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강이 빚은 명작 Horseshoe Bend
'돌에 새긴 시' Bryce Canyon을 지나 콜로라도 강이 빚은 또 하나의 명작 Horseshoe Bend를 찾아가는 길이다. 버스 차창에 기대어 바라보는 풍경은 여전히 신비롭다. 황무지만 계속 달리다 푸른 초원이 나타났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다. 여전히 바위산들은 평범한 모습을 거부하고 각기 독특한 매력을 뽐내며 시선을 빼앗는다.
서부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장면들이 지나간다. 금방이라도 멋진 카우보이 걸이 길가에 서서 차를 세워달라고 손짓할 것 같다. 황량한 듯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낭만적인 풍경이다. 경치는 나무와 풀이 어울릴 때 가장 자연스럽고 보기에 좋다. 황무지와 대조되어 잘 자란 나무들이 유독 푸르다.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정겨운 마을이다.
멀리 콜로라도 강이 보인다. 새파란 물빛이 보석처럼 빛난다. Horseshoe Bend는 말 그대로 말발굽 모양으로 강이 굽은 곳을 말한다. 구불거리며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이 빚은 명작 중 하나다.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이곳은 Grand Caynon의 가장자리에 있다. 우리나라에도 강원도 동강에 비슷한 지형이 있다. 동강이 굽이쳐 흘러내리며 한반도 지형을 만들어 놓은 곳 같이 이곳도 구불구불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이 말발굽의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 냈다. 이곳도 나바호 인디언들의 자치구역 안에 위치해서 관람료를 치러야 한다. 1인당 30불이다.
Horseshoe Bend도 금방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황무지를 지나야 절경을 만난다. 들어가는 입구에 철제조형물이 우리를 반긴다. 어서 오라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난다. 잠시 앉아서 쉬어도 좋을 공간이지만 목적지를 마음에 두고 있어서 여유가 없다. 그저 눈에만 담고 간다. 붉은 흙과 마른풀들이 산재하는 광야를 한참 걷는다. 해가 절정을 지나 이우는 시각이다. 고인돌처럼 의지하고 선 큰 바위들이 눈에 들어온다. 목적지에 다다랐다.
마침내 Horseshoe Bend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아래 고리처럼 콜로라도 푸른 강물이 비친다. 이곳에서도 크기와 높이가 시선을 압도한다. 빙둘러선 곳에 사람들이 개미처럼 띠를 두르고 있거나 흩어져 있다. 전망대는 해발 1,300미터 높이고 콜로라도 강은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해서 무려 300미터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정말 아찔하고 스릴이 넘친다.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희한하게 용기가 난다. 두려움은 가시지 않지만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다. 용감하게 절벽 가장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아찔하지만 매혹적인 풍경이다. 전체를 조망하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바쁘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지나 건너편으로 간다. 남들처럼 나도 높은 바위를 찾아 오른다. 처음 만난 외국인 청년에게 미리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바위에 급히 오른다. 고맙게도 사진을 멋지게 담았다.
뉘엿뉘엿 지는 해가 장막을 펼치듯 그림자를 드리운다. 절벽 사이로 내다보면 암벽 사이에 강인한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오묘하게 말발굽을 꼭 닮은 비경에 푹 빠졌다. 그래서 홀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누이들을 잊어버렸다. 아내가 어디냐고 빨리 와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난리다. 풍경에 취해 몰입하다 보니 언제나 일어나는 불상사다. 누이들을 찾아가는 길에도 여전히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하나라도 더 눈에 담을 욕심인 것이다.
사진을 잘 찍는 방법 중 하나가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여러 각도에서 찍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남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치 숨은 보물찾기 하듯이 부지런한 눈길은 더 많은 보물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돌아가는 길의 풍경이 매혹적이다. 해넘이를 하며 뿌리는 여명에 붉은 광야가 더 붉어진다. 온통 붉은 광야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아예 석양이 되면 더 신비로울 것 같다. 미련이 남을 때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모든 것을 항상 완전히 채울 수는 없는 일이다. 조금 부족한 것이 좋을 때도 많다. 들어올 때 맞이한 구조물이 잘 가라는 인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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