매력에 푹 빠져드는 즐거운 시간이 달음질하고 있다.

낙선재 앞마당은 매화와 살구 그리고 앵두, 산수유까지 피어난 꽃들의 경연으로 봄이 꽉 들어찼다. 눈부신  봄의 화원을 만난다. 봄의 중심에 선 기분이다. 황홀한 마음에 황사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고 마냥 기분 좋은 봄날이다. 마음에 꽃이 가득하니 나도 꽃이 된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창덕궁 찾기를  너무 잘했다. 아내와 함께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근무 때문에 하는 수 없어 아쉽다. 바쁘게 다음 약속이 있어 궁을 나선다. 꽃놀이하는 젊은 커플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봄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다. 눈부신 봄날이다.


#창덕궁 #홍매화 #봄꽃 #궁궐 #매화 #미선나무 #진달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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