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Nov 19. 2024

가을밤 달빛 산책

노원구 강현천 달빛 산책 길을 걷다

미국 여행을 다녀온 이후 가벼운 라이딩에 나섰다. 한 달여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몸이 무거웠다. 리 몸은 게으름을 좋아한다. 한동안 몸이 편해지면 적응되어  그 분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몸은 점점 처지고 마음의 의욕도 시들어 간다.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당현천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마음에 가기 싫은 마음을 억지로 다잡고 라이딩을 나섰다. 중랑천 길은 쌀쌀한 감이 있었지만 신선했다. 날씨가  따뜻한 탓에 천변의 꽃들도 여전히 피어 있다. 코스모스부터 황화코스모스 그리고 꽃댕강나무까지 계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점심 약속으로 짧은 코스를 택했다. 강현천길을 도는 것으로 했다. 강현천은 노원구에 있는 인공천으로 청계천처럼 물을 끌어다 흘려보낸다. 천변 한쪽에는 산책길이고 다른 쪽은 자전거 도로다.  노란 은행나무를 비롯해 다채로운 단풍이 물든 길이다.

기분 좋게 달리는 중에 노원 달빛 축제 기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행사 관련 조형물들이 눈에 띄었다.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아주 멋질 것 같았다. 행사기간도 막바지여서 아내와 오고 싶었다. 동행하던 친구에게 함께 오자고 약속하고 아내도 좋다고 해서 금요일 오후 6시에 부부동반으로 만나기로 했다.


약속 당일 오후 다섯 시 반에 집에서 출발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날이 어둑어둑하다. 벌써 밤이 많이 길어다. 따릉이를 타고 월계역으로 향했다. 초행길이어서 헤매다 10분이나 지난 시간에 만났다.

월계교를 지나 당현천길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날은 푸근해서 걷기에 좋았다. 당현천변에는 백일홍이 만발해 있다. 꽃길을 지나니 불빛 축제 장소가 나온다. 올 때 둥근 보름달이 보였는데 지금은 구름에 사라졌다. 달빛 산책은 하지 못하고 다채로운 조명이 밝히는 길을 걷는다. 과 단풍과 환한 조형물이 어우러져 동화 속 세상이다.

작품마다 참여 작가들과 작품명이 있고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는데 일일이 보질 못했다.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작품들은 일관성 있는 주제가 아니고 다양했다. 일반적으로 불빛  행사들은 주제가 해져 있어서 단조로운 감이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 좋았다.  

밤은 어둠의 베일에 싸여 사람들에게 신비함을 안긴다. 깜깜한 밤 등불은 소망처럼 우리 마음을 밝혀준다. 여러 가지 조형물에 조명이 켜지면 커다란 등불이 된다. 커다란 등불은 사들을 불러 모으고 안정감과 편안함 그리고 즐거움을 안긴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따스한 기억과 추억이 된다.

전시된 작품들이 저마다 독특해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사진에 담다 보면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기 어렵다. 아내는 산책을 함께 하지 못하니 불만이다. 다행히 친구부부와 담소하며 거닐어 눈총을 덜 받았다. 그래도 들뜨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다채로운 전시가 마음을 쏙 빼놓았다. 동물들부터 꽃과 추상 조각과 설치물이 빚어내는 세상에 폭 빠졌다. 낮에 볼 때에는 파도가 들이치는 형상이었는데 저녁에 보면서 타이틀을 보니 갈대의 새싹을 형상화한 것이란다. 틀렸지만 못 맞힌 들 어쩌랴 보는 이의 마음인 것을~~~

구에서 주관하는 행사답지 않게 짜임새 있고 격조 은 작품들로 감탄을 연발했다.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청계천 불빛 행사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길 따라 끝까지 보고 싶었는데 아내가 발이 아파서 돌아서야 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충분히 즐긴  것으로

자위하며 발길을 돌린다.

산책을 마치고 조금 늦은 저녁을 먹었다. 20분 이상 걸어가 찾아간 칼국수 맛집은 역시나 기다려야 했지만 만족은 기대 이상이었다. 조개 칼국수와 보리비빔밥 그리고 해물파전이 이찌나 맛이 있었는지 달빛산책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맛 삼매경에 취해버렸다. 인간들의 간사함이란~~~  쯧쯧


#노원달빛산책 #산책 #불빛축제 #당현천 #라이딩




매거진의 이전글 밤 지옥에 빠진 가을날 밤 줍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