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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10. 2024

봄날에 친구를 만나는 기쁨

불암산 계곡에서 친구를 만나다

내게는 운 좋게도 좋은 친구가 몇 있다. 그중 한 친구는 변호사다. 그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다. 친구룰 만나러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탔다. 만나는 곳은 별내로 서울에서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라 운동을 겸해서다. 발길 닿는 어디서나 벚꽃이 눈길을 끈다. 아쉽게도 이제는 지는 모양새다. 필 때는 터지듯이 요란하게, 질 때는 미련 없이 흔연히 지는 꽃.


그 친구는 참 바른 사람이다. 정도 많다. 특히 측은지심이 많아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약삭빠른 이들이 순진하고 고운 그의 마음을 이용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손해를 봐도 웃어넘기고 만다. 맡은 일에는 충실하고 헌신적이어서 그와 한 번 인연을 맺은 이들은 그의 진가를 알아보고 그를 따른다.


오래전에 한 번 가봤던 약속장소를 단번에 찾았다. 심한 길치인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래서 친구는 기다리는 동안 불암산 중턱에 있는 절에 올라가 보라고 권했다. 풍경이 끝내준다는 말에 동해서 올라갔는데 아뿔싸! 고바위도 그렇게 심한 곳일 줄 몰랐다. 싸이클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경사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 헉헉대며 올라갔다.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올라온 거리가 아까워 그럴 수 없었다.  


씩씩대며 마침내 절에 당도했다.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불암산 암벽아래 자리한 절은 살구꽃이 피어 가람과 잘 어울렸다. 주변 산 자락에는 진달래가 피어 봄빛이 넘쳐난다. 아주 빼어난 풍광은 아니지만 사진 몇 장은 건졌다. 내려올 때도 자전거를 탈 수가 없을 정도로 경사가 심했다. 그래도 한 번 타 볼까 하고 시도를 했더니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내려와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브레이크가 터질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내려올 때도 자전거를 끌고 고생고생하며 내려와 친구를 만났다.

" 너 나 골탕 먹이려고 그런 거지?"

"하하하,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올 줄 알았는데 올라간 거야? 대단하네."

"죽는 줄 알았잖아! 중간에 포기할 수 도 없고..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베야지."

"근력운동 많이 했다고 해서 거뜬할 줄 알았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경사가 그렇게 심한 고바위 길을 어떻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겠어!"


그렇게 농을 서로 건네고 간재미 무침에 매생이 해장국을 점심으로 먹었다. 새콤달콤한 간재미는 미나리와 오이 같은 야채가 곁들여져 싱싱하고 식감도 아삭하고 좋았다. 큰 그릇에 참기름을 두르고 밥을 비벼 먹었는데 시장한 데다 맛도 있으니 금방 그릇이 비워졌다. 굴이 들어간 매생이 해장국도 별미였다.


그간 건강이 좋지 않았던 친구는 보기에 좋아 보여서 마음이 놓였다. 그간 일에 몰두하다 건강을 많이 해친 탓이다. 지금은 병원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고 본인도 일을 줄이고 건강을 돌보고 있어서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최우선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다. 친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많은 것을 원하고 바라지만 정작 자신을 먼저 돌보지 못하면 다 소용없다는 사실을.

피나물

식사 후 차를 마시며 가족들, 지금 하고 있는 취미, 운동, 강아지와 같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필요한 조언과 격려와 도전도 함께 나눈다. 친구는 언제 봐도 좋다. 서로 잘  아는 사이는 더 그렇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간의 회포는 충분히 풀었다. 좋은 봄날에 좋은 만남이 주는 기쁨을 누린다. 친구의 건강을 빌면서 서로 건강 가운데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불암산 #친구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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