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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19. 2024

이런 절경은 무조건 걸어야 해  - 태안반도 솔향기길

솔향기 1코스 길을 걸으며

충남 태안반도의 솔향기길  트레킹에 나섰다. 출발부터 지갑을 빠트려  곡절을 겪으며 버스에 올랐다. 미세 먼지가 자욱한 날이라 걷는 것이 염려되었다. 하지만 바람이 밀어냈는지 점차 시야가 맑아져 대기의 질이 나아지는 것 같아 걱정하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트레킹은 기대이상이었다. 바닷가로 난 길을 따라 소나무와 산벚나무 꽃이 반기고 야생화가 숨바꼭질하는 길에 푸른 바다와 시원한 파도소리는 덤으로 따라온다. 해안도 기암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간간이 만나는 작은 섬도 정겹다.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이 최고로 만족스러운 길이다.

홍가시나무

요사이 날이 덥다가 비 온 후 다시 예년 기온을 찾았지만 한낮은 더울 것 같아 옷차림을 가볍게 했다. 야외에 다닐 때는 배낭을 좀 여유로운 크기로 가지고 디니는 게 현명하다. 기온차가 심할 때 겉옷을 벗어 담고 다닐 수 있는 것이 간편하 때문이다.


트레킹 코스의 출발지인 만대항에 도착했다. 바다가 펼쳐져 눈이 시원하다. 서해인데도 이곳 물빛은 파랗다.  동해안 같진 않아도 물이 맑아서 보기가 좋다. 솔향기 길의 시작은 바닷가로 놓인 테크길에서 시작한다. 바닷길을 걸을 생각 하니 오늘 트레킹에 거는 기대가 가슴을 뛰게 했다.

만대항

해변에 조개 캐는 이들이 보인다.  궁금한 마음에 뛰어가서 보았다. 역시나 바지락을 캐는 중이다. 조개가 많은지 망태 가득 바지락이 담겼다. 여유가 주어지면 바지락을 나도 캐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다.

트레킹이라고 하지만 산길을  꽤 많이 오르내린다. 숲에는 산벚꽃이 피어 심심하지 않다. 반갑게도 다른 꽃들도  다.  그중 제일 반가운 꽃은 분꽃나무다. 난생처음 직접 눈으로 다. 향기가 진한 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리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소문대로 향기가 진동했다. 초반에는 만개한 꽃을 보았다. 활짝 핀 꽃은 흰색이지만 꽃봉오리나 피기 시작한 꽃은 분홍빛이다. 향기도 좋지만 꽃도 못지않게 아름답다. 트레킹 내내 분꽃나무가 우리를 반겼다.

분꽃나무

트레킹은 주변환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야 하는데 동행들은 등산처럼 앞만 보고 바삐 걷는다. 나도 바쁘게 따라가지만 눈은 쉴 사이 없이 아주 바쁘다. 깜짝 만남을 바라기 때문이다. 


들꽃은 겸손한 자세를 취해모습을 보여준다. 오늘도 희귀한 들꽃들을 많이 만났다.  야리야리한 솜나물이 걷는 동안 수줍은 미소를 건넨다. 앙증맞고 귀엽다. 수풀사이에 소담하게 핀 각시붓꽃도 보인다.  보라색 종소리가 들릴 듯 한 큰구슬봉이도 만났다. 야생화가 생각보다 많이 피었다. 아주 신기하게 생긴 꽃도 있다. 애기풀이다. 헛꽃과 진짜꽂이 독특하게 생겼다. 작은 꽃이라 세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렵다. 오늘은 눈이 호강하는 날이다.

솜나물꽃
각시붓꽃
큰구슬봉이
애기풀

나물도 많다. 해안가로 어린 음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두릅도 보인다. 고사리는 트레킹 내내 고개를 내밀고 귀한 고비도 눈에 띈다.  의외로 식생이 다양한 숲길이다. 소나무가 대분분이지만 간간이 잘 빠진 노간주나무도 씩씩하게 크고 있어서 보기가 좋다.

고비
노간주나무

솔숲  사이로 파란 바다가 보이는 길은 걷기에는 아주 그만이다. 잊을만하면 산벚꽃이 눈부시게 피어 오래 걷는 고단함을 잊게 만든다.

중간에 만나는 해변길은 대단한 볼거리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포진하고 있고 굴도 있다. 해안가를 뒤덮은 백색의  굴껍데기가 산을 이룬 모습도 신비롭다. 기암과 소나무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는 하나같이  절경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함께 가는 동행이 있지만 계속 따라오는 자연의 친구도 있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한데 어울려 걷는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솔향기길은 2007년 태안 기름 유출사고에서 비롯되었다. 전국에서 찾아온 개인 봉사자들이 가파른 길을 힘겹고 위험하게 오르내리며 작업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이가 있었다. 차윤천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밧줄을 매고 길을 내는 봉사를 하다가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되어 해안을 따라 길을 내기 시작했고 2008년 5월 이 코스를 완성했다고 다.

귀한  분의 섬김과 수고가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냈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동스럽다. 잘 보전해서 많은 이들이 누리고 사랑하는 명소가 되기를 비라는 마음이다. 절경과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길 천혜의 트레킹 코스가 솔향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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