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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Oct 25. 2024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18- 매혹의 앤텔로프 캐년

환상의 현장 앤텔로프 캐년(Antelope Canyon)을 가다

패키지여행 이틀 째, 페이지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다. 브라이스 캐년과 가까운 곳으로 광활한 황무지 중간에 자리했다. 이곳은 모하비 사막과 흡사한 지형으로 저녁에 별을 보러 나갔다가 별로 보질 못했다. 주위 조명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별은 크고 강렬했다. 조금이라도 별이 가까운 남국인 까닭이다.

앤텔로프 캐년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앤텔로프 캐년(Antelope Canyon)을 보러 가는 길이다. 좀 더 부지런했다면 광야의 아침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글을 쓰는 지금도 아쉽다.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광야의 아침

버스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다. 뭐가 있을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장소다. 이곳은 나바호 인디언 구역으로 그들의 관할이다. 인디언 가이드가 안내를 했고 협곡 입구까지는 열댓 명씩 나누어 승합차로 이동했다.  

애텔로프 캐년 가는 길

앤텔로프 캐년은 붉은빛을 띤 나바호 사암에 수직절리가 생기고 그곳에 섬광 홍수가 반복되어  발생하는 침식용으로 생성되었다. Antelope의 의미는 물이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곳이라는 인디언 용어 혹은 영양이 사는 곳을 뜻한다고 한다.

동굴안의 양들

승합차에 내려 스무 명 단위로 가이드가 배정되었다. 인상 좋고 건강미 넘치는 인디언 아가씨가 우리 담당이다. 가이드는 물론 스폿에서 사진까지 찍어준다. 우리 가이드가 1인당 2불 정도 팁을 먼저 주라고 귀띔을 해서 소개 후 팁을 건넸다.

계단 길을 내려가면 협곡이 보인다. 평지가 움푹 꺼진 형상이다. 협곡의 발견은 양을 치던 인디언 소녀가 잃어버린 양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겨진 보물은 세상에 깜짝 등장할수록 파장이 큰 법이다.

캐년 입구

협곡은 거친 황무지와 다르게 색조가 달라진다. 붉은빛이 감도는 암석들의 세상이다. 여름에는 홍수처럼 물이 흐른다고 한다. 내려가는 길가에 독말풀 꽃이 피었다.


빛과 그늘에 따라 색조는 뚜렷해지고 아침 햇살을 받은 곳은 금빛으로 빛난다. 금빛은 딘순한 반짝임이 아니다. 휘황한 광휘로 물질로는 낼 수 없는 강렬한 광채다.  


빛은 캐년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일등공신이다. 빛에 따라 암석의 굴곡은 희미해지기도 하고 선명해지면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자유로운 그림이 된다.

풍경을 구성하는 주요한 한 가지는 파란 하늘이다. 주연은 아니지만 감칠맛 나는 연기로 분위기를 이끌어 가듯 하늘이 있어 완벽한 배경이 다. 가을 하늘이라 더 깊고 선명해서 강렬하다. 파란 하늘과 붉은 암석의 대조가 채도를 확 끌어올린다. 전구를 다 켜 놓은 듯   환하다.

동굴 안에 들어서면  빛의 힘으로 붉은빛은 핑크빛 물이 든다. 핑크빛으로 온몸을 휘감은 암석은 이제 단단함 완전히 버리고 부드러움으로 갈아입었다.

동굴의 내부는 은밀하고 유혹적이다. 숨겨 놓은 속살을 내보이는 듯 뇌쇄적이다. 보는 이들에게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부드러운 실크의 물결이 동굴 안을 휘감았다. 천의 촉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찬탄을 그칠 수 없다. 동굴 안은 환상이고 매혹이다. 여우에게 홀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감각은 아닐는지 정말로 혼을 쏙 빼앗긴 형국이다.

열정은 피어오르다 불꽃으로 화한다. 배배 꼬인 몸짓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다 허공을 만나 화염이 일어 하늘로 타오른다.

한 시간이 감쪽같이 흘러갔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이에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자꾸 뒤를 돌아본다. 한 장면이라도 더 기억에 남기고 싶어 망설여진다. 일행들이 어서 오라고 성화다.

조물주의 신기가 빚어놓은 신비로운 세상을 탐험했다. 동화 속 환상의 세계를 탐험한 기분이다. 눈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기이하면서 아름답다. 추상의 진면목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기록으로 남은 사진들을 볼 때마다 마법에 다시 걸릴 것 같다. 버킷 리스트에 오를 자격이 분명하다.


#미국서부여행 #앤텔로프캐년 #미국여행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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