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들어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여행을 강행군했다. 누이들이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아직까지는 끄떡 이 없다. 출국전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한 덕이다. 향후 LA 여행이 예정되어 하루 정도는 무리하지 않고 쉬기로 했다.
쉰다고 그냥 누이 집에 머물렀던 것은 아니고 누이가 사는 Hayward 시내를 돌아보는 거였다.여유롭게 늦잠도 자고 아침도 늦게 먹었다. 일주일마다 열리는 Hayward Farmer`s Market에 가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시내는 작은 읍내처럼 소박했다.
찾아 간 Farmer`s Market에서는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내다 판다. 가격은 마트 대비 다소 비싼 편이다. 간간이 싼 물건도 나온다고 한다.
오후 두 시에 파장이라 서둘러야 했다. 큰 시장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제법 북적였고 다양한 야채와 과일들이 좌판에 진열 중이었다. 여기서도 유기농 과채류는 값이 더 나간다. 예를 들면 유기농 딸기는 1파운드 당 5달러다. 900 그램에 1만 4천 원인 셈이다.
흥미롭게 가지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사람 머리만큼 큰 가지부터 조막만 한 것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우리는 야채와 과일을 살 작정이었다. 대부분 파운드 당 5달러로 일단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한 부스에서 파운드당 1달러로 온갖 과일을 세일 중이었다. 누이들은 달려들어 사과, 감, 복숭아, 배, 자두를 양껏 담았다. 현지인들도 모여들어 순식간에 진열대가 비었다. 큰 누님은 진짜 싼값에 샀다고 즐거워했다.큰 배추 두 통을 비롯해 각종 야채를 사서 손에 바리바리 들고 장을 나왔다.사람 사는 일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시내에 있는 일본식 정원인 Japanese Tea Garden에 들렀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정원수가 잘 관리된 아담한 정원이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단정하게 손질되어 깔끔했다. 일본인 특유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우리 전통 정원과 달리 자연스러움 보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큰 정원이다.
나무로 지어진 일본식 정자가 배치되어 쉴 공간도 있다. 가까운 주민들이 산책도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가족들이 많다.
좀 더 들어가면 작은 연못과 고풍스러운 정자가 나온다. 녹조가 진한 연못에는 팔뚝만 한 크기의 잉어가 노닌다. 비단잉어는 살이 너무 쪘는지 기운이 별로 없어 보인다. 펀하게 먹고 노는 환경이 다 좋은 일은 아닌 듯하다. 이런 방식으로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일본이 부럽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도 미국 땅에 많이 조성되길 바란다.
공원 내에 님미계 청소년들 십 수명이 성장을 했다. 여학생들 몇은 공주님처럼 잘 차려입었고 매우 예뻤다. 다른 학생들은 들러리 같다. 알고 보니 16세 성인식을 치르는 것이란다. 어른이 되는 것을 공식적인 행사를 통해 축하하고 책임감 있게 어른으로서 삶을 시작토록 돕는좋은 행사 같다.
집으로 오는 중에 자동차 계기판에 갑자기 Transmission Fluide 용어가 떴다. 자동차에 무엇인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자동변속기 윤활유 관련인데 결과적으로 차를 교체해야 했다.
여기서도 문화의 벽을 느꼈다. 빌려 준 렌터카가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회사에서 새 차를 직접 가져다주어야 할 텐데 이곳에서는 빌린 사람이 회사에 찾아가서 차를 교환해야 했다. 이 일로 마음을 졸이며 거의 세 시간을 들였다. 마음에 썩 들지 않았지만 다음 날 장거리를 가야 해서 차를 교체한 것만이라도 감지덕지한 마음이 들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대로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마음에 새긴다.
여유로운 날이 렌터카 문제로 분주한 날이 되었다. 큰누이와 나를 빼고 다른 사람들은 장 봐온 야채로 김치를 담그느라 늦게까지 바빴다. 사온 과일들은 달고 맛이 있었다. 햇살이 좋아 캘리포니아 과일은 당도가 높은 모양이다. 맛있는 음식으로 위안을 받으며 여행의 하루가 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