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들과 미국 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기대했던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평소에 자연에 지대한 관심이 있고 자연을 좋아하는 마음이 큰 이유다.
요세미티는 국립공원이자 세계자연유산이다.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생성된 화강암 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연간 방문객이 400만에 이를 정도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다.
요세미티를 둘러본 소감은 놀람과 아쉬움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의 경이로움에 압도되었고 최소한 하루를 묵으며 돌아봤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요세미티가샌프란시스코에서 가깝다 해도 차로 네 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라 만만치는 않다. 대중교통이 좋질 않아 주로 여행사를 통해 가지만 우리는 차를 직접 몰고 갔다. 힘은 들어도 마음 가는 대로 멈춰서 경관을 즐길 수 있으니 좋다. 물론 정보가 부족해서 헤매는 일도 생기지만 그것도 여행의 일부분이다.
도시를 벗어나 요세미티를 향해 외곽을 달리는 동안 주변 풍경이 계속 변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산악 풍경은 몽골 초원에 오아시스 마냥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런 모습은 잘 관리된 정원 같은 느낌도 든다. 단일작물이 가지런히 심어진 너른 벌판이 나타났다. 밭의 규모가 말도 못 하게 넓다. 기계로만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어서 포도밭, 체리나무밭, 아몬드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도중에 우리처럼 과일 파는 곳이 있어 들렀다. 아몬드가 심어진 지역이라 궁금증도 해결했다. 아몬드는 복숭아나무와 유사했고 호두같이 생긴 이중 과피에 아몬드 한 알이 들어있다. 다닥 다닥 열매가 달리는 줄 알았는데 한 알밖에 없어서 아몬드가 다시 보였다.
아몬드 열매와 나무
평야를 지나 점차 산간지대가 나타난다.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 표시가 되어 있어 경치도 보고 휴식도 취하면서 갔다.
공원에 다가갈수록 침엽수림이 울창하다. 대화재로 검게 탄 나무기둥들도 보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전망 좋은 곳에서 차들이 선다. 우리도 동참해서 경관을 즐기며 간다.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가는 과정도 동일하다.
공원 입구에서 차랑 대수당 35불을 내야 한다. 시니어인 누이는 20불을 내고 1년 동안 이용이 가능한 카드를 발급받았다. 공원에 들어서서 무지하게 큰 나무들이 수직 하는 좁은 도로를 한참을 가야 했다.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곳은 반드시 서야 한다. 절경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원입구
오늘의 최종목적지는 요세미티 계곡이다. 계곡은 약 15킬로미터 너비로 주요 명소를 볼 수 있다.
한참 치로 달리다 요세미티의 진면목을 만난다. 산봉우리 하나만큼이나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보인다. 하프돔이라고 이름 붙은 일련의 바위 봉우리가 경쟁하듯이 포진했다. 하나하나 크기도 엄청나다. 화강암이 쪼개져 형성된 것이라고 하니 전체 덩어리의 규모는 어땠을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나무들의 키는 바위 규모에 걸맞게 거인급이다. 나무가 저렇게 높이 자랄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계곡 물가를 찾아 도시락을 먹었다.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 경관도 수려하다. 신선이 노닐만한 풍경에 앉아 즐기는 성찬은 최고일 수밖에 없다.
점점 깊숙하게 숲에 들어선다. 평일이라 방문객이 많지 않아 확실히 여유롭다. 맑은 하늘 아래 흰 암벽 봉우리가 빛난다. 브라이덜 폭포를 찾았다. 우기가 아니라 확실히 수량이 빈약하다. 신부의 면사포는 될 수 없고 오늘은 목도리 정도로 약한 물줄기가 바람에 흩날린다.
브라이덜 폭포
나무 높이도 대단하지만 굵기도 대단하다. 숲이 잘 보존되고 있다는 증거다.
수직벽으로 이루어진 암벽은 세계적인 암벽등반의 성지로 오늘도 많은 이들이 암벽을 오르고 있다. 거의 개미 같아 잘 보이지도 않는다. 까마득한 높이에 하루로는 도저히 올라가기 힘들어 보인다. 아찔하게 공중에 매달려 자면서 오르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즐기는 이들의 담력이 경이롭다. 멀리서 망윈경으로 보고 있는 이들은 가족들로 보인다. 바라보는 심정이 어떨지 도저히 가늠이 되질 않는다. 저런 진취적인 기상이 극지와 오지를 탐험하는 밑바탕이 되었으리라.
요세미티의 상징이자 노스 페이스로 알려진 반구의 바위 봉우리를 만났다. 숲과 하늘과 물이 어우러져 기가 막힌 절경을 빚었다. 과연 요세미티의 심벌답다. 유명 등산복 로고도 여기서 유래되었다는 사실도 새롭다.
마지막으로 요세미티 폭포에 올랐다. 북아메리카에서 제일 높은 폭포로 3단으로 이루어졌다. 아쉽게도 수량이 부족해서 하단부에만 물이 흐른다. 우기에는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한다. 멋진 장면은 보지 못해 안타깝지만 좋은 날씨와 좋은 기후에 충분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요세미티 폭포
어느덧 해가 진다. 드리우는 그림자도 선명하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마음이 바빠진다. 반면에 이곳에 머무를 숙소가 있는 이들은 여유롭다.
대자연을 만끽한 날이다. 머나먼 이국 땅을 찾아와 이 땅에서도 오지에 들어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을 만났다.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웅대한 스케일의 자연을 만나 가슴 벅찬 시간을 보냈다. 내 마음도 한 뼘이라도 넓어지기를 소원해 본다. 돌아가는 길 노을이 장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