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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y 05. 2024

감각 있는 하루란

아름다운 오월 밤에 벗들과 한강라이딩에 나서다

감각 있는 하루는 멀리 있지 않다.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면 된다. 감각이 있다는 말은 느낌이 충만하다는 의미다. 반복된 일상은 무료함을 낳는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생각은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사고의 힘이 뛰어난 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지만 평범한 이들에게는 익숙한 곳에서 멀어지는 것이 쉬운 길이다. 가장 지혜로운 것은 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발견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니다. 환경이 바뀔 때 낯섦은 우리 곁을 찾아온다.

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꼽자면 오월을 들 수 있다. 연한 봄색이 짙은 여름으로 갈아입는 계절, 자연은 푸르고 날은 따스하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중용의 시간이다. 집안에 머무르는 것보다 야외에 나가는 것이 좋을 다. 다채로운 봄꽃이 졌지만 꽃의 여왕인 장미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좋은 시절은 너무도 빨리 우리 곁을 떠나간다.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충분히 즐길 수는 있다.

한강변 갈퀴나물

친한 벗들과 한강으로 봄밤 라이딩을 나섰다. 볕이 힘을 잃어가는 오후 6시에 중랑천에서 만났다. 친구가 좋은 이유는 다채로운 삶을 살게 해 준다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취미와 생각을 가지고 산다. 혼자라면 자신이 살아온 범주를 벗어나기 쉽지 않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할 때는 얼마든지 자신의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친구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존재다. 우정과 친밀함은 견고한 경계를 쉽게 허문다.

다채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친구가 있기에 덩달아서 다채로움 속으로 빠져든다. 토요일 오후 자전거 길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달리고 있다. 산책하는 이들도 간간이 보이고 뛰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은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다. 활동적인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있으면 저절로 그 분위기에 젖어든다. 천변을 바람을 맞으며 달리면서 살아있음을 강렬하게 느낀다.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친구도 기분이 좋은지 노랫소리가 흐른다.


신록이 영글어가는 느릅나무들이 옹위하는 길에 장미가 꽃단장을 마치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아직 꿈속에 머무는 녀석들도 많지만 부지런한 아이들은 성장을 하고 매혹적인 향기를 토하면서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중이다. 오월이 아름다운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이처럼 향기롭다는 것이다. 아까시나무의 향기도 오월을 장식한다. 잊을만하면 달콤한 향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경쾌하게 달리는 사이 한강공원 둔치에는 청춘들이 가득하다. 화양연화의 시절을 보내는 그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힘이 솟는다. 그들이 내뿜는 청춘의 열기 때문일게다. 한강 위에는 놀이배가 떠 있고 윈드서핑하는 이들이 한가롭다. 자연도 사람도 모두 아름다운 시절이다.

잠실대교에서 쉬었다. 한강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풀숲에는 수레국화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성수동 갈빗집이다. 친구는 식도락가라 여기저기 맛집을 잘 알고 있다. 그 덕에 입이 즐거운 시간이 많아졌다. 밤이 찾아온 서울숲을 지나 성수동에 들어섰다. 번잡한 도심의 인파를 헤치고 식당에 갔다. 유명세 탓인지 가게 밖도 만원이다. 이층에 자리를 잡고 이름에 걸맞은 돼지갈비를 구워 먹으며 행복을 먹는다. 벗들도 입이 행복하니 모두 다 행복한 얼굴이다.

수레국화

돌아오는 길에 성수대교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았다. 꿈처럼 환상적인 풍경이다. 동화 같은 하루가 흐른다. 느낌이 가득한 시간이 주는 맛에 배부르다.

성수대교

#봄밤라이딩 #한강 #친구 #감각 #자전거  #성수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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