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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03. 2024

벚꽃 피는 봄밤을 즐겨볼까요?

꽃 피는 봄날에 만나는 벚꽃 야경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간지럽히는 봄은 짧다. 언제 오려나 하는 기다림 속에서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다 짠 하고 등장해서는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봄이다 하고 느낄 때쯤 봄은 저 멀리 달아나는 중이다. 그런 봄을 제대로 누리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어영부영하다 속절없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월, 마침내 벚꽃의 계절이다. 이제나저제나 꽃이 필까 잔뜩 기다렸는 데, 한동안 꽃봉오리만 부풀어 애를 태우더니 하룻밤 사이 팝콘 터지듯 피었다.


벚꽃은 오래 피는 꽃이 아니다. 요란하게 찾아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이름난 명소를 찾아가서 즐기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많은 값을 치러야 한다. 시간과 돈을 지불해야 맛볼 수 있는 진미와 같다. 그래서 맛보기 어렵기에 마음에 강력한 주문을 건다. 어차피 벚꽃은 다 같은 꽃 아닌가! 여기나 저기나 똑같은 꽃인 데 굳이 찾아가서 볼 필요가 있을까?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마음을 무장하고 주위를 돌아보면 쉽게 벚꽃을 만나고 즐길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은 아파트 단지다. 요즘 대부분 아파트에는 벚꽃을 심는다. 우리 아파트에도 벚꽃길이 있다. 해마다 점점 풍성해져 이제는 꽤나 볼만한 꽃이 핀다.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의릉과 한예종에도 벚꽃이 다.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어슬렁거리며 하는 꽃놀이도 나쁘지 않다.

아파트 단지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면 중랑천변의 장안동 벚꽃길이 있다. 꽤나 긴 벚꽃으로 이어진 길이다. 요즘은 야간에도 조명을 해놓아 야경도 볼만하다. 조명빛에 따라 색다른 벚꽃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거리가 좀 되기에 걸어가기는 쉽지 않아 따릉이를 탄다. 따릉이를 타는 봄밤도 나쁘지 않다.


오늘은 장안동 밤 벚꽃을 보기로 했다. 어어 하다 보면 금방 꽃이 지기 때문에 피었다는 소식에 곧바로 행동에 나선다. 부지런해야 얻는 것이 많다.


낮 동안은 각자 일로 저녁에 만나는 것이다. 아내와 가기로 했는데 내친김에  퇴근하는 딸도 불렀다. 나는 서대문에서 사진 교육이 있어서 오후 6시에  곧바로 장안동으로 출발했고 아내는 퇴근 후 집에 들렀다. 아침에 만든 김밥을 싸와서 꽃구경하며 먹기로 했다.


벚꽃이 만발한 거리에 섰다. 잘 아는 대로 벚꽃은 너무 많은 꽃을 피우는 탓에 다른 나무에 비해 수명이 짧다. 나무 전체가 꽃송이로 뒤덮여 장관을 연출하는 벚꽃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혼신의 열정을 다해 피워내는 몸짓은 감동이다.


밤거리에서 만나는 벚꽃은 낮과는 다른 흥취가 있다. 낮에는 밝게 빛나는 풋풋한 청춘이라면 저녁은 깊이를 지닌 성숙함이 다. 특히 조명에 따라 꽃빛이 달라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붉은빛, 푸른빛을 받은 꽃들은 현실을 벗어난 환상의 세계다.


사람들은 평소에 거리를 다닐 때, 땅을 보고 걷지만 이 거리에서는 누구나 하늘을 보고 걷는다. 평소에 여러 가지 생각에 짓눌리지만 이곳에서는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머리가 하늘로 들게 되는 것이다.


꽃구경하는 사람들이 다채롭다. 사랑이 퐁퐁 솟는 연인들, 천진난만하게 웃음 짓는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과 다정한 부부 그리고 마냥 깔깔대는 풋풋한  청춘도 있다. 강아지들도 신이 났다. 비숑, 푸들, 닥스훈트들이 주인을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밤길을 소풍 하며 걷는다.


중간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간단한 간식을 들 수 있다. 아내를 기다리며 치즈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그만이다. 아내를 만나 김밥과 떡을 먹으며 소풍 기분을 낸다. 딸아이도 합류하여 봄밤을 만끽하는 시간이 흐른다.


봄을 붙잡고 누리려면 마음이 있어야 하고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굳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가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 언제나 지금은 소중하다. 사랑하는 이들과 사랑하는 시간을 잘 보내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닐까? 오늘도 그 작은 행복을 하나 쌓는다.

#벚꽃 #야경 #장안동벚꽃길 #봄밤 #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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