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부 여행의 꽃 Canyon관광에 올랐다. 캐년의 우리말은 협곡이다. 주로 대륙 고원지대에 대규모 협곡이 발달한다. 협곡이란 양쪽의 벽이 급경사를 이룬 절벽으로 이루어진 깊은 골짜기를 말한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Grand Canyon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많이 알려진 캐년만 해도 Zion Canyon, Bryce Canyon, Antelope Canyon, 그리고 Grand Canyon이 있다. 패키지 관광에서는 위에 있는 4곳을 모두 돌아본다. 이 중 자이언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 그랜드 캐년은 3대 국립공원으로 자이언 캐년은 신의 정원으로 불린다.
첫 일정인 자이언 캐년은 1919년 유타주에서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자이언 캐년은 바다가 융기하여 물의 침식작용과 마모작용으로 빚어진 강렬하게 치솟은 바위 산이다. John Weslely Powel은 자이언 캐년을 노래하기를 "이 모든 것은 물의 음악이다"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물이 빚어낸 아름다운 절경이다. Zion은몰몬교 신자들이 이곳으로 찾아들면서 지은 이름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평화와 안전과 쉼을 위한 하나님이 만드신 장소라는 의미를 지닌다.
자이언 캐년은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보는 일정이다. 아쉬운 대목이었지만 물리적으로도 도보 여행은 간단치 않은 환경이었다. 중간에 버스를 정차해서 잠시 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져 다행이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사막을 지나 붉은 산이 이어지는 산악지대로 들어선다. 저 멀리 아침빛을 받은 바위산은 붉은빛으로 빛난다.
간간이 치솟은 바위산을 지난다. 바위산은 저마다 다른 독특한 자태를 지녔다. 뾰족한 산도 있지만 마치 인위적으로 조성한 성채처럼 보이는 곳도 있다. 바위산들이 입은 옷도 제각각이다. 붉은빛 흰빛 도드라지고 섞여 다양한 빛깔이다. 아름다운 위용이 펼쳐져 유리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하늘로 치솟은 암벽들이 즐비한 사이로 버스는 달린다. 바위산은 신비롭게도 다양한 층을 이루며 층마다 다른 색을 띤다. 자연이 빚어내는 조각과 미술의 현장이다.
웅장함은 기본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마어마한 높이로 주위를 압도한다. 인간은 그 앞에 개미보다 더 초라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붉고 흰 바위산은 신비롭게 서있다. 음영이 드리워지면 뚜렷한 대조로 흰 바위는 새하얀 백색을 띤다. 살아있는 푸른 나무들과 어우러진 산은 생동감을 불러낸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황량한 바위산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초목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그곳에도 생명은 움트고 살아간다.
바위들은 물에 가만히 몸을 맡기지는 않았다. 저항하고 부딪히고 싸운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치 거대한 정으로 찍어낸 듯 날카롭게 표면들이 떨어져 나갔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 옆으로 위로 흐르고 스쳐간 흔적들이 남아있다.
눈으로만 스치던 풍경을 멈춰 서서 바라본다. 거대한 대성당 성루 같은 암벽 봉우리들은 위엄을 갖추고 경건함을 자아낸다. 자이언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끝 모를 푸른 창공에 낮달이 뜨고 거대한 붉은 암벽과 이웃한 흰 봉우리들이 신비로운 풍경을 빚었다.
대협곡 사이로 차들이 꼬리를 물고 달린다. 거침없이 달리며 자연의 깊은 속살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짧은 시간 동안 자이언 캐년을 돌아보느라 바빴지만 자연의 경이 앞에 경건해지는 순간을 보냈다. 가이드가 들려준 '웅장함, 거대함, 섬세함, 정교함이 어우러져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의 자연' 딱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